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세계 태양광 인버터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력망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원격접속과 공급망 교란 가능성을 이유로 중국산 인버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의 태양광발전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교역이 많다는 사실과 국가의 핵심 기능을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력망과 통신망,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까지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가격 경쟁력은 어느 순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
한미일보가 앞서 보도한 3부작을 기술안보·산업주권·외교자율성의 세 축으로 다시 묶어 Q&A 방식으로 풀었다.
Q. 왜 지금 다시 ‘중국을 멀리해야 한다’고 묻는가.
A. 중국과 거래를 끊자는 뜻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의 결정권을 좌우할 정도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빨라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2일 국가안보 위협 기업의 핵심 부품이 들어간 기기의 판매까지 막는 규정을 의결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전력 공급을 교란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외국산 에너지 인버터 수입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6년 5월 안보 위험이 큰 국가에서 생산된 인버터를 사용한 사업에 공공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방향을 택했다.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통제권이다. 누가 장비를 만들었는지, 누가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는지, 데이터가 어디로 전송되는지, 위기 때 공급을 끊을 수 있는지가 국가안보의 기준이 되고 있다.
Q. 첫 번째 이유는 왜 ‘숨은 칩과 킬 스위치’인가.
A. 전력망에 연결된 장비가 외부 명령을 받을 수 있다면 발전 설비는 에너지 장비인 동시에 잠재적인 통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인버터는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맞게 바꾸고 전압과 주파수를 조절한다. 수많은 장비가 인터넷과 제조사 서버에 연결되면 원격 점검은 편리하지만, 보안 통로가 뚫릴 경우 동시에 멈추거나 설정이 바뀔 위험도 커진다.
2025년 미국에서는 일부 중국산 인버터에서 제품 문서에 적히지 않은 통신장치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미 당국 조사 자료에서는 확인된 일부 사례가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이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따라서 ‘중국이 이미 킬 스위치를 심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미국과 EU가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핵심 기반시설은 공격 의도가 확인된 뒤 대응하는 분야가 아니다. 원격접속 경로와 펌웨어, 통신 모듈을 검증할 수 없다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중국산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업계 추정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문제는 한 장비의 결함이 아니라 대체 공급망이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Q. 두 번째 이유는 왜 ‘값싼 중국산의 역습’인가.
A. 낮은 가격이 국내 기업을 밀어낸 뒤에는 공급망과 가격 결정권까지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 보조금과 정책금융,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범용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넓혀왔다. 초기에는 소비자와 사업자가 싼 가격의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하면 부품과 유지·보수, 소프트웨어와 기술인력까지 중국 업체에 의존하게 된다.
외부에서는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내부에서는 기술과 인력이 빠져나간다. 퇴직자가 영업비밀과 설계자료를 반출하거나 협력업체를 통해 제조공정이 유출되면 중국 기업은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한 뒤 더 낮은 가격으로 원래 기술을 개발한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
가격표에 표시되지 않는 비용도 있다. 국내 일자리 감소, 협력업체 붕괴, 연구개발 중단, 공급 중단 위험, 보안 검증 비용이다. 전략산업에서는 가장 싼 제품이 반드시 가장 경제적인 제품이 아니다. 미국이 관세와 보조금, 리쇼어링으로 제조업을 되살리는 이유도 단기 물가보다 장기 산업 주권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Q. 세 번째 이유는 왜 정치·외교적 종속인가.
A. 중국은 시장 접근권과 관광객, 수입 규제와 비공식 제재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단체관광 중단과 롯데 사업장 제재, 한류 제한을 경험했다. 호주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한 뒤 와인 등 주요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맞았다. 리투아니아는 대만 명칭을 사용한 대표처를 허용한 뒤 중국과의 교역이 급감했고, 유럽연합은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판단해 대응에 나섰다.
의존도가 높을수록 정부는 외교·안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기업 손실과 관광객 감소부터 걱정하게 된다. 중국을 비판하면 경제가 흔들린다는 공포가 정치권과 기업, 언론의 자율검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론전과 경제 보복, 인프라 의존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국이 스스로 말을 줄이고 선택지를 좁히게 만드는 하나의 압박 구조다.
Q. 그렇다면 중국과 완전히 단절해야 하나.
A. 전면 단절보다 필요한 것은 전략적 탈위험이다.
일반 소비재와 민간 교류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전력·통신·국방·정부 전산망은 보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장비를 배제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핵심 광물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일본·유럽·호주·동남아로 공급처를 분산해야 한다.
중국 기업에도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부담하는 수준의 정보 공개와 보안 의무를 요구해야 한다. 공공조달은 최저가보다 공급망 안전과 데이터 통제권을 우선하고, 핵심 장비에는 소프트웨어 구성명세서와 펌웨어 검증, 원격접속 기록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멀리해야 한다는 말은 중국인이나 중국 문화에 대한 적대가 아니다. 한국의 전력망은 한국이 통제하고, 한국의 기술은 한국이 지키며, 한국의 외교정책은 한국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주권의 원칙이다.
세 가지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대한민국의 결정권을 대한민국의 손에 남겨두기 위해서다.
※ 이 기사는 주간 한미일보 20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중국 장쑤성의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비야디(BYD) 전기차들. 중국은 국가 지원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전략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