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원유는 점도가 높아 아스팔트용 타르만큼이나 끈적거리는 고유황 중질유(heavy crude oil, 왼쪽)다. 일반 원유(crude oil)보다 무겁고 끈적거리는 고유황 원유(중질유) 채출을 위해서는 증기를 주입해야 한다. [사진=위키피디아]
일부 국내 좌파 언론은 미국이 ‘확고한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두고 “원유를 약탈하려는 제국주의 침공”이라는 반미주의 선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국제 석유 시장의 구조와 미국 에너지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20세기식 반미주의 선동일 뿐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탐낸다”는 가정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 이후 경질유 중심의 생산·정제 구조를 완성했으며, 멕시코만의 미국 정유 시설 역시 고유황 중질유에서 벗어나 있다.
베네수엘라산(産) 원유는 황과 불순물 함량이 높은 초중질유로, 이를 처리하려면 고비용의 탈황·코킹·잔사유 고도화 시설이 필요하다. 미국 정유사에겐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계륵에 가깝다.
“원유 약탈을 위한 침공”… 중질유의 채산성 무시한 선동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던 시기는 이미 과거다. 정유 설비 전환과 환경 규제 강화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전략적으로 배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약탈을 위한 침공”이란 주장은 중질유의 채산성을 무시한 선동일 뿐이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중질유는 더 이상 ‘값싼 대안 원유’가 아니다. 캐나다산 중질유 (Western Canadian Select·WCS)는 국제 유가가 안정적이던 시기에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 (West Texas Intermediate·WTI) 대비 배럴당 10~20달러 낮게 거래됐으며, 점도가 높은 중질유는 희석제를 섞어야 운송이 가능하기에 파이프라인 병목이 심화된 시기에는 30~40달러까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었다.
미국 노스다코타나 와이오밍 등지에서 생산되는 고유황 사워 원유(Sour Crude Oil)는 저장 시설 부족과 정제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배럴당 0달러 이하, 즉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중질유의 저장·처리 비용이 수익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얹어줘야 가져간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벨트의 고유황·초중질유는 황과 금속 불순물 함량이 높아 중국·인도 일부 정유 시설에서만 처리할 수 있다. 환경 규제 강화와 제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중질유의 실질 거래 가격은 한때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져서 베네수엘라 재정 붕괴로 이어졌다.
중국, 베네수엘라 중질유의 유일한 고객
중국이 베네수엘라 중질유의 사실상 유일한 고객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에너지 수요나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정유 인프라 구조, 국가 간 부채 상환, 그리고 지정학·전략적 이해관계가 중첩된 결과다. 이 관계는 정상적인 국제 원유 거래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환경 규제 강화와 채산성 악화로 탈황·코킹·잔사유 고도화 설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경질유 중심으로 전환했다. 반면 중국은 중질유 처리 능력을 전략적으로 유지·확대해 왔다.
시노펙(Sinopec)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등 국영 정유사는 처리 후 생산되는 원유의 약 40%에 이르는 저부가 잔사유를 다시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러한 설비 투자는 막대한 자본과 장기간의 회수가 필요하다. 중국은 고유황·초중질유를 대량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어, 이것이 베네수엘라 중질유를 소화할 수 있는 최대이자 사실상 유일한 고객인 이유이다.
중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은 차관 상환 방식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만으로 중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계속 수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거래는 현금 결제가 아니라 차관 상환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중국은 2007년 이후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해 베네수엘라에 약 670억 달러(약 97조 원)를 차관해 줬고, 그 상환 수단이 원유 공급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미 집행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로이고, 베네수엘라로서는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가격 조건은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성립된다. 베네수엘라 중질유는 국제 시장에서 WTI 대비 배럴당 수십 달러의 할인을 해야 겨우 거래된다.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일반 상업 정유사라면 운송비와 정제 비용을 감안할 때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중국은 국영 해운·보험·금융 시스템을 동원해 이 비용을 내부화한다.
환경 규제도 중요한 변수다. 유럽연합(EU)·일본·한국은 EURO5·EURO6 수준의 규제로 고유황·초중질유 정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중국은 지역과 용도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다르며, 일부 중질유는 내수 산업용 연료나 비(非)수송 부문에서 활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이 규제 격차는 베네수엘라 원유가 설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틈을 제공한 셈이다.
중국의 베네수엘라 중질유 수입… 부채와 전략이 얽힌 교환 구조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계산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중질유 수입을 통해 수익보다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유지, 반미 노선 국가에 대한 전략적 지원, 자원 외교의 상징적 거점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유지하는 정치·외교적 투자에 가깝다. 이 관계는 시장 논리로 유지되는 거래가 아니라, 부채와 전략이 얽힌 교환 구조다. 그리고 이 사실 자체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이 이미 정상적인 국제 시장에서 이탈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좌파 언론들은 베네수엘라를 일방적 피해자로, 미국을 석유 약탈자로 단순화하면서, 중질유의 채산성 부존과 산업 붕괴라는 베네수엘라의 내부 요인은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진행한 무리한 정유 시설 국유화, 외국계 기술·자본 축출, 정치적 국영 석유기업 운영은 생산성 붕괴로 이어졌다. 미국의 제재 이전부터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급감했고, 정유·수송 인프라는 이미 붕괴 단계에 있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이 석유를 강탈하려고 벌인 사건”이 아니다.
스마트매틱사(社)의 선거 조작 여부도 수사 가능성
미국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가 국가 권력을 이용해 콜롬비아산 코카인과 중국산 펜타닐을 미국으로 대량 유통·판매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범죄 방조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국가 지도부를 범죄 단체로 지목한 것이다.
또한 일부 소식통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정권(Cartel de los Soles)이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는 스마트매틱사(社)의 선거 소프트웨어 코드(SAES 데이타 유틸리티 툴)가 도미니언 시스템에 도입되어 2020년 미국 대선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선거를 조작하였는지의 여부 또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