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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시선 [3] 임요희 ‘나무 한 그루는 계단 한 그루’
  • 임요희 시인
  • 등록 2026-03-15 18: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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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는 계단 한 그루


나무 한 그루는 계단 한 그루 

셀 수 없이 많은 계단을 따라

햇살과 구름이, 바람과 안개가 걸어 내려오네 

물결치며 구부러지며 끝도 없이 펼쳐진 계단을 따라

후투티는 북소리를 옮기고

황금새는 어스름 저녁을 나르지 

누가 놓친 도시락 보따리일까 계단을 따라

툭툭툭 굴러떨어지는 도토리 한 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자기 몸을 착착 접어 지상으로 걸어 내려오는 

계단 한 그루 

모두가 잠든 세상 흰 눈밭으로 

가만가만 퍼지는 피아노 소리 

거기 누가 있나요? 

언 땅 밑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는 

계단 한 그루가 꿈꾸는 봄의 소나타

딩동댕동댕

 



◆ 임요희

 

시인, 소설가, 숲해설가, 여행작가. 2010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리얼홍콩’(공저) ‘눈쇼’ ‘버건디 여행사전’ ‘오늘도 무사히’ ‘지식키워드164’ ‘소설 도문대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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