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검찰개혁, '관련법령 동시개정' 정부·국회기준 충돌
법제처 법령입안심사기준·국회 법제실 지침서 "별도 개정 추진시 시행상 혼란"
정부·여당 "정부조직법 先처리 후 세부개편안 마련"…법조계 "입법 원칙 반해"
검찰청 폐지 등 정부 조직개편안 확정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2025.9.8 saba@yna.co.kr
정부와 여당이 추석 전에 검찰 개혁 완수를 목표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없이 일단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인 가운데, 법제처와 국회가 제시한 '기준'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성 있는 법령은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해 작성한 법령입안심사기준에서 "어떤 법령을 개정할 때 해당 개정 사항과 관련되는 다른 법령의 규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각각 별도의 개정법률안으로 개정하면 시차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둘 이상의 법령 개정안은 하나의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제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예로 들며 "여성가족부를 신설하고 그 장관에게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하던 업무의 일부를 분장하는 경우, 각 개별 법률에 따른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소관 사항 중 여성정책 관련 권한은 여성가족부 장관의 소관 사항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앙 행정기관의 업무 분장을 변경하는 경우 관련 법률과 정부조직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시차를 두고 추가적인 입법 절차를 거쳐 따로 개정을 추진하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령입안심사기준은 국회와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법제처가 법령의 입안과 심사에 적용되는 일반적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정부가 법령을 입안·심사할 때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법제처는 '법령을 입안하거나 심사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이 기준에 따라야 하며,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기준을 다소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사무처 법제실이 발간한 '법제이론과 실제' 역시 "특정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에 수반해 다른 법률의 관련 규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하는 경우, 각각의 개정법률안으로 따로 개정하는 경우 시행상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정·대, 오늘 검찰청 폐지 등 조직개편안 확정 계획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인 가운데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되 시행 시기는 내년 9월로 1년간 유예키로 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및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여부 등은 정부조직법 처리 이후 세부 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2025.9.7 nowwego@yna.co.kr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검찰 개혁 완수 시한을 추석 전으로 못 박아둔 탓에 법제처와 국회 법제실 기준에 반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운영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담긴 세부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조직법상 업무 분장을 조정하면서 관련성 있는 법령을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별도 입법 절차를 추진하는 것이어서 법제처와 국회 법제실이 우려한 시행상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만이 담겼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시한부 조직'이 된 검찰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를 고려하면 정부와 여당이 1년의 유예기간을 따로 둘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세부 규정이 담긴 법령을 마련한 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