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직자가 2026년 6월 1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선거소청장을 선관위 관계자에게 제출하고 있다. 선거소청은 지방선거의 효력을 법원에서 다투기 전에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접수된 선거소청 사건들에 대한 첫 정식 심리를 열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직접 구두변론에 나서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 전산 수치 수정 문제를 제기하며 선관위가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소청의 의미를 선거무효와 재선거 가능성에만 한정해서는 절차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선거소청 심사는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갖습니다.
첫째, 선거의 효력을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 다시 다툴 수 있게 하는 법적 효과입니다.
둘째, 선관위가 어떤 사실을 조사했고 어떤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는지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정치적·제도적 효과입니다.
오늘은 선거소청이 왜 법원 소송으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인지, 기각되더라도 어떤 정치적 의미를 남기는지, 수사 대상인 선관위가 스스로 증거조사와 효력 판단을 맡는 구조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미일보 이슈 진단입니다.
오늘은 본지 김영 편집인과 선거소청 심사의 두 가지 효과를 살펴보겠습니다. 김 편집인,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국민의힘이 제출한 6·3 지방선거 선거소청장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시·도지사와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 등의 소청을 접수일부터 60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국민의힘이 제기한 선거소청은 무엇을 판단해 달라는 절차입니까?]
공개된 소청 사유를 보면 특정 당선자의 자격이나 당선인 결정만을 문제 삼는 절차는 아닙니다.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 선거인명부 누락 등 선거관리 과정의 위법 때문에 해당 선거 자체를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선거에서 ‘선거의 효력’과 ‘당선의 효력’을 구분합니다.
선거 효력 소청은 투표·개표·집계 등 선거 절차 자체가 적법하게 진행됐는지를 다툽니다. 당선 효력 소청은 선거 자체는 유효하지만 특정 당선자의 피선거권이나 당선인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의힘은 6월 17일 중앙당 명의로 서울·경기·인천·울산·부산·광주·전남·충북 관련 선거에 소청을 제기했고, 대전·충남·세종·전북에서는 후보자 명의의 소청이 별도로 접수됐습니다.
다만 각 사건의 소청장 원문이 공개되지 않아 선거 전체의 무효를 청구했는지, 문제가 발생한 일부 투표구만 무효로 해 달라고 했는지는 공개 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선거무효가 인정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까?]
두 가지 조건이 함께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 투표·개표·집계 등 선거관리에 법규 위반이나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돼야 합니다.
따라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투표가 중단됐다는 사실만으로 선거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 규모는 얼마인지, 후보자 간 득표 차를 고려할 때 당락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전산 수치 수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표자 수나 투표율 통계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정됐다면 중대한 관리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수정이 통계 정정에 그쳤는지, 후보자별 득표수나 당선 결과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원본 자료와 변경 로그를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공개된 사실만 보면 소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닙니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핵심 자료는 대부분 선관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인쇄·배부·추가 송부 기록, 투표 중단 상황보고서, 시간대별 투표자 수, 전산 최초 입력값과 수정 전후 자료, 계정별 접속·변경 기록은 일반 소청인이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수사와 증거조사가 충분히 이뤄지기도 전에 소청인에게 후보별 득표수 변경이나 조직적 지시 관계까지 완전히 입증하라고 요구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주문이 됩니다.
선거소청에는 자료 제출 요구와 증거조사, 직권심리 등 행정심판 절차가 준용됩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이상 사실이 제기됐다면 심판기관이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증거조사를 선관위가 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아닙니까?]
바로 그 점이 이번 소청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지역 선관위의 관리 행위를 상급 선관위가 심사합니다. 시·도지사와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는 중앙선관위가, 기초단체장과 지역구 지방의원 선거는 시·도선관위가 판단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같은 선관위 조직입니다.
선거를 관리한 기관도 선관위이고, 원본 자료와 서버를 가진 기관도 선관위이며, 어떤 자료를 조사할지 정하고 선거 효력을 1차 판단하는 기관도 선관위입니다.
의혹이 특정 투표소 직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중앙선관위의 업무지침이나 전산 시스템, 지휘·감독 책임까지 향한다면 중앙선관위를 독립된 제3의 심판기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판단의 재료인 서버 원본과 로그, 내부 문서와 직원 진술을 선관위 사무처가 선별해 제출한다면 증거조사의 독립성 문제는 남습니다.
국회 6·3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현장조사를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선거소청에서 핵심 자료가 충분히 조사되지 않을 경우 외부 조사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소청을 접수한 선관위는 60일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기간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힐 수 있습니까?]
전산 의혹의 전모까지 밝히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소청을 접수한 중앙선관위나 시·도선관위가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서버 포렌식과 원본·백업자료 비교, 계정별 수정 로그 분석, 내부 지시 관계 확인, 다른 지역에서 같은 방식이 반복됐는지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60일 안에 마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선거소청의 증거조사 권한은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권이 아닙니다.
선관위 내부 직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삭제된 자료의 복구, 직원 간 메신저와 이메일, 조직적 공모 관계까지 확인해야 한다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60일은 모든 의혹의 진실을 최종 규명하는 기간이라기보다 선거 효력에 관한 1차 행정심판을 마치고 법원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처리 기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선거소청 심사의 첫 번째 효과는 무엇입니까?]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 선거 효력을 다투기 위한 법적 통로를 여는 것입니다.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곧바로 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선거소청을 거쳐야 합니다.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가 접수일부터 60일 안에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경우에도 그 기간이 끝난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시·도지사와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는 대법원이, 지역구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선거는 관할 고등법원이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번 소청이 중앙선관위에서 기각된다고 해서 법적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앙선관위가 무엇을 사실로 인정했고 어떤 주장을 배척했는지, 어떤 자료를 조사했고 무엇을 조사하지 않았는지가 결정문에 남으면서 법원에서 다툴 쟁점이 구체화됩니다.
법원으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는 것이 소청의 첫 번째 효과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선관위의 투표자 수 수정 관련 기사를 들어 보이며 선거소청에서 다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장 대표는 선관위가 전산 수치 수정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효과는 정치적 효과입니까?]
그렇습니다.
기자회견이나 집회에서 제기한 의혹은 정치적 주장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청이 접수되면 선관위는 법률에 따라 심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결정서 정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고 결정 요지도 공고해야 합니다.
쟁점도 막연한 ‘부정선거 논란’에서 구체적인 기관 책임 문제로 바뀝니다.
어느 투표소에서 얼마 동안 투표가 중단됐는지, 실제 투표 포기자가 있었는지, 투표용지를 어떻게 추가 공급했는지, 전산 수치를 누가 어떤 권한으로 수정했는지, 수정 전 원본과 변경 로그를 확인했는지에 공식적으로 답해야 합니다.
선관위가 핵심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고 객관적인 검증 결과를 제시한다면 의혹을 해소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원본 자료와 수정 로그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다면 정치적 파장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자료를 가진 기관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소청인은 자료가 없어 입증하지 못하며, 심판기관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순환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역 선관위들이 이미 기각 의견을 제출했다는 보도도 있지 않습니까?]
부산·대구 등 일부 지역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에 소청을 기각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피소청인 측의 의견이지 중앙선관위가 내린 최종 기각 결정은 아닙니다.
서울시선관위는 단정적인 기각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중앙선관위가 병행 절차와 법리 검토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습니다.
지역별 답변이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한 현장 실수로 일괄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건별로 판단해야 합니다.
[소청이 기각되더라도 정치적 의미가 남는다는 것입니까?]
조건부로 그렇습니다.
국민의힘이 구체적인 자료 제출과 증거조사를 요구하고, 선관위가 무엇을 조사했는지가 결정문에 남는다면 기각 결정도 다음 단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 소송에서는 중앙선관위가 조사하지 않은 자료의 제출과 검증을 다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가 핵심 자료 확인을 거부하거나 자체 조사만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국정조사나 독립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주장도 힘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재선거라는 정치적 구호만 내세우고 정작 소청 과정에서 원본 자료, 수정 로그, 투표 중단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조사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소청은 정치적 퍼포먼스에 그칠 수 있습니다.
소청의 정치적 효과는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청인이 무엇을 요구했고 선관위가 무엇을 조사했는지가 공개돼야 합니다.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관리 책임과 선거무효 여부는 구분되지만, 소청심사에서는 관리 위법의 범위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번 선거소청의 성패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합니까?]
인용됐느냐 기각됐느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법원에서 선거 효력을 계속 다툴 수 있도록 쟁점과 증거를 공식화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둘째, 선관위가 보유한 원본 자료와 전산 기록을 어디까지 조사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조사하지 않은 항목과 그 이유가 결정문에 구체적으로 담겼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선거소청 심사의 첫 번째 효과는 선거쟁송을 대법원과 고등법원으로 연결하는 법적 효과입니다.
두 번째 효과는 선관위가 무엇을 조사했고 무엇을 외면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기관의 정치적·제도적 책임을 묻는 효과입니다.
선관위가 충분한 증거조사 없이 소청을 기각한다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증거가 없어서 기각한 것인가,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가 없었던 것인가.”
결국 이번 선거소청의 진짜 의미는 당장 재선거를 받아내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법원에서 선거 효력을 다시 다툴 길을 열고, 선관위의 조사와 판단을 국민 앞에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본지 김영 편집인과 함께 선거소청 사건의 의미을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