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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가안보전략 무엇인가] ② 트럼프 2기 안보전략이 보내는 정책 신호들
  • 김영 기자
  • 등록 2025-12-18 22: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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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중심의 세계질서 체제 개편 마무리 단계
  • 동맹의 안보… 서비스 선택 상품으로 탈바꿈
  • 계산서 단계로 진입한 동맹 관리… ‘비용’ 청구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전략 논쟁 이후, 계산서 단계로 진입한 동맹 관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안보·외교 정책은 다시 거칠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위비 분담, 관세 협상, 동맹에 대한 기여·역할 확대 요구가 노골적으로 제기되면서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부활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강경노선 회귀나 개인적 성향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트럼프 2기의 정책 신호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이미 고정된 전략 구조 위에서 비용을 회수하는 단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에 가깝기 때문이다.

 

△ 신호 1. 방위비 분담, ‘안보 비용’이 아닌 ‘전략 참가비’로 전환

 

트럼프 2기에서 가장 먼저 포착되는 신호는 방위비 분담에 대한 언어 변화다. 이전에도 분담금 증액 요구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단순한 주둔 비용이 아니라 미국 전략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방위비는 더 이상 “미군이 지켜주는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미국이 설계한 질서에 편입되기 위한 참가비”에 가깝게 표현된다.

 

트럼프의 방위비 관련 발언의 변화를 보면 “그들이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그들을 방어해 주어야 하는가?(If they don’t pay, why should we defend them?)” →“우리는 매우 부유한 국가들을 보호하고 있다. 안보는 공짜가 아니며 그에 따르는 비용이 발생한다.(We are protecting countries that are very rich. Protection is not free.)”→“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우리의 동맹 의무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Pay more or rethink our commitments.)”로 바뀌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동맹 유지에 따른 비용(냉전 시대~오바마)→동맹의 안보를 비용 청구에서 서비스 상품화→안보를 ‘선택적 유료 서비스’로 개념화”

 

이는 동맹의 성격이 보호 관계에서 일종의 동업 관계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동맹국이 미국의 전략에 참여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안보와 무역을 묶어서 방위비를 참가비로 바꾼 것이다.

 

△ 신호 2. 관세와 안보의 결합… 경제적 수단의 안보화

 

두 번째 신호는 관세와 무역 압박을 안보와 직접 연동시키려는 경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세는 단순한 보호무역의 수단을 넘어, 동맹국의 전략적 태도를 견인하는 지렛대로 활용된다. 이는 안보 협력에 소극적인 국가에는 무역·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전략적 기여를 약속한 국가에는 관세 예외나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거래’의 방식이다.

 

이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서 다뤄온 기존의 동맹 관리 방식과 다르다. 미국은 동맹국에 대해 ‘안보는 함께, 경제는 각자’라는 구조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안보 협력의 수준은 곧바로 경제적 대우로 연결되고, 이는 동맹국 입장에서 협상의 여지를 크게 좁힌다.

 

△ 신호 3. 동맹의 역할에 대한 명시적 요구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뚜렷한 신호는 동맹국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시도이다. 과거에는 전략적 모호성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역할 해석에 유연성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특정 상황에서 동맹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책임 영역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요구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동맹의 자율적 판단에 기대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유지될 뿐, 동맹국의 독자적 선택권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맹은 미국의 전략을 보완하는 기능적 구성 요소로 재정렬되고 있다.

 

△ 신호 4. 자동 개입 조항 부정 재확인… 보호는 ‘선택’

 

트럼프 2기에서 반복되는 또 다른 핵심 신호는 ‘유사시 자동 개입’이라는 전통적 안보 개념에 대한 단호한 부정이다. 이는 트럼프 1기를 지나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이미 전략적으로 고착된 것이지만, 트럼프 2기 들어 그 메시지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을 포기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동 개입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다.

 

이러한 신호의 본질은 ‘억제’가 아닌 ‘관리’에 있다. 동맹국이 미국의 개입을 당연시하는 것을 차단하고, 각국이 스스로 비용과 위험을 먼저 감수하게 만드는 구조다. 즉, 위기를 억제하기보다는 발생한 위기를 미국의 이익에 맞춰 통제하겠다는 전략에 가깝다.

 

△ 신호 5. ‘설득의 언어’에서 ‘청구의 언어’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외교 언어’의 전환이다. 바이든 시기까지 유지되던 가치·규범·공동 책임에 관한 언어는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비용·기여·성과라는 계산의 언어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는 외교적 무례함이나 충동적인 표현이 아니라, 이미 제도화된 구조 위에서 더 이상의 설득은 필요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은 더 이상 방향을 함께 논의할 파트너가 아니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이제는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이 지점에서 동맹의 불만이나 국내의 정치적 제약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 수금(收金) 국면이 의미하는 것

 

트럼프 2기의 이른바 ‘수금 국면’은 동맹을 해체하려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동맹의 틀은 유지하되 그에 따르는 유지 비용을 명확히 산정함으로써, 미국의 안보 부담을 구조적으로 경감하려는 전략적 단계로 보아야 한다.

 

이 국면에서 중요한 점은 협상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전략의 방향이나 원칙을 논의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조건과 비용을 둘러싼 조정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맹국의 선택지는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부담의 크기와 방식에 대한 조정으로 축소된다.

 

△ 남는 질문

 

미국의 안보 전략은 현재 방향성을 따지기보다 철저한 계산(Calculation)을 앞세우는 단계에 있다. 이 계산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그리고 그 비용이 어느 영역에서 먼저 가시화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략도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아직은 열려 있다.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분명한 점은 하나다. 지금의 신호들이 결코 우발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이미 고정된 전략 구조가 다음 단계로 이동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에 가깝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동맹국이 치르게 될 비용의 크기 또한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원문 링크>

 

트럼프 1기 NSS (2017, PDF)

https://trumpwhitehouse.archives.gov/wp-content/uploads/2017/12/NSS-Final-12-18-2017-0905.pdf?utm_source=chatgpt.com

 

바이든 행정부 NSS (2022, PDF)

https://bidenwhitehouse.archives.gov/wp-content/uploads/2022/10/Biden-Harris-Administrations-National-Security-Strategy-10.2022.pdf

 

트럼프 2기 NSS (2025, PDF)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5/12/2025-National-Security-Strategy.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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