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이라크 아르빌 외곽의 한 기지에서 이란계 쿠르드족 정당인 쿠르드자유당(PAK) 소속 전사들이 훈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세와 맞물려 지상전에 투입됐다는 정황 속에 쿠르드족이 전투에 활용할 차량을 대량 구매했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5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도시 아르빌의 한 자동차 대리점주는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가 '도요타 랜드크루저 LC71' 차량 50대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 구매는 쿠르드족이 미국, 이스라엘 정부와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는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날인 지난 3일 이뤄졌다.
차량 구매 목적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이 차량은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사륜구동 모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지대는 산악 지역에 있다.
CNN은 점주의 신변 보호를 위해 차량을 구매한 민병대 그룹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도요타 랜드크루저 LC71 [도요타 홈페이지 캡처]
이런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쿠르드족 분파들과 잇따라 접촉해 대이란 지상전 참여를 전제로 미국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최근 쿠르드족 분파 지도자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란 성향 이란계 쿠르드족이 이란 서부 지역을 장악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폭적인 공중 지원"을 제안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의 주요 정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의 한 고위 관계자는 WP에 "미국은 이라크 쿠르드족에게 이라크 내에서 결집 중인 이란계 쿠르드 단체들의 길을 열어주고 군수 지원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PUK 지도자 바펠 탈라바니와의 통화에서 쿠르드족이 미국 및 이스라엘 편에 설지, 이란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한다고 명확히 말했다고 한다.
다른 주요 정당인 쿠르드민주당(KDP)의 고위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수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말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일부 온건파 쿠르드 지도자들은 강대국의 대리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르드계인 이라크 영부인 샤나즈 이브라힘 아흐메드 여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쿠르드족의 대이란 전투 투입설에 "쿠르드족을 내버려 달라"며 "우리는 고용되는 총잡이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5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이 미국,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 내부에서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쿠르드족 병력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공격작전에 착수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쿠르드족의 개입 여부가 전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쿠르드족은 인구 3천만∼4천만명 규모로, 이란, 이라크, 튀르키예,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면서 박해와 탄압을 견디며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지역 내 쿠르드 민병대와 협력해온 오랜 역사가 있지만, 때로는 전략적 가치가 다하면 이들을 저버리기도 했다.
샤나즈 여사는 이 같은 역사를 언급하며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마침내 삶의 안정과 존엄성을 어느 정도 성취했다"며 "세계 강대국들에 의해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라크 쿠르드족 공식 지도부인 쿠르드 자치정부(KRG)는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쿠르드 세력을 대이란 지상전에 투입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자치정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지역 내 전쟁과 긴장을 확대하려는 어떠한 캠페인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