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의 화면을 살피고 있다. 2025.6.2 [사진=연합뉴스]
‘신뢰’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다
부정선거 논란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지점은 투표함이다.
누가 투표했는지(본인 확인), 어떻게 처리됐는지(전산)를 넘어, 투표지가 실제로 어디를 거쳐 어떻게 이동했고, 어떤 상태로 보관됐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 의문은 특정 사건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관외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구조적으로 누적돼 온 질문이다.
관외 사전투표의 현실적 경로
관외 사전투표지는 투표소에서 발송된 뒤, 우정사업본부의 분류·운송 체계를 거쳐 해당 선거구로 이동한다.
이후 중앙선관위가 인수해 보관하고, 개표 당일 개표장으로 다시 이동한다.
하나의 투표지는 다음 경로를 거친다.
투표소 → 우체국 분류 → 우체국 운송 → 선관위 인수 → 보관 → 개표장 이송
문제는 이 경로가 불법이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이 긴 물리적 이동 경로가 ‘검증 가능한 기록’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긴 구간, 가장 적은 기록
관외 사전투표 논란의 핵심은 우체국 그 자체가 아니다.
우체국 구간이 ‘신뢰 구간’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물류·수출·의약품 운송에서는 분류 시점, 이동 경로, 정차 시간, 인수·인계가 모두 기록된다.
그러나 관외 사전투표지는 “문제없이 처리됐다”는 설명만 반복될 뿐, 외부에서 재현 가능한 기록은 제한적이다.
가장 많은 손을 거치고, 가장 긴 시간을 이동하는 구간이 가장 기록이 부족한 구조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체육관에 마련된 남구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2025.6.3 [사진=연합뉴스]
해법은 단순하다: 전자봉인 + GPS + 체인 오브 커스터디
관외 사전투표의 이동·보관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표준적 관리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
• 전자봉인: 개봉·훼손 여부가 자동 기록
• GPS 추적: 이동 경로·정차 시간의 객관적 기록
• 체인 오브 커스터디(CoC): 인수·보관·이송 전 과정의 연속 기록
이 세 가지를 결합하면, 투표함이 언제 어디서 누구의 책임 아래 어떤 상태였는지가 사후에 재현된다.
이는 ‘감시’가 아니라 상태의 기록이다.
우체국 권한 침해가 아닌, 책임 분리
이런 기록 시스템은 우체국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우체국은 기존과 동일하게 분류·운송을 수행한다.
차이는 단 하나, 그 과정이 자동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판단도, 개입도 없다. 오직 이동과 상태만 남는다.
이 방식은 오히려 우체국과 선관위 모두를 보호한다.
설명 책임을 개인이나 기관이 떠안는 대신, 기록이 말하도록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보관 이후도 하나의 체인으로 묶여야 한다
우체국 구간이 끝나면 선관위가 투표함을 인수해 보관한다. 이후 보관 장소 출입 기록, CCTV 영상, 봉인 상태 점검, 개표장 이송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체인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우체국 구간만 기록되고, 선관위 구간이 비어도 안 되고,반대로 선관위 구간만 기록되고 우체국 구간이 비어도 안 된다.
체인은 끊기지 않을 때만 체인이다.
물리적 관리 없이는 전산 검증도 완성되지 않는다 전산 기록이 아무리 정교해도, 물리적 이동·보관 기록이 없다면 논란은 끝나지 않는다.
투표는 데이터이기 이전에 물리적 행위다.
전산과 투표함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③ 전산 시스템 논의는 ④ 투표함 이동·보관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투표함 문제의 본질은 ‘불신’이 아니다 투표함 논란은 국민의 불신이 과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검증 가능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기록이 있으면, 의혹은 질문으로 바뀌고 질문은 검증으로 닫힌다.
기록이 없으면, 어떤 설명도 끝나지 않는다.
<다음 편 예고>
⑤ 기록 보관 주체 — 누가 기록을 갖는가가 신뢰를 결정한다
선관위도, 수사기관도 아닌 제3자가 기록을 보관해야 하는 이유. 감사원과 국회의 역할을 중심으로, 제도의 마지막 고리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