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변호사와 2025년 1월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직원 전용 출입구가 폐쇄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부지법 명의로 신평 변호사(명예훼손 혐의)를 고발한 사건의 차회 재판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평 변호사 측은 6월17일 공판을 앞두고 법원에 변론서를 제출했다고 29일 알려왔다.
지난 2025년 1월19일 새벽,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명시한 사유는 단 15자,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음”이 전부였다.
국민의 거센 설명 요구에도 철벽같은 침묵을 지키던 사법부가, 영장 심사의 공정성을 비판한 원로 법조인 신평 변호사를 향해서는 ‘법원 조직 명의 고발’이라는 이례적인 칼날을 빼 들어 사법권 남용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법원의 국민 요구 묵살에 총대 멘 원로 변호사
사태의 발단은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영장 발부라는 막중한 결정임에도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사실관계 검토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였다.
정보의 공백 속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절차적 정당성 부재”를 규탄했고, 서부지법 정문이 파손되는 등 일촉측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권한은 행사되었으되 ‘설명에 대한 책임’은 실종된 사법 행정의 단면이었다.
그러나 언론도 법조계도 이에 대해 모두 잠잠했다. 이에 헌법학자이자 법관 출신인 신평 변호사가 앞으로 나섰다. 신 변호사는 당시 온라인에 급속도로 확산하던 루머를 바탕으로 “차은경 판사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해 공정성 우려가 있으며, 회피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의 공적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이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자, 신 변호사는 당일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정정과 공개 사과를 표명했다.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의 고의가 전혀 없었음을 행동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례적인 ‘법원 조직 명의 고발’… 꼼수 논란 확산
그럼에도 서울서부지법은 판사 개인이 아닌 ‘법원 명의 고발’이라는 극단적 절차를 썼다. 차은경 판사는 고소인 전면에 나서는 대신 “처벌을 원한다”는 서면만 제출했고, 서부지법 권한대행이 직접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총무과장이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온라인 악플만 모아 차은경 판사에게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이를 언론에 유포해 고발장의 입장만 반영한 기사가 하룻밤 사이 70개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 있었다.
신평 변호사 측은 “피해 당사자인 판사가 직접 고소하면 명백한 사과 정황과 허위 인식 부재로 인해 향후 무고죄 책임을 질 수 있으니, 이를 회피하기 위해 법원 조직 뒤에 숨은 것”이라며 “피고인의 적법한 방어권과 역고소 권리를 원천 차단한 구조적 편법이자 교활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변론요지서로 본 법적 공방의 핵심 쟁점
최근 법원에 제출된 피고인 신평 변호사 측 변론요지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명예훼손 시비를 넘어 국가기관의 고발 자격 및 사법 비평의 자유라는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다루고 있다. 변호인 측이 제시한 핵심 항변은 공소기각과 무죄판결의 두 갈래로 나뉜다.
구분 | 핵심 항변 내용(형사소송법 및 판례 기준) |
공소기각 사유 (절차적 위법) | 대법원 판례(2016도14995)상 정부나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도, 형사소송법상 고발의 주체(‘누구든지’)도 될 수 없음. 또한 내부 판사회의 등 의사수렴 없이 법원장 직무대행이 참칭하여 행한 고발이므로 절차상 원천 무효임. |
무죄판결 사유 (구성요건 부존재) | 게시 당시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동명이인 오인 정황), 댓글 제보 즉시 및 대법원 발표 직후 당일 2차례나 즉각 자발적 사과와 정정을 이행함. 비방 목적이 아닌 사법부 공정성 감시라는 ‘공공의 이익’ 목적이 뚜렷함. |
‘선택적 정의’에 분노하는 민심… 사법부는 본령 돌아봐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사법부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지식인의 입을 막기 위해 조직 권력을 사유화한 나쁜 선례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 중대사에는 15자짜리 단 한 줄의 사유로 입을 닫으면서, 판사 개인의 감정적 앙갚음에는 법원 조직 전체가 호위무사로 나서는 ‘선택적 정의’와 ‘비대칭적 대응’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변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일부 법관들의 오만한 특권 의식과 사법 권력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면서도, “묵묵히 법을 수호하는 대다수의 정직한 법관들이 있기에 사법 정의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법부 내부의 공정한 이성을 기대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권력 행사의 무게만큼 설명의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 법원이 이번 재판을 통해 사법 신뢰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