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자 일제히 자세를 갖춘 조건반사. 오늘 여당이 보여준 ‘파블로프의 개’의 정치학. 한미일보 그래픽
6일 대통령실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용산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언제든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의미였다. 대통령실은 이를 “국회를 존중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이튿날 국회에서 벌어진 여당의 행동은 그 설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7일 운영위에서는 김현지 실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복도를 틀어막고 고성을 지르며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대통령은 ‘대기하라’고 지시하고, 여당은 ‘절대 출석 불가’라며 막아섰다.
표면적으로는 엇박자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행동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대통령은 “준비는 했다”는 모양새를 만들고, 여당은 “출석을 막았다”는 실효를 챙긴 셈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장면이 민주당이 지난 정권 내내 주장해온 원칙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가르치던 민주당이 오늘 운영위에서 보인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늘 모습은 상하관계를 넘어 선 주종관계로 보인다.
더구나 의원 개개인이 왜 이렇게까지 과잉 행동을 감수하는지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천권이 사실상 집중돼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제1부속실장을 지킨다며 국회 복도에서 몸싸움을 벌일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약점을 잡힌 것인가”, “공천이 걸린 것인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이라면 민주당이 자랑해온 ‘민주적 공천시스템’ 또한 허울뿐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충성 경쟁과 권력 집중이 벌어지는 정당이라면 공천의 민주성은 사실상 사기(詐欺)로 봐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는 “김혜경이라도 이렇게까지 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부인’이라는 풍자까지 나왔다. 여당의 과도한 방어가 김현지의 위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늘 민주당이 보인 행동은 정치학에서 말하는 ‘반사적 복종(Reflexive Obedience)’과 정확히 겹쳐진다. 반사적 복종은 절대권력 아래에서 하급 조직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일 때를 이르는 말이다.지도자의 마음만 읽혀도 과잉 충성으로 질주하는 구조다. 오늘 민주당의 행동은 그 전형을 떠올리게 했다.
여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지, 대통령의 하부 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 민주당은 대통령의 협력자가 아니라 권력의 심기를 지키는 ‘몸종’처럼 움직였다. 정치적 존엄을 스스로 포기하고 조건반사적 충성으로 치닫는 정당이 국정을 책임질 수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 정당은 이미 자율적 판단 능력과 견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입법폭주·탄핵폭주로 점철된 막장정치로 권력을 잡더니 급기야는 ‘몸종정치’를 시전한 더불어민주당. 자정 능력을 상실한 정당이 갈 곳은 한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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