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이번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한의 무기체계는 단순한 전력 과시 수준을 넘어 전쟁 방식의 변화와 실질적 운용전략의 진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과거 북한 열병식의 특징이 소위 “겁주기용 전략 퍼레이드”였다면, 이번 열병식은 기술-전술-지휘체계가 결합된 실전형 군사체계의 과시였다.
우선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의 등장과 11축 초대형 이동식 발사대(TEL) 운용은 북한이 이제 '보유' 단계에서 '운용'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발사준비 시간이 짧아 사전 탐지와 선제억제를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다탄두(MIRV) 가능성까지 더해질 경우 한미 미사일방어망을 양적으로 압도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전술핵 탑재 가능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함께 전시되며, 북한이 전략핵 억제력 + 전술핵 실전운용 체계를 갖추었음을 강조했다. 이는 한미연합군의 전방지휘소, 항공기지, 탄약·연료저장소 등 작전 거점에 대한 ‘핵위협을 포함한 선제타격 전략’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은 자폭형 무인기와 다량의 무인 재래식 타격체계가 전략 핵미사일과 나란히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러–우 전쟁 이후 북한은 ‘저비용 고효율’ 무인체계의 전력효과를 명확히 학습했고, 이를 한반도 전장 현실에 맞게 적용해 "전 영역 전력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 흐름은 대량 소모전과 다층 포화 공격(Multi-layer Saturation Attack방어측 대응능력 이상 압도적 공격) 체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 투발수단 다양화, 저가 무인 전력 확장, 분산·기동 기반의 실전적 운용구조를 드러냈으며, 이는 한미동맹의 기존 억제체계와 미사일방어 개념에 근본적 도전을 가한다.
핵지휘체계 고도화와 전술핵 운용 구조화-억제실패, 위험증대
이번 열병식은 단순히 무기만 나열한 행사가 아니었다. 북한은 처음으로 군 해설을 통해 전략군을 “국가 핵중추무력”이라고 규정하며, 핵지휘체계(Nuclear Command & Control, NC2)가 이미 구조화돼 있음을 강조했다.
핵무기 운용권은 김정은이 독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술핵 운용 부대가 야전군 종심지역에 분산 배치되고 위임발사 가능성까지 언급된 상황은 전쟁억제의 안정성을 크게 흔드는 요인이다. 즉, 전시에 ‘핵잠재 임전권 위임’ 구조가 작동한다면, 북한군 지역 지휘관들도 핵사용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앙통제형 핵독점'이라는 전통적 억제 이론을 무너뜨리는 핵 사용 분권화 위험이다. 이는 러시아의 지도자 유고 시 핵무기 자동 보복 발사 시스템 페리미터(perimeter) 일명 ’죽음의 손’과 유사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상·해상 기반 이중 핵전력 구조도 구체화되고 있다. 전략군은 ICBM·IRBM·극초음속부대·철도기동 미사일부대까지 관할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군은 전술핵 탑재 잠수함(김군옥함) 전대와 핵추진 잠수함(SSBN) 개발을 병행 중이다. 더 나아가 핵무인수중공격정(해일)은 한·미 해상보급선과 항만을 위협하는 비대칭 핵전략 카드다.
이는 북한이 기존 ‘서울 불바다식 재래식 위협’ 수준을 넘어 핵을 전술화·실전화하여 분산 운용하는 핵전략 2.0 체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안보개념에서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변화는 다음과 같다.
위협 성격 변화: 단일 대형핵 억제 → 다축 전술핵 운용 전략
지휘체계 변화: 중앙통제 억제 → 위임 통제 가능성 증가(위험배가)
작전개념 변화: 핵은 최후수단 → 핵을 전장에서 사용 도구로 전환
대응 방향 – 방어 중심을 넘는 전략적 전환 필요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방어’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대량 포화·동시다발 공격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트리엇, 사드 중심의 전통적 요격전략만으로는 대응이 불가하다. 방어비용이 공격비용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은 정보·기만·타격·방어·억제의 통합 대응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경보·감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고체연료 ICBM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전략 변수는 시간(Time to Detect & Decide)이다. 한미는 레거시 레이더 중심 ISR 체계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구 저궤도LEO군사위성과 상업위성 데이터 통합, 적외선 조기경보(EO/IR) 자산 확보, 철도형 미사일·이동식 TEL 추적 AI 기반 패턴분석으로 발사징후 감지 능력을 재구축해야 한다.
둘째, ‘소모전형 방공’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드론·MLRS·순항
미사일 결합 전략은 패트리엇과 천궁을 고갈시키는 전략이다. 저가 무기 방어에 고가 방어체계로 대응하는 것은 패배 방식이다. 따라서 하층방공은 전자전(재밍), 레이저, 마이크로파 요격, 드론 영격(迎撃)드론(UAV-Kill) 체계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셋째, 압도적 응징뿐 아니라 실전적 거부 억제가 필요하다.
한국형 3축체계(KMPR, KMD, Kill Chain)는 개념적으로는 튼튼하지만 운용 시간·정찰 자산·법적 결정구조가 느리다. 북한 TEL·발사기지 상시 정밀타격 가능성 제시, 전자전·사이버전으로 북한 지휘망 혼란 유발, 해상보급·항만 마비형 대응 전략 병행이라는 ‘행동기반 억제(Action-based Deterrence)’ 전략이 필요하다.
억제실패를 막기 위한 우선 조치사항
이번 열병식은 북핵이 더 이상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되는 정치적 선전용 무기가 아니라 실전 운용 체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었다. 우리는 북한 위협을 “과거의 북한” 기준으로 해석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은 이제 재래식·핵·무인 전력을 결합한 복합전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쟁 개념은 속도·포화·분산·기만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방어로 버티는 전략”에서 “위협을 관리·거부·억제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항간에 ICBM은 대미용이지 대한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는 같이 대비해야 한다. 기술·전략·의지가 결합된 억제력만이 한반도 억지 안정성을 지키는 길이며, 지금이 바로 전략 대전환의 분기점이다. 최우선과제는 핵 잠수함 확보다.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