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천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2026.7.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태원(65)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배경에는 구체적인 지급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함께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은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했다고 한다.
판결이 확정되고도 재산분할금을 주지 못할 경우 하루 1억3천만원 수준의 지연이자를 부담해야 할 최 회장으로선 현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재상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당초 지난달 24일 나온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9년 넘게 이어온 소송전을 마무리할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상고 기한인 지난 14일까지 약 3주 안에 현금 9천440억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쳤다고 한다.
최 회장은 SK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룹 대주주가 단기간에 많은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와 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현금과 주식을 섞어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만약 주가가 내려가면 그 차액을 최 회장 측이 보전하되, 주가가 올라도 상승분을 따로 요구하진 않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의 주문 내용 그대로 전액 현금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를 낼 처지에 놓였던 최 회장은 재상고를 통해 이자 부담을 피하면서 현실적인 지급방안을 추가 검토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의 대리인단은 재상고 마감 시한을 1분 남겨둔 지난 14일 오후 11시 59분께 입장문을 내 재상고 사실을 알렸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9천440억원 전액에 불복할 경우 재상고에 따른 인지대(일종의 소송 수수료)만 수십억원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2차 변론 출석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6.6.26 yatoya@yna.co.kr
최 회장 측은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의 재산분할 비율과 액수 산정에 법리 오해가 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가격 산정 기준 시점을 이혼소송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 6월 26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배척했지만, 두 시점 사이 주가가 16만원에서 85만8천원으로 5배 넘게 급등한 사정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에 일부 기여했다고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3.3%, 최 회장 66.6%다. 노 관장의 경우 항소심이 정한 비율(35%) 대비 불과 1.7%가량 낮은 수준이라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최 회장 측으로선 기준 시점 이후 주가 변동 상황을 분할 비율에 반영한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대비 SK 주가가 최근 50만원대로 30% 넘게 급락한 점 역시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