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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의 난중일기] ‘바깥’ 없는 블록 체제의 부정선거
  • 방민호 교수
  • 등록 2026-03-15 21: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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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훼손은 국민의 정치적 공간 빼앗는 것

선거 훼손은 국민의 정치적 공간을 빼앗는다. 

정의나 자유는 지금 상상과 가설과 소망 속에서나 온전하다. 현실은 추악하고 끔찍하다. 언제 국민은 주권을 회복할 수 있나? 도대체 지금 ‘국민 주권’은 어떤 의미가 있나?

 

국가의 주인은 국민! 국민이 모든 것 결정해야

 

홉스(Tomas Hobbs)는 ‘리바이어던(Leviathan, 1651)’에서 절대적 주권을 가진 국가 권력을 말했다. 

 

‘자연 상태(state of nature)’의 인간은 ‘만인 대 만인의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으로 고통스러웠다. 인간은, “고독하고, 가난하며, 비참하고, 잔인하며, ‘순식간’이었다.(solitary, poor, nasty, brutish, and short)” 인간은 파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 자신들의 권리를 하나의 권력에 위임하며 평화를 구했다. 이른바 사회계약설이다. 

 

필자는 이를 그대로는 믿지 않는다. 국가는 계약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괴물’이다. 투쟁의 도구이자 평화의 방법이고 외부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는 체제였다. 

 

이 국가의 권력을 가진 자를 주권자라 한다. 옛날에는 군주와 귀족들이 주권자였다. 지금은 국민이고 국민이어야 한다. 이른바 ‘국민 주권’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 주권’의 ‘국민국가’다. 

 

21세기다. 이 국민국가는 더 이상 ‘독립적’이지 않다. 네그리·하트의 ‘제국(Empire, 2000)’은 말한다. 세계화 이후 세상은 ‘제국’ 제체로 변했다. 

 

로마제국 같은 제국이 아니다. 레닌이 말한 ‘제국주의’(Imperialism, the Highest Stage of Capitalism)와도 같지 않다. ‘제국주의’는 근대 주권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의 시대, 세계 분할의 과정이었다. 지금 세계는 ‘제국’ 그 자체다. 이 제국의 ‘바깥(outside)’은 없다. 

 

이 ‘제국’ 체제에 여러 개의 경쟁적 ‘주권 블록(연합)’들이 있다. 미국 중심, 유럽 중심, 러시아 중심, 중국 중심의 ‘주권 블록’들이다. 이 주권 블록에 속한 국가들은 서로 기대고 의지한다. 

 

블록화된 제국에 속한 국가들은 국제기구, 금융 네트워크, 군사동맹, 다국적기업 등에서 서로 뒤얽혀 있다. 계층, ‘하이어러키’는 있으나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지배와 수탈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블록 나름이다. 이 제국 체제 속에서 개별적 국민국가의 국민 주권의 원리는 약화되고 제한된다. 제국의 블록 형성·유지 기제들은 각국의 주권을 제약한다. 미국이라 해도 한국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의 주권은 서로 기대며 의지하고 있다. 국가기구들, 정당들, 사회단체들은 블록화된 체제의 메커니즘에 연계되어 있고, 국민들은 이 체제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표현하고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갖지 못한다. 

 

선거는 국민주권 원리의 기본 

 

이런 상황에서 선거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치요 수단이다. 국민의 공론이 모일 수 있는 계기이자 현장이다. 

 

국민은 제국적 권력 구조 속에서도 선거를 통해서 제약 많은 국가의 정책에 힘을 행사하고 국가가 속한 블록체제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의 훼손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 공간의 축소, 왜곡, 오염, 전도를 의미한다. 국민의 의사, 사회적 요구, 집단의 의지들이 투명함을 잃는다.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난행을 일삼게 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러하다. 

 

부정선거에 토대한 한국 정치는 국민의 진정한 요구와 거리가 멀다. 여론조사는 부정선거의 ‘빌드 업(build up)’이요, 언론은 국민의 체념 조성용이다.

 

무엇보다, ‘제국’ 시대의 선거 훼손은 국가를 국민이 원치 않는 ‘블록 체제’에 접근하도록 한다. 귀속되도록 한다. 지금 부정선거로 집권한 세력은 한국을 미국 중심의 블록체제로부터 급속히 이탈시켜 전혀 다른 체제에 귀속시키려 한다. 훼손된, 부정한 선거의 직접적인 결과다. 

 

또한, 지난 9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법률이 국회라는 ‘자동 통과 기계’를 통해 만들어졌던가? 국민이 불과 몇십만 원씩 나누어 준다는 스피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귀를 막는 사이에 나라 예산은 어디로 어떻게 쓰이고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군인들이 퇴직금을 못 받느니 연기되었다니 하는 소리가 기가 막히지 않던가? 지금 감옥에 계신 분이 연설할 때 ‘국민 약탈’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무슨 소린가 했었다. 지금 이 말이 실감 난다. 국민은 지금 ‘약탈당하고’ 있다. 실로 국가가 ‘약탈’의 도구가 되어 있다. 

 

“선관위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막바지 국면, 2023년 3월8일, 의정부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감옥에 계신 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상적인 선관위가 맞습니까? 나라가 곪아 터지고 멍들어도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여러분.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립 지키고 살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다른 곳은 썩어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이 나라는 이미 어떤 세력의 힘이 너무나 깊게 똬리를 틀었다. 이 나라의 언론은 알아야 할 것은 알리지 않는다. 

 

그의 외침과 경고는 그를 향한 무수한 비판과 공격, 왜곡된 선전에 묻혀 잊혀졌다. 옳은 소리가 전파를 탈 수 없고, 정의의 사람들이 설 곳을 잃는다. 현실을 바로 보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린다.

 

바뀔 것이라 믿는다. 그네들에게는 ‘임박한 파국(impending catastrophe)’이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 새벽이 가까운 ‘진리’를 믿는다. 베네수엘라 다음은 이란, 이란 다음은? 언론들은 북한이다, 쿠바다, 자문자답을 한다. 

 

늘 그렇듯 여기서도 핵심을 피해 간다. 다음은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순서가 되어야 한다. ‘제국’의 블록체제, 미국은 한국에 ‘긴박’되어 있다. 미국에 가장 급한 것이 이 나라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 방민호 교수

 

문학박사, 서울대 국문과 교수. 계간문학잡지 ‘맥’ 편집주간(2022년~)이자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연인 심청’(2015), ‘통증의 언어’(2019), ‘한국비평에 다시 묻는다’(2021), 서울문학기행(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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