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ts desert a sinking ship(쥐는 침몰하는 배를 먼저 떠난다)”은 쥐의 뛰어난 감각에서 비롯된 서양 속담이다. 쥐는 미세한 진동이나 구조물의 변화, 물이 스며드는 소리 등을 사람보다 먼저 감지할 가능성이 있어 이런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배에 큰 균열이 생겨 물이 새거나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면 쥐들은 본능적으로 더 높은 곳이나 육지를 향해 이동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실제로 항구에 정박 중인 배에서 쥐들이 밧줄을 타고 육지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1912년 4월,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침몰 직후 “배가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할 당시 수십 마리의 쥐가 배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일부 선원들 사이에서는 이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고, 한 선원이 이 때문에 승선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쥐가 군함을 먼저 떠났다”는 일화가 있다. 북대서양을 항해하던 일부 영국 군함에서는 정박 중 쥐들이 대거 하선하는 모습을 보고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하며, 이후 기뢰나 잠수함 공격으로 침몰한 사례와 연결되어 회자되기도 했다.
독일 해군 U-보트 승조원들도 쥐가 갑자기 소란을 피우거나 탈출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은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미국 해군 역시 태평양전쟁 당시 일부 구축함과 수송선 승조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경험담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쥐보다 카나리아라는 작은 새가 실제적인 조기 경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탄광에서 유독가스를 감지하는 데 사용된 것처럼, 동물의 생리적 반응을 활용한 안전 관리 사례였다.
그러나 오늘날 “침몰하는 배에서 뛰쳐나가는 쥐”라는 표현은 조직이나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조짐을 보일 때 자기 이익을 위해 먼저 떠나는 사람을 비유하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2026년 7월31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제2의 검수완박법’, 즉 검찰 제도 개편 법안을 두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검찰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 규정된 영장청구권 문제다.
해당 조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이 검사라는 주체를 전제로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법률로 검찰 조직을 사실상 폐지하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헌법은 영장청구권의 주체만 규정했을 뿐 검찰의 조직 형태나 수사권 범위는 국회의 입법 형성권에 맡겨져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 시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검찰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 논의 자체가 현행 헌법상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제도 변경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국회가 법률만으로 검찰 제도를 어디까지 변경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번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을 담고 있는데 찬성 측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과 권력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형사사법제도는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 개편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 보호라는 본래 목적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꽉 막힌 대출로 해결할 길이 막막한 부동산 문제와 정부가 시킨 대로 빚내서 샀더니 반토막 난 주식, 거기에 더해 ‘검찰폐지법’이라는 거대한 빙하가 떠 있는 바다에서 타이타닉호가 생존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정 장관은 이재명과 오랜 정치적 인연을 가진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사의를 곧바로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재명을 지키는 1차적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 과정에서 여론의 흐름보다 법적 절차와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던 이병태 교수가 갑자기 이재명 캠프에 참여하고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었다가 배재고 사건 이후 5·18 관련 발언 논란으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현 국민권익보호위원장도 현 정권을 비판하고 사임했다. 이를 두고 이들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타이타닉호에서 탈출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타이타닉호의 비유는 단순히 누가 먼저 떠나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선체에 이상 징후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 일이다.
국가는 특정 세력의 배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타고 있는 배다. 정권 교체와 정책 변화는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어떤 정부라도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고, 반대로 권력 집중과 견제 장치 약화로 이어진다면 결국 역사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타이타닉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빙하 자체만이 아니었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판단과 시스템의 문제가 더 컸다.
오늘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어느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경고음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결국 국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자유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올림픽공원에서 태극기라도 흔들 일이다.

◆ 정성홍
한미일보 회장
前 국가정보원 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