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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노동자 "신원위장하면 美 IT업체도 취업…외화벌이 85% 송금"-
  • 연합뉴스
  • 등록 2025-08-03 10:58:23
  • 수정 2025-08-03 10: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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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남성 인터뷰…中→헝가리·튀르키예→유럽·미국 '다단계' 신분세탁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보기술(IT)제품 전시회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보기술(IT)제품 전시회. 연합뉴스

북한에서 중국으로 파견된 후 '다단계 위장 신원'으로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에 취업해 원격근무로 외화벌이를 했던 북한 출신 정보기술(IT) 노동자의 사연을 영국 B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BBC는 이 인물을 영상통화로 직접 인터뷰했으며 신원 보호를 위해 기사에는 '진수'라는 가명을 썼다고 설명했다.


진수는 중국에서 일하면서 원격근무로 미국과 유럽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따내 매월 최소한 5천 달러(700만 원)을 벌어왔다며 함께 일한 동료 중에는 훨씬 더 많은 벌어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진수는 그와 동료들이 보통 10명씩 팀을 이뤄 일했다고 말했다.


진수는 벌어온 돈의 85%가 북한으로 갔다며 "강도행위 같다는 것을 우리도 알지만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래도 북한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진수처럼 중국과 러시아, 혹은 아프리카나 다른 해외 지역으로 파견돼 이런 방법으로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북한 IT 노동자는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4년 3월에 나온 유엔 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북한을 위해 벌어들이는 금액은 연간 2억5000만∼6억 달러(3500억∼8300억 원)로 추정된다.


북한이 IT 노동자들을 외국에 보내 놓고 일을 시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북한 내에서는 인터넷 접근이 제한돼 있으나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일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의 기업에서 원격근무 일감을 따내려면 지원자가 서방권 출신이고 서방권에 사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필수다. 보수도 훨씬 후해질뿐만 아니라, 서방 측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신분 세탁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일단 중국인으로 위장해 헝가리·튀르키예 등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수입의 일정 비율을 줄 테니 신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동유럽인이나 튀르키예인 신원을 빌린 후에는 이런 1차 위장 신원을 내세워서 마찬가지 수법으로 서유럽인들 신원을 빌려서 '2차 위장 신원'을 만든다.


이후 필요하면 영국·미국 시민이나 거주자 등으로 3·4차 위장 신원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다단계 방식으로 만든 위장 신원으로 미국과 유럽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취업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IT 노동자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도와주기도 한다.


진수는 "만약 프로필에 '아시아인 얼굴'을 올려두면 절대로 취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몇 년간 거주하면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이고 "감금돼 있다는 느낌"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외출이 금지됐고 항상 실내에만 있어야 했다"며 "운동도 못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진수는 그러나 외국에 살고 있으면 북한에 살 때보다는 서방 매체를 접하기가 쉽다며 "진짜 세계를 보게 된다. 우리가 외국에 나와 있으면 북한 내부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경우처럼 북한 정권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진수는 설명했다.


그는 "그냥 돈을 가지고 귀국하는 경우가 많고, 탈북을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진수는 요즘은 여러 개의 가짜 신원을 동원해 여러 기업에 중복취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당국을 위해 일할 때보다 벌어오는 돈은 줄었지만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돈은 오히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법적 일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 익숙해졌는데, 이제는 열심히 노동해서 떳떳하게 돈을 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외화벌이 일꾼으로 약 10만명을 중국·러시아 등으로 내보내 공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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