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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명화의 귀환…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展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5-12-18 22: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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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아트뮤지엄서 12월19일부터 내년 3월22일까지
  •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소장품 70여 점 전시

왼쪽은 도록으로만 남아 있는 ‘백피쉬’, 오른쪽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여인의 초상’.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여인의 초상’이 K아트의 새 중심, 서울 강남을 찾아온다. 

 

서울 테헤란로 마이아트뮤지엄(관장 이태근)에서 19일부터 내년 3월22일까지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Ricci Oddi) 소장품 70여 점이 바탕으로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총망라하는 초대형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여인의 초상’이 도난 후 23년 만에 극적으로 재발견된 뒤 이탈리아 외 국가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림 자체의 가치와 예술성은 물론 도난과 재발견이라는 한 편의 서사시를 품은 이번 전시는 서울 관람객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할 것이다.

 

이중 초상과 그림 도난 미스터리


클림트는 생전 수많은 걸작은 걸작을 남겼지만 ‘여인의 초상’만큼 큰 화제몰이를 한 작품은 없었다. 

사건의 시작은 1910년. 클림트는 제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출품한다. 그림 속 여인은 커다란 모자와 검은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었다. 

훗날 이 그림은 ‘백피쉬(Backfisch·풋내기 소녀)’라는 이름으로 1912년 드레스덴에 다시 전시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커다란 모자와 스카프를 두른 소녀는 당시 그다지 인기가 없어 끝내 판매되지 않고 클림트는 1916년 이 ‘백피쉬’를 중개상으로부터 회수한다. 


클림트는 소녀의 의상과 모자를 지우고 그 위에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덧칠해 그린다. 이것이 오늘날 남아 있는 ‘여인의 초상’이다.


왜 새로 안 그리고 덧칠했나. 당시만 해도 캔버스가 귀할 때이기도 하고 클림트가 상업화가인지라 안 팔리는 것엔 가차 없었던 듯도 하다. 그렇게 백피쉬는 사라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림이 실종됐다고 오해했다.


클림트는 1918년 세상을 뜨는데 사후 빈에서 열린 전시(1919)에서 이탈리아의 갤러리스트 루이지 스코피니치가 '여인의 초상'을 구입해 이탈리아로 갖고 들어온다. 그리고 1925년 피아첸차의 귀족 주세페 리치오디가 다시 이 작품을 구매한다. 


리치오디는 1931년 평생의 숙원이던 미술관을 개관하게 되는데 이때 그가 평생 수집한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이 그림을 대중에 처음 공개한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1996년. 피아첸차 시의 미술학도였던 클라우디아 마가(18세)는 클림트의 도록 속 작품인 ‘백피쉬’와 리치오디미술관 소장품인 ‘여인의 초상’이 형태적으로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백피쉬는 기록만 남아 있었지 1912년 이후 누구도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마가의 의심으로 엑스레이 분석이 시작되고 드디어 덧칠된 층 아래에 있던 백피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대단한 눈썰미의 학생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백피쉬’(왼쪽)와 ‘여인의 초상’을 인형으로 제작했다. 임요희 기자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듬해인 1997년 ‘이중 초상’ 발견 기념 대규모 특별전을 앞둔 어느 날, 작품 이송 준비로 분주한 틈을 타 그림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나흘 뒤 미술관 지붕 천창에서 낚싯줄과 함께 빈 액자가 발견되었으나 이는 범인이 수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남긴 치밀한 ‘가짜 단서’로 판명됐다. 


그리고 사건 발생 23년 후인 2004년 미술관 외벽의 담쟁이덩굴을 정리하던 정원사가 정원 구석에 숨겨져 있는 작은 문 하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작은 공간(벽감)이 있었는데 검은 비닐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쓰레기라 여겼던 봉투 안에는 놀랍게도 미술관이 오래도록 찾아 헤매던 ‘여인의 초상’이 들어있었다. 


또 하나의 의문은 그림을 감싼 봉투가 도난 당시에는 생산되지 않던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작품의 상태 또한 장기간 외벽 구멍에 방치되었다고 보기 힘들 만큼 되게 깨끗했다. 이는 그림이 줄곧 다른 곳에 보관되다가 발견 직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곳에 갖다 놓았음을 의미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 임요희 기자 

이태근 마이아트뮤지엄 관장. 임요희 기자이탈리아 피아첸차 시장의 축사. 임요희 기자

 '여인의 초상'을 활용한 카페 트레스텔레의 컵. 카페는 마이아트뮤지엄 내에 있다. 임요희 기자 

◆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소개

 

리치오디 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Ricci Oddi)은 이탈리아 피아첸차 시에 위치한 현 대미술관으로, 피아첸차 출신 법학자이자 예술 후원가였던 주세페 리치오디(Giuseppe Ricci Oddi. 1868~1937)의 개인 수집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그는 1897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수집을 시작했으며, 1924년 자신의 소장품을 위한 전용 미술관 건립을 결심하고 시에 부지 기증을 요청했다. 물론 소장 작품을 모두 기증하고 미술관도 시에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당시 건축가 줄리오 울리세 아라타(Giulio Ulisse Arata)의 설계로 옛 수도원 건물이 개조되어 지금의 미술관이 완성되었다. 현재 미술관에는 약 700점에 달하는 회화와 조각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주로 1830년대부터 1930년대 초까지의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집은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며, 북부 이탈리아의 인상주의, 스카필리아투라(Scapigliatura·아카데미즘에 반대한 미술 계파). 상징주의(Symbolism), 마키아이올리(Macchiaioli·얼룩 이용한 그림) 등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전시 공간은 총 19개 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 채광을 활용한 천장 구조와 역사적 건축물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이 미술관은 단순한 개인 컬렉션을 넘어, 개관과 동시에 피 아첸차 시에 기증되어 공공 미술관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지역 사회를 위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의 중심지로도 기능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1997년 도난되었다가 2019년 극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인의 초상’이 있으며, 이 외에도 이탈리아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 마이아트뮤지엄 소개

 

2019년에 설립된 마이아트뮤지엄은 주로 유럽과 미국의 유수의 미술관과 협업하여 19-20세기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근현대 명화를 특별 기획하여 선보이는 미술관이다. 

 

2019년 10월 개관 이후 14번의 블록버스터 전시를 개최했으며 누적 12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구글 평점 4.5를 기록, 국내를 대표하는 사립 전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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