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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곤 칼럼] 과정이 오염된 민주주의, 지독한 독재의 서막
  • 민병곤 작가
  • 등록 2026-06-16 1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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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 국민이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며 총궐기하고 있는 게 안 보이나? " Ⓒ한미일보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로 권력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권력을 얻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국민의 정신적 ‘신뢰’라는 기반 위에 구축된다.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운 문화 역시,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과 그 ‘믿음’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전제가 무너진다면 민주주의는 제도만 남은 빈껍데기이자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로 ‘공통의 신뢰’를 꼽았다. 국가도, 화폐도, 법률도 결국은 다수가 공유하는 정신적 신뢰 체계 위에서 작동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민주주의를 단순한 정치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역시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단순한 다수결의 결과가 아니라 공개적인 토론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과정과 절차는 뒷전이고 결과에만 집착한 공동체가 어떻게 멸망했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고대 로마제국은 정당한 절차적 수단을 짓밟은 정치가들의 암투 속에서 결국 카이사르의 독재와 공화정 파멸이라는 비극을 맞이했다. 20세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또한 가장 민주적이라 평가받던 체제였으나, 맹목적인 다수결의 허점을 찔려 인류 최악의 독재자 히틀러를 잉태한 채 몰락했다.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염된 과정은 결국 세계사적 독재로 귀결됐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우리 역시 이미 66년 전, 3·15부정선거로 신성한 참정권이 훼손됐고 수많은 희생으로 이를 저지했던 4·19혁명의 역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6·3선거 이후 나타나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자괴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과 미심쩍은 선거관리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나와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고 있고 이는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전국 대학생들 또한 앞다투어 ‘참정권 유린’에 대한 시국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치권은 국민과는 전혀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이 제기한 선거 과정의 오염에는 관심 없고 오직 아전인수식 당권 투쟁에만 매몰돼 있다. 

 

국민의힘은 비당권파가 연일 장동혁 당대표 때리기에 나서며 당내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과정의 결함을 검증하기보다 ‘친명’과 ‘친청’ 세력으로 갈라진 당권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국민이 제기하는 본질적 물음은 뒷전인 채 당권 경쟁에만 매몰된 작금의 현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습이다. 대의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자유민주주의 중 최고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이며, 그 맨 앞에 선 가장 강력한 수단은 대의정치인을 선택하는 ‘선거’ 행위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가장 실체적으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의 문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명확하다. 부정선거를 척결하며 국민의 참정권을 수호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지난 2020년 4·15총선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대적 과제를 망각한 행태이며 스스로 헌법을 수호하는 정치인이기를 포기한 것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처사다. 

 

더욱 참담한 것은 책임 당국이 나서 주권자의 신성한 참정권 훼손 의혹을 ‘음모론’이라 치부하고 사태를 노골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참정권을 요구하는 주권자를 음모론자로 낙인찍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둑에 구멍을 내는 행위이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축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참가자 모두가 규칙의 공정성을 믿고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개입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고 편파적인 심판이 횡행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불신과 분열이 난무하는 ‘광란의 춤판’이 될 뿐이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이 행사한 소중한 한 표가 공정하게 반영되었다는 확신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행정부든 선관위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믿음으로 숨을 쉰다. 

 

민주주의, 그 과정의 오염과 왜곡은 오직 지독한 독재자를 낳았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민병곤 작가 

 

정치다큐멘터리 작가 

국민의힘 충남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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