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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문제 생기면 조직부터 없애는 습관, 안보 붕괴 부른다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1-22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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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 부담 피하려는 조직 해체… 전력 공백 초래
  • 안보는 국가 생존 문제… 정권의 이해 따질 일 아냐
  • 방첩사·드론부대 해체… 국제정세와 안보 흐름에 역행
정부는 안보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기능·운영체계 점검보다 조직부터 없애는 위험한 선택을 반복해 왔다. 2012년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이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이 지휘·감독 실패에 있었음에도, 사이버전(戰)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던 부대의 권한과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 이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정교해지는 시점에 오히려 대응 능력을 스스로 약화시킨 자해적 결정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드론 엔지니어가 1인칭 시점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장관은 정예 드론부대 중 하나인 ‘마자르의 새들’의 성과를 예로 들며 드론부대의 활약은 “전쟁의 규칙을 바꾸는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안보의 균열은 총성이 아니라 책임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전쟁은 군이 수행하지만 안보 실패는 늘 정치와 행정 판단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진행된다. 

 

최근의 무인기 논란은 단순한 작전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 체계의 기초가 어떻게, 어디까지 흔들리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대통령은 국경을 넘은 정보 수집 목적의 무인기를 전쟁 행위로 규정했다. 군 작전이 아니라던 무인기가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보기관의 지원 아래 운용됐다면, 이는 단순한 위법 여부를 넘어선다. 중대 범죄로 규정한 행위의 배후에 국가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안보 실패가 아니라 안보 구조의 붕괴다.

 

논란 발생 시 조직부터 없애는 위험한 선택

 

대통령이 군(軍) 수뇌부를 향해 “왜 몰랐느냐”고 질책하는 장면은 사안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군이 정말 몰랐다면 통제 실패이고, 알고도 보고받지 못했다면 지휘 체계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국가의 안보 결정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를 ‘의혹’이나 ‘설’로 축소하는 순간, 책임은 흐려지고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일탈로 둔갑한다.

 

정부는 안보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기능·운영체계 점검보다 조직부터 없애는 위험한 선택을 반복해 왔다. 2012년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이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이 지휘·감독 실패에 있었음에도, 사이버전(戰)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던 부대의 권한과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 


이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정교해지는 시점에 오히려 대응 능력을 스스로 약화시킨 자해적 결정이었다.

 

문재인 정권 시절, 국방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 때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직 자체를 해체, 재편하는 방식으로 기무사를 없애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를 창설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대공 정보 역량 상당 부분이 사라졌고, 군 내부에서는 “정치적 논란을 덮기 위해 국가 방첩 기능을 스스로 잘라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첩사·드론부대 해체 방침… 국제정세와 안보 흐름에 역행

 

최근 정부가 방첩사 해체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군 내부 간첩 색출, 군사기밀 유출 차단, 북한 공작 대응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해 온 조직을 없애고 그 기능을 외부 기관에 넘기는 것은 군의 자주적 방첩 능력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정이고 간첩마저도 잡지 않겠다는 안보 포기 행위다. 

 

여기에 최근에는 드론부대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가 반복되고 주변국과 전쟁 중인 국가에서도 드론 전력을 미래 전력으로 판단하고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만이 논란을 이유로 드론부대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국제정세와 안보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다. 

 

무인기와 드론은 이미 현대전의 중심에 서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드론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가 됐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드론 전력을 축소하거나 해체하겠다는 것은 안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다. 문제는 드론이 아니라, 드론을 둘러싼 통제와 지휘 책임 구조다.

 

무인기·드론… 전장의 판세를 가르는 미래전의 핵심

 

드론부대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지휘 체계와 운용 원칙을 바로잡으면 된다. 조직 자체를 없애는 방식은 전력 공백만 키울 뿐이다. 드론 전력은 미래전의 핵심인데, 논란이 생겼다고 부대를 없애면 전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수사관 비리가 발생하면 경찰을 해체하고, 탈영병이 생기면 군대를 해체하겠다는 것과 같은 몰상식한 억지 논리다.

 

정보 수집 역시 마찬가지다. 핵과 미사일, 환경과 방사능 정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그 위험을 민간에게 떠넘기고 국가는 뒤로 빠지는 구조는 용납될 수 없다. 정보 수집을 위해 민간을 활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민간을 활용하면서도 지휘 라인과 책임 귀속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책임은 흐리고 권한은 분산된 구조에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단죄나 조직 해체가 아니다. 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다. 대북 무인기 운용의 법적 근거와 승인 체계를 명확히 하고, 민간 참여는 군 직할 통제 아래 두거나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드론 전력은 폐지가 아니라 재정비의 대상이며, 정보기관은 해체가 아니라 정치와 분리된 정상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혼란, 힘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 정책 선택의 결과

 

안보는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외부의 말 한마디에 전략 자산이 흔들리고, 내부 책임을 묻는 대신 조직부터 없애는 나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 안보는 결국 국민에게 위험을 안긴다. 


지금의 혼란은 힘을 제어하는 평화 정책 선택의 결과다. 그리고 힘의 뒷받침이 없는 평화 전략 선택은 반드시 국가의 신뢰성을 시험에 들게 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안보 조직을 없앨 것이 아니라, 엄중한 지휘 체계와 책임 관계를 바로 세우고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민심과 군심은 군 지도부는 정치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마지막 보루이기를 바란다. 군 지도부는 정권이 군을 희생양 삼아 긴요한 안보 전력을 스스로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직언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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