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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작가칼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7-29 23: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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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왼쪽)이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있다.(2009년 4월)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대검찰청에 최초로 직접 고발한 주체는 보수 야당이 아니라, 친문 성향의 시민단체였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세간을 떠돌던 유명한 유행어가 하나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한때 정치적 조소와 풍자로 쓰이던 이 문장이, 머지않은 미래에 여의도 한복판에서 가장 기괴하고 참담한 묵시록의 주문으로 다시 부활할지도 모르겠다.

거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해체할 때마다 어김없이 무덤 속의 노무현을 소환한다. 한겨레 등 좌파 스스로 노무현의 등을 떠밀었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에 아무 죄도 없는 억울한 성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완벽한 순교자 프레임이다.

그러나 감정을 걷어내고 건조한 팩트의 뼈대만 직시해 보자. 그들은 노무현을 티끌 하나 없는 희생양으로 묘사하지만, 당시 그의 가족이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이었다. 

노무현 본인 역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부끄럽고 구차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덕적 흠결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상처 입은 정치인이었을 뿐이다.

더욱 기막히고 비열한 것은, 이 조작된 순교자의 서사 밑에 슬그머니 이재명을 끼워 넣어 ‘제2의 노무현’으로 둔갑시키는 맹독성 기만전술이다.

이재명이 지금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과연 저들의 주장대로 탄핵된 윤석열 전 정권의 정치 검찰이 무리하게 조작해 낸 억울한 탄압인가. 감정을 빼고 기록을 들춰보라.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대검찰청에 최초로 직접 고발한 주체는 보수 야당이 아니라, 친문 성향의 시민단체였다.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 의혹을 “단군 이래 최대 부패”라 규정하며 맹폭을 퍼붓고, 검찰과 경찰의 신속한 강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하며 판을 키운 것 역시 지난 대선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맞붙었던 같은 당 동지들이었다. 

핵심 범죄 의혹의 대다수가 이미 문재인 정권 시절, 그들 내부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고발되고 수사가 시작된 것들이다. 

최근에는 어떻게든 검찰의 억지 기소라는 핑계를 짜 맞추기 위해 ‘검찰청 연어 술파티’라는 해괴한 삼류 소설까지 지어내며 ‘대국민 쌩쇼’를 벌였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조악한 거짓말은 엄정한 법리의 심판은 물론, 평범한 일반 국민인 배심원들의 상식 앞에서도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집권당이 그토록 핏대를 세우며 부르짖는 ‘억지 수사’와 ‘억지 기소’는 실체적으로 단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 

자신들의 진영 내부에서 터져 나온 지독한 권력형 범죄 수사를, 이제 와서 “노무현처럼 탄압받고 있다”며 죽은 자의 수의를 훔쳐 입는 이 뻔뻔함 앞에서는 역겨움에 멀미가 일 지경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시체팔이를 핑계 삼아 그들이 지금 저지르려는 짓이, 바로 서민 치안의 척추를 분지르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다. 그 참담한 결과는 입법 전부터 이미 우리의 일상에 도달해 있다.

요즘 쏟아지는 사회면 뉴스들을 보라. 쪼개기 뇌물 후원금은 대가성이 없다며 경찰이 알아서 캐비닛을 덮어주고, 경찰 간부가 제 자식의 불법 촬영 증거물을 제 손으로 박살 내도 윗선에서 조용히 눈감아준다.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박살 났을 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의 억울한 사건들이 저렇게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릴지 경찰 스스로 끔찍한 ‘미리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애초에 우리는 알 방법이 사라질 테니 오히려 좋아지는 걸까?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감시가 사라진 진공상태에서,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서민들만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 닫힌 경찰서 문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생겼다.

권력자들의 꿀단지와 방탄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또 자신들을 막고 서 있는 사법 시스템의 브레이크를 완전히 부수려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치안 붕괴의 잿더미 위에서 진정으로 소름 돋는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찰서 캐비닛 앞에서 억울하게 내쳐지고, 기약 없는 소송 지옥 속에서 절규하게 될 숱한 민초들은 훗날 결국 누구를 원망하게 될 것인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마지막 법적 거름망이 사라진 이유가, 바로 권력자들이 죽은 전직 대통령을 사법 파괴의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임을 깨닫는 순간, 서민들의 입에서는 다시 한번 뼈아픈 탄식이 터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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