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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해설] 김승원 사태 ‘조국 데자뷔’…이재명의 선택, 정권 운명 가를 수도
  • 김영 기자
  • 등록 2026-09-06 1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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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명하면 새 반박자료…조국 사태 판박이
  • 지지율 급락, 진보층 이탈·‘인사’ 악재 겹쳐
  • 15일 청문회 뒤 ‘김승원 문제’가 ‘이재명 문제’로

문재인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임명과 관련 '의혹만으로 임명 안하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9.9 [사진=연합뉴스]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아직 사법적으로 최종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 검증의 기준은 형사재판의 유무죄 판단에만 있지 않다. 반복되는 해명과 새로운 자료, 여권의 엄호까지 2019년 조국 사태와 닮아가는 정치적 흐름 속에서 이제 시선은 후보자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선택으로 향하고 있다.

한 명의 장관 후보자가 정권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후보자를 대통령이 끝까지 끌어안는 순간, 한 사람의 문제가 정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보여준 정치적 교훈이다. 7년 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당시와 닮은 장면들이 하나씩 되풀이되고 있다.

두 사건의 의혹이 같다는 얘기가 아니다. 조국 사태는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서 시작됐다. 

김승원 사태는 적어도 현재 제기된 핵심 의혹 상당 부분이 후보자 본인의 행위와 직접 연결돼 있다. 국회의원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신약 임상시험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것이 통상적인 고충 민원 전달이었는지, 부당한 영향력 행사였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두 사건이 닮은 지점은 의혹의 내용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뒤 권력과 후보자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해명하면 새 자료…쟁점은 ‘해명의 신뢰성’

김 후보자가 2021년 양모씨의 요청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임상시험 관련 민원을 전달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후보자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의 고충을 전달했을 뿐 특혜를 요구하거나 대가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다. 검찰은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고,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논란은 이후 해명의 신뢰성 문제로 번졌다. 김 후보자 측은 양씨 및 정모 판사와 찍은 2022년 2월 사진에 대해 “우연히 마주쳤다”고 설명했지만,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는 당일 김 후보자와 양씨가 서로 만나기로 한 정황이 담겼다. 다만 이 녹취가 정 판사와의 만남까지 사전에 약속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또 김 후보자 측이 “2022년 2월 이후 양씨와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2023년 4월 행사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후보자 측은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의미였고, 공식 행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고 추가 해명했다.

처음 쟁점은 “김승원이 부당한 청탁을 했는가”였다. 이제는 “김승원의 해명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더해졌다. 의혹 뒤 해명, 다시 새 자료와 재해명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2019년 조국 사태의 정치적 궤적과 닮아가는 대목이다.

조국 논란을 ‘문재인 정부 문제’로 확장한 임명 강행

조국 사태의 결정적인 정치적 분기점은 2019년 9월9일이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각종 논란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 선택은 조국을 둘러싼 논란을 문재인 정부 전체의 ‘인사 원칙과 공정성 문제’로 확장시키는 결정적 정치적 계기가 됐다.

김승원 사태 역시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설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 승인 속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후보자 측은 보완에 걸린 기간을 제외한 실질 심사기간이 11일이었고 다른 임상시험과 비교해 특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인사권자의 판단 기준은 형사재판의 유무죄와 같을 수 없다. 법무행정의 수장을 맡을 후보자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지금까지의 해명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지, 법과 원칙을 집행할 자리에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이다. 공소청 출범을 비롯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과 이재명의 재판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긴장이 높은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뢰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보다 훨씬 큰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미 지지층에 균열…이제 ‘인사’가 악재로 등장

문제는 지금 이재명의 지지 기반에서 이미 균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길리서치가 8월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3%, 부정평가는 60.9%였다. 8월 초 조사에서는 긍정 45.7%, 부정 51.7%였다.

특히 진보층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길리서치의 8월 초와 말 조사를 비교하면 진보층 긍정평가는 61.1%에서 39.2%로 21.9%포인트 내려갔고 부정평가는 38.1%에서 58.9%로 올라갔다. 반면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는 67.2%였다. 당에 대한 지지는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이재명의 국정운영에는 훨씬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층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두 조사는 동일 응답자를 추적한 패널조사가 아니다. 8월 초 조사는 1000명, 말 조사는 1038명의 별도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유선 전화면접과 무선 ARS의 구성비에도 차이가 있다. 다만 같은 기관의 한 달 간격 조사에서 진보층 평가가 크게 달라진 흐름 자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재명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8.9%, 부정평가는 58.7%로 나타나 해당 기관 조사 기준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갔다.

한국갤럽은 전체 지지율 하락보다 하락 이유가 중요하다. 9월1~3일 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 가운데 ‘인사’가 9%로 부동산 정책 23%, 경제·민생 1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지목됐다. 직전 조사에서 ‘인사’를 꼽은 응답은 1%였다. 8·30 개각 이후 인사 문제가 국정운영의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조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승원 문제의 장기화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달라진다.

국정 지지 기반이 탄탄한 정권은 장관 후보자 한 명의 논란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핵심 지지층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인사 문제가 국정 부정평가의 이유로 등장하기 시작한 상황에서는 후보자 한 명을 끝까지 지키는 선택 자체가 정권의 신뢰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15일 이후 질문은 김승원 아닌 이재명 향한다

김승원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린다. 법사위는 9일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등을 채택할 예정이다.

첫 번째 관문은 김 후보자의 몫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임상시험 민원, 양씨와의 관계, 사진과 녹취, 기존 해명을 둘러싼 논란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더 큰 갈림길은 청문회 이후다.

청문회를 통해 의혹과 해명 사이의 간극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면 김승원 개인의 문제로 끝날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사실이 나오거나 기존 해명이 다시 흔들리는데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사건의 성격은 달라진다.

그때부터 국민의 질문은 더 이상 “김승원이 무엇을 했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이재명은 이 모든 논란을 알고도 왜 김승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는가.”

2019년 문재인이 조국과 정치적 운명을 묶은 결정적 순간은 지명이 아니라 임명 강행이었다. 거센 논란 속에서도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조국 문제는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권의 인사 원칙과 공정성 문제로 확장됐다.

7년이 지난 지금 이재명 앞에도 비슷한 선택이 다가오고 있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후보자를 정리하고 인사 실패를 인정할 것인가. 충분히 해명됐다고 판단해 임명할 것인가. 아니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치공세라는 논리로 밀어붙일 것인가.

김승원 한 사람이 정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승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이재명 정권이 민심의 경고를 듣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정권인지, 아니면 자기 진영의 논리로 돌파하는 정권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조국 사태의 진짜 데자뷔가 시작되는 지점도 바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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