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3보] ‘영장 기각’ 올다르크 “자유 위해 더 싸울 것… 김건희 여사 고충 생각” 첫 심경 밝혀
일명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다르크)’ 30대 여성 A씨는 21일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직후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나보다 더 귀하신 김건희 여사는 얼마나 더 불편하실까 생각하게 됐다”고 투옥 중인 김 여사의 안위를 물으며 담대하게 소회를 전했다. 그녀는 지난 6·3 부정선거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 대한 공권력의 위력 진입에 맞서 홀로 투표함의 무결성을 지켜내면서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문막녀(문을 막은 여성)’ ‘올공녀(올림픽공원 여성)’ ‘성조기녀(성조기를 두른 여성)’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애국 진영 내에서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법안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 대표 직무대행,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2026.7.21 [사진=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법을 7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특검 도입에 뜻을 모았다는 점만 보면 정치가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합의문을 국정조사 계획서와 나란히 놓으면 단순한 협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드러난다.
국정조사 단계에서 내걸었던 ‘국민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 개혁’은 특검법 명칭에서 사라졌다. 대신 사건은 ‘선거관리 부실 사태’로 규정됐다. 강제수사권을 가진 특검이라는 더 강한 수단을 도입하면서도 규명하려는 대상은 오히려 약해진 것이다.
특검 후보를 거르는 ‘국민추천위원회’ 위원 6명은 여야가 3명씩 지명한다. 여야가 대통령에게 올릴 후보 2명을 합의로 정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한다.
여기서 여야의 책임은 투표용지 인쇄와 공급에 대한 직접적인 행정 책임이 아니다. 선관위를 감시하고 선거제도를 정비하며 반복된 관리 실패를 막아야 할 정치적·제도적 책임이다.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치권이 사건의 이름과 수사 범위를 정하고 특검 후보까지 압축하는 구조다.
이번 타결이 진상 규명을 위한 합의인지, 정치권이 진실의 범위와 특검 주도권을 나눠 가진 축소 야합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참정권 침해’에서 ‘관리 부실’로
국회가 지난 6월 구성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였다.
당시 국회는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을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국민의 헌법상 선거권이 침해된 문제로 규정했다. 선거관리 제도와 조직을 개혁하겠다는 목적도 명칭에 넣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 명칭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관리 부실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국민 참정권 침해’는 ‘선거관리 부실’로 바뀌고 ‘선거관리 개혁’은 빠졌다. 이는 단순한 문구 축약이 아니다.
‘참정권 침해’는 실제로 투표하지 못한 국민이 있었는지, 투표 중단과 지연이 선거권과 선거의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헌법적 표현이다. 반면 ‘선거관리 부실’은 사건을 행정기관의 무능과 과실, 업무상 착오의 범주에서 바라보는 표현이다.
더구나 법안명은 ‘선거관리 부실 의혹’이 아니라 ‘선거관리 부실 사태’라고 적었다. 관리 부실이 있었다는 판단을 먼저 내리고 특검에는 원인과 책임 정도를 확인하도록 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고의적인 직무유기와 조직적 은폐, 사후 자료 훼손, 선거 결과와 국민 신뢰에 미친 영향은 명칭 밖으로 밀려났다.
법안명이 수사 범위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조문에 고의성과 조직성, 은폐 의혹, 참정권 침해 여부가 폭넓게 담기면 명칭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의 명칭은 입법 목적과 국회가 사건을 바라보는 기본 인식을 드러낸다. 국정조사에서 헌법상 권리 침해와 구조 개혁을 내걸었던 여야가 특검 단계에서 이를 행정상 관리 실패로 낮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수사 수단은 강해졌는데 규명 대상은 약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책임 주체들이 특검의 입구를 설계
선거관리의 직접적인 행정 책임은 대통령이나 정당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있다. 그렇다고 여야가 정치적·제도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회는 선거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선관위의 예산과 제도를 심사하며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선관위를 견제한다. 정당은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 결과를 통해 권력을 얻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 여야가 ‘국민 참정권 침해’를 특검법에서 지우고 수사 범위를 협상하며 특검 후보 선정의 주도권까지 갖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책임 규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치권이 특검의 입구를 설계하는 셈이다.
국민 없는 ‘국민추천위원회’
합의안에 따르면 양대 교섭단체는 국민추천위원 6명을 각각 3명씩 지명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특검 후보를 각각 3명씩 추천하면 추천위가 6명 가운데 2명을 여야 합의로 대통령에게 올린다.
국민이 추천위원을 선출하거나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는 없다. 외부 법조단체가 1차 후보군을 구성하지만 최종 관문은 다시 정치권이 쥔다. 실질적으로는 ‘여야 공동추천위원회’에 가깝다.
물론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렇다면 국민추천위라는 명칭에 걸맞게 추천위원 명단과 선정 기준, 후보 심사 기준, 합의 불발 과정과 후보별 찬반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
추천위원이 정당의 대리인으로 움직이는지,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지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록과 의결 결과를 비공개로 두고 최종 후보만 발표한다면 국민은 어떤 후보가 왜 배제됐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과정과 책임은 감춘다면 명칭은 정치적 포장에 그친다.
상호 거부권인가, 상호 지연권인가
이번 합의로 양당은 상대가 선호하는 후보를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갖는다. 어느 한쪽이 특검을 독점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중립성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추천위가 후보 2명에 합의하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올릴 명단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보를 다시 추천받아도 여야가 또 합의하지 못하면 교착은 반복된다.
그렇다면 특검 출범이 늦어졌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를, 야당은 여당의 방탄을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지연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라면 특검 출범 시점은 정치적 계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종 법안에는 추천 완료 시한과 재추천 횟수, 합의 불발 시 대체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 추천위원 명단과 회의 과정도 공개해 어느 쪽이 어떤 이유로 합의를 막았는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언제 책임선에 들어서는가
대통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직접적인 행정 책임선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선관위는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복수 후보 중 1명을 선택하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정치적 책임선에 들어선다. 정해진 한 사람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른다면 판단과 재량이 개입된다.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특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부실 수사나 편향 시비가 불거져도 “여야가 추천했다”며 책임선 밖으로 물러설 수 없다. 두 후보 중 누구를 택했고 왜 다른 후보를 배제했는지도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생긴다.
반대로 대통령의 역할이 형식적이라면 여야는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게 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기존 특검의 전례만으로 이번 임명 방식의 정당성이 자동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전례는 절차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책임을 면제하지는 않는다.
본말전도, 수사 범위보다 임명 구조부터 합의
여야는 특검 추천 구조와 7월 임시국회 처리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수사 범위와 기간, 수사팀 규모는 후속 협상으로 미뤘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특검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디까지 수사하고 누구의 책임을 묻는지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과 인쇄 물량 결정, 선관위 지휘부의 보고·지시, 투표 중단과 추가 용지 공급, 투표함 이송, 자료 보존과 제출 과정을 수사해야 한다. 사태 발생 이후 축소·은폐나 위증, 증거 훼손 의혹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조사에서 규명하겠다고 했던 국민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 개혁이 특검 수사에서도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수사의 본체를 비워둔 채 법안 명칭을 ‘관리 부실’로 낮추고 후보 거부권부터 나눠 가졌다.
합의인가, 야합인가
정치는 협상이고 입법에는 타협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수용하고 국민의힘이 야당 단독 추천 요구에서 물러나 상호 견제 구조를 만든 것을 모두 야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타협이 국민을 위한 합의로 인정받으려면 최종 법안은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국정조사에서 내걸었던 ‘국민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 개혁’을 왜 특검법 명칭에서 삭제했는가. 선관위 감시·개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야가 왜 국민추천위원 전원을 지명하는가. 합의 불발로 특검이 지연될 때 누가 책임지는가. 대통령이 최종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무엇인가.
최종 법안에 참정권 침해 여부를 폭넓게 수사할 권한과 충분한 기간·인력, 자료 제출과 증거 보존 의무가 담겨야 한다. 후보 추천 시한과 대체 절차, 추천 과정의 공개 원칙도 마련돼야 한다.
반대로 ‘참정권 침해’는 지우고 ‘관리 부실’만 남긴 채 여야가 후보 거부권을 나눠 갖고 대통령에게 최종 선택권을 주는 구조만 확정한다면, 이는 수사의 출발선을 낮추고 지연 책임을 서로 떠넘길 수 있도록 만든 축소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검의 주인은 여야도 대통령도 아니다. 투표할 권리를 침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국민이다. 국민의 이름을 붙인 추천위원회라면 과정과 책임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를 지연하면 누가 어떤 후보를 왜 막았는지 밝혀야 하고, 대통령이 최종 후보를 선택하면 그 이유와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특검의 문고리를 정치권이 쥐더라도 그 문이 누구를 위해 열리는지는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