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퇴임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이후 집권당 내 퇴진 압박에 직면했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퇴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7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 교체는 총리 교체를 의미한다. 그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언급했다.
그동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던 이시바 총리는 정계 입문 38년 만에 당권을 거머쥐고 일본 정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총리직에 올랐으나, 불과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 퇴진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일본) 경제 안전보장 확보와 경제성장 가속을 추진할 주춧돌이 만들어졌지만, 이것으로 결말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뽑아준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로 부끄럽다"면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 불신을 아직 불식하지 못했다"며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외교 성과를 언급하던 중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미 동맹을 더욱 심화하고 우호국과 연대도 강화했다"며 차기 총리도 이러한 외교 방침을 계승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시바 총리는 사이버 공격 징후가 보이면 사전에 이를 차단하는 '능동적 사이버 방어' 관련 법안 통과, 소득세 비과세 범위 확대 등을 국정 성과로 꼽고 지방 활성화 정책 등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면서도 "할 일은 이 이상은 할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지난 6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 이어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이 패배하면서 자민당 내에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그는 국정에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총리직 고수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결국 자민당이 사상 처음으로 '리콜 규정'을 통해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기로 하자 관련 절차 하루 전날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당내에서 강해진 퇴진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총리직 고수 방침을 단념했다"고 해설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결정이 '고뇌의 결단'이었다면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 확인 절차가 이뤄지면 당내에 큰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다만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은 모두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직후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새 일본 총리가 탄생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전례에 비춰보면 이르면 이달 하순이나 늦어도 내달 초중순에는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20년 8월 2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하자 9월 14일 총재 선거를 실시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새 수장으로 뽑은 바 있다.
총리 지명선거는 통상적으로 총재 선거 며칠 뒤에 진행된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거론된다.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총재가 뽑힐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해 새로운 총재, 총리에게 이후를 부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