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블릿과 여섯 명의 그림자.박근혜 탄핵의 기폭제였던 태블릿 PC,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과 권력의 교차점. 한미일보 그래픽
박근혜 탄핵의 기폭제였던 태블릿 PC,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과 권력의 교차점. 한미일보 그래픽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두 개의 태블릿 PC에서 불붙었다.
2016년 10월 JTBC가 공개한 첫 번째 태블릿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의 불씨였고, 2017년 1월 장시호가 제출한 두 번째 태블릿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전 여론을 흔들었다.
그러나 두 기기 모두 입수 경위가 불명확하고 사용자 특정도 어려워 법정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적 파급력은 거대했다. 당시 검찰과 특검은 태블릿을 ‘결정적 증거’로 내세웠고, 언론은 이를 연일 톱뉴스로 보도하며 촛불 정국을 달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검찰의 브리핑과 언론의 단독 보도는 허술한 근거 위에 서 있었고, 태블릿은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도구로 소비됐다.
그 과정에서 세 명의 검사와 세 명의 언론인이 얽혀 있었다. 조은석·노승권·이규철, 손석희·이진동·김의겸이 바로 그들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 세 명이 핵심 역할을 했다.
조은석 당시 서울고검 검사장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증언에 따라 탄핵 구조의 숨은 고리로 지목됐다. 김 의원은 2016년 8월 19일 한겨레 보도를 전후해 조은석과 통화하며 “재벌들 팔을 비틀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든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했다.
훗날 김 의원은 전북CBS 라디오 인터뷰(2025년 8월 3일)에서 “조은석이 없었다면 보도도, 촛불도, 탄핵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2016년 10월 26일 브리핑에서 “태블릿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의 문자메시지가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사실과 달라 허위 브리핑 논란을 낳았다.
이규철 당시 박영수 특검보(서울고검 차장)는 2017년 1월 11일 브리핑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의 패턴이 일치한다”고 설명했으나, 법정에서는 구체적 증거 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언론계에서도 세 명의 인물이 맞물려 있었다.
손석희 당시 JTBC 사장은 첫 번째 태블릿 보도를 지휘했다. “최순실이 국정 개입을 했다”는 프레임을 세상에 던졌지만, 입수 경위를 두고 ‘심수미 기자’에서 ‘법조팀장’으로 번복하는 등 혼선을 자초하며 신뢰성 논란을 불렀다.
이진동 당시 TV조선 사회부장(현 뉴스버스 대표)은 최순실 관련 단서를 가장 먼저 취재했다. 의상실 CCTV 영상까지 확보했지만, 청와대 압력과 내부 보도 불가 방침으로 무산됐다. 그는 나중에 “진실이 녹아내리는 걸 두 눈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김의겸 당시 한겨레 기자(현 민주당 의원)는 ‘재벌 뒤에 최순실이 있다’는 보도로 의혹을 공론화했다. 이후 청와대 대변인,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조은석 없이는 탄핵도 없었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탄핵 구조의 증언자로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9월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합의부에서 열린 김영철 전 대검 형사1과장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사건은 다시 불려 나왔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법정에서 “장시호가 압박을 받아 투신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을 끌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된다”며 신속한 결정을 요구했다. 법원은 “10월 17일까지 장시호의 증인 채택 여부와 입증 방안을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변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신상 문제가 아니라, 태블릿 사건과 당시 수사의 회유·압박 정황까지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현재 이 여섯 명의 행보는 제각각이다.
조은석은 내란 특검 수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며 정치검사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다.
노승권은 검찰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이규철 역시 변호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손석희는 언론 현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태블릿 보도의 상징적 인물로 회자된다.
이진동은 뉴스버스 대표로서 독립 언론의 길을 걷고 있으며, 김의겸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으로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결국 두 개의 태블릿과 여섯 명의 인물은 정치와 언론, 검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장시호 자살 시도 정황은 당시 수사의 회유·압박 논란을 다시 불러내며, 태블릿 사건이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정치와 법, 언론의 삼각 구도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장시호 #태블릿PC #조은석 #정치검사 #박근혜탄핵 #노승권 #이규철 #손석희 #이진동 #김의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