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후보에게 환수해야 할 선거비용 236억원을 거둬들이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5억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졌다.
◇ 반환명령 273억 중 236억 미회수…10년 넘은 체납도 23건
21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기준 선거비용 보전금·기탁금 반환명령을 받고도 완납하지 않은 사람은 86명, 미반환액은 236억6천11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에 대한 반환명령액은 총 273억5천421만원으로, 돌려받아야 할 금액의 86.5%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셈이다.
선거비용 보전금은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은 후보자에게 선거운동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득표율 10%를 넘기면 선거 비용의 절반을, 15%를 넘기면 전액을 돌려받는다.
또 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등 선거범죄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기탁금과 보전금을 30일 내 전액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반환명령이 내려진 지 10년 이상 지난 장기 체납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5년까지 반환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미반환액이 남아있는 사례는 23건, 총 112억9천81만원에 달했다. 전체 미반환액의 47.7%를 차지하는 규모다.
대표적으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당선 무효형 확정으로 2012년 10월 선거비용 반환명령을 받았지만, 반환 명령액 35억3천749만원 중 31억4천301만원이 그대로 남은 상태다.
이런 장기 미납 상태로 2024년 교육감 보궐선거에 또 출마하며 선거비용 미반환자의 재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른바 '곽노현 방지법'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매달 연금이 압류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약 4억원을 변제했다"며 "계속 변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하는 유권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회수 책임 분산에 환수 난항…제도 개선 입법 표류
문제는 반환명령 이후에도 장기간 환수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선거비용 반환금은 세무 당국이 절차에 따라 징수하지만, 선관위 역시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한 소송 제기 등 채권 관리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간 미반환금은 35억7천400만원에 달한다. 선거비용 반환채권에는 국가재정법상 5년의 시효가 적용된다.
선관위는 2019년부터 시효 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 이후 시효가 완성된 미반환 사례는 3건, 1억9천800만원이라고 해명했다.
대부분이 2019년 이전에 발생한 일이란 취지다. 현재 시효 연장을 위해 진행 중인 재판은 1건이다.
선관위는 "반환명령 후 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하고 있으나 압류할 재산이 없는 경우 미반환금이 발생한다"며 "선거마다 반환 대상이 새롭게 생겨 미반환금이 누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관위는 선거범죄로 기소ㆍ고발된 후보자에 대한 선거비용 보전 유예 제도 등을 국회에 제안해왔다. 반환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선관위와 국세청 등 여러 기관에 회수 업무가 분산돼 있어 실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회수 주체와 처리 기한을 법률로 명확히 하고,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