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2·3 계엄, 한 권의 수첩이 만든 두 개의 서사. 내란 청사진인가, 간첩 체포의 기록인가. 한미일보 합성
12·3 계엄을 둘러싼 내란 논란의 불씨는 한 권의 수첩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논쟁은 단순히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그치지 않는다.
박선원·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요인 체포 의혹,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 그리고 허겸 기자의 단독 보도로 드러난 중국 간첩단 체포 작전까지 맞물리면서, 계엄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은 “내란 청사진”과 “정치적 각본” 사이를 오가고 있다.
2025년 8월, 조은석 특검팀은 브리핑을 열고 “노상원이 수첩은 자신의 것임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첩에는 ‘행사(계엄)’, ‘수거(체포)’, ‘사살’, ‘북풍 유도’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특검은 이를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계엄 모의의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특검 발표에 따르면 노상원은 “수첩은 내 것이 맞지만 내용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도 ‘불능’ 판정에 머물렀다. 소유와 작성은 동일하지 않으며, 자필 여부는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수첩을 내란의 스모킹 건으로 삼았다.
박선원 의원은 “정보사가 정치권 인사들을 사찰하고 체포에 대비했다”고 폭로했고, 김병주 의원은 “선관위 서버 장악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증언과 수첩 속 단어는 결합되어, 계엄은 단순한 군사 조치가 아니라 정치인 체포와 권력 장악을 목표로 한 내란 시도라는 프레임으로 확장됐다.
보수 진영은 수첩의 증거 능력을 정면 반박한다.
필적 불능, 내용 불인정, 진술 거부가 겹쳐 독립적 신빙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내 수첩이지만 내가 썼는지는 모른다”는 노상원의 진술은, 스모킹 건으로 보기 어려운 모순적 상황을 드러낸다.
또 하나의 쟁점은 총선과 계엄 사이 8개월의 공백이다.
민주당과 특검은 수첩 속 ‘총선 전·후’ 구분을 장기 기획의 증거로 본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실행되지 않고 방치된 계획은 현실성이 없으며, 정치적 각색일 뿐”이라고 맞선다.
노상원의 적격성 문제도 불거진다.
민주당은 그를 요인 체포의 주범으로 지목했지만, 정보사령관은 본래 해외·대북 정보 수집이 주임무일 뿐 계엄 집행의 작전권은 합참·국방부 라인에 있었다. 따라서 노상원을 계엄 실행 총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달리, 허겸 기자(현 한미일보 대표)의 보도는 노상원의 역할을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허겸 기자는 지난해 12월 3일자 단독 기사에서, 계엄과 동시에 중국 간첩단 체포작전이 진행됐으며 정보사 예하 HID 특수임무단까지 투입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는 박선원 의원이 주장한 요인 수거작전과도 맥을 같이 한다. 같은 시기에 경찰을 배제한 채 군 특수부대가 동일 지역에서 작전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해당 작전은 내란 실행이라기보다 방첩·정보 작전의 성격이 짙다. 정보사령관 출신인 노상원이 이 작전의 관리·총괄에 관여했다는 해석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박선원·김병주 의원이 주장한 “정보사 요원 투입”은 내란 실행의 증거라기보다, 실제로는 간첩단 체포작전의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허겸 기자의 보도는 노상원을 내란 주범으로 규정한 민주당 서사를 흔들었으며, 수첩이 내란 청사진이 아니라 간첩단 작전 기록의 일부일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작성한 체포 명단 메모는, 검찰이 확보한 정보사 및 군 내부 문건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 역시 증거 능력에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메모의 작성 경위와 전달 과정이 불분명하고, 진술의 일관성에도 논란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는 군 지휘부가 요인 체포를 준비한 정황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노상원 개인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음을 방증한다. 홍장원 메모의 실체와 의미는 다음 편(제4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노상원 수첩은 민주당과 특검에게는 내란 규정의 스모킹 건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게는 허상에 불과하다. 필적 불능, 내용 불인정, 8개월 공백, 직책 한계가 그 이유다.
정보사와 방첩사의 역할 구분, 홍장원 메모, 그리고 허겸 기자의 현장 보도는 “주범 노상원” 서사를 흔들며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12월 3일의 진실은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 수첩은 열쇠인가, 허상인가. 해석의 공방을 넘어, 계엄과 간첩단 체포작전이 교차한 현실의 맥락에서만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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