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이 2회 말 3실점 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6.3.14 mon@yna.co.kr21세기 한국 최고의 투수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제는 마지막인 것 같다"며 "끝맺음이 아쉽지만, 이렇게 대표팀에 복귀해 후배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래 16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류현진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WBC 8강전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4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해 패전 투수가 됐다.
우리나라는 도미니카공화국의 강타선을 견디지 못하고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로 대회를 마감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 관해 "아쉽고 또 아쉽다"며 "졌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 야수들이 적응할 시간을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또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큰 무대를 뛴 것은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펼쳐질 많은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 경기를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2회 말 1사 1루 때 첫 실점을 허용한 류현진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6.3.14 mon@yna.co.kr
류현진은 '현재 대표팀에 후계자로 꼽을 만한 투수가 없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취재진 말에 "그렇지 않다"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 큰 공부가 될 것이다. 한국 야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를 위해 오랜 세월 헌신했다.
2006년 프로 데뷔 반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돼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캐나다를 상대로 무려 126개의 공을 던지며 1-0 완봉승을 거두는 등 헌신적으로 던졌다.
그는 쿠바와 결승전에도 선발 등판해 우승에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길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09 WBC에선 선발로 2경기, 불펜으로 3경기에 등판하며 준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류현진은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3년 MLB에 진출한 뒤 팔꿈치 수술, 어깨 수술 등 선수 인생을 좌우할 굵직한 변수와 싸우느라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불혹을 앞둔 나이에 조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표팀의 일원으로는 16년만, WBC 무대는 17년 만에 복귀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이 2회 말 역투하고 있다. 2026.3.14 mon@yna.co.kr
류현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준준결승에서 다시 한번 무거운 책무를 받아들였다.
그는 이 경기를 대표팀 마지막 등판으로 일찌감치 삼고 준비했다.
1회는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은 상대 팀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시속 113㎞ 저속 커브로 허를 찌르며 루킹 삼진을 잡았다.
큰 산을 넘은 류현진은 후속 타자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모두 내야 땅볼로 요리하고 삼자 범퇴로 1회를 마쳤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5회말 한국의 류현진과 노경은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3.14 yatoya@yna.co.kr
그러나 0-0으로 맞선 2회가 문제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강타자들은 풀스윙 대신 콘택트에 집중하며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은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에게 볼넷을 내줬고, 후속 타자 매니 마차도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았으나 후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 레이스)에게 좌익선상 적시 3루타를 얻어맞았다.
류현진은 낮은 커브를 던졌고, 카미네로는 마치 골프를 치듯 현란한 스윙 기술로 안타를 만들었다.
류현진이 잘 던졌지만, 카미네로는 더 잘 쳤다.
이때 1루 주자 게레로 주니어는 2, 3루를 지나 포수 박동원(LG 트윈스)의 태그를 피해 몸을 날려 홈을 찍었다.
선취점을 내준 류현진은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고, 그 사이 3루 주자 카미네로가 홈을 밟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2회말 3실점을 한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6.3.14 yatoya@yna.co.kr
류현진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아구스틴 라미레스(마이애미 말린스)에게 볼넷, 헤랄도 페르도모(애리조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 위기에 놓였고, 타티스 주니어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노경은(SSG 랜더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류현진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