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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칼럼] ‘개혁’이란 이름과 ‘권력의 본질’…이재명의 방송개혁
  • 김영 기자
  • 등록 2025-07-19 16:14:33
  • 수정 2025-07-19 16: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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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판하면 입틀막, 저항하면 수사”… ‘권력형 방송통제’의 위험한 신호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을 막고, 경찰은 같은 시기 이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입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제도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정부가 오히려 말을 막고 처벌로 대응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우리는 지금 ‘개혁’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권력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9일 고교연합, ROTC동지회, 퍼스트코리아청년연대, 방송3법저지를위한자유시민행동연대 등 회원들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대전 유성 경찰서 2차 조사를 '표적수사'로 규정하면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미일보 사진

“발언 그만하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무회의 도중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던진 이 말은 단순한 언쟁이 아니었다. 그는 이어 “비공개 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질책했다. 방통위원장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일명 방송 3법)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직후, 경찰은 이진숙 위원장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피의자 입건해 2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명목은 2015~2018년 대전MBC 사장 재직 시 법인카드 사용 내역. 하지만 해당 사건은 10년 가까이 지난 오래된 사안이며, 수사 착수 시점도 현직 방통위원장의 ‘정권 비판 발언’이 화제가 된 시점과 겹친다.

 

이쯤 되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재명의 공개적 ‘입막음’과, 수사기관의 압박이 교차되는 구조.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 이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민주주의 본질과 연결된 사안이며, 방통위원장으로서 문제점을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시가 아닌 의견이었다”며 발언의 무게를 축소했고, 강유정 대변인은 “의견 개진이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대통령의 수직적 지시를 받지 않으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 장치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이 특정 정당의 방송법 밀어붙이기식 입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본연의 역할이었다. 그 발언을 ‘개인 정치’로 몰아붙이고, 아울러 과거 사안을 들춰내 ‘입 다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인가?

 

이재명 정부는 방송개혁을 표방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고, 공정성과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실행 방식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비판적 시각을 견제하고, 방송 기관장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며, 수사기관까지 동원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장악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방통위가 위원회 안을 만들어 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지시권이 없는 대통령이 독립기관에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시라기보다는 의견을 물은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른바 ‘입막음과 손빼기’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 플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19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조사를 받기위해 유성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그를 응원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뒤따르고 있다. 한미일보 사진

경찰 수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 위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이미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에 대해선 “10년 전 사건이고, 당시에도 회계 감사를 받았던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 시점, 피의자 지정의 신속성, 발언 제지와의 시간적 근접성 모두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비판이 거슬리면 왜곡이라 몰고, 반대 의견은 입틀막으로 틀어막는 것이 이재명식 국정운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무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방송개혁이 진정 필요하다면, 그것은 정권에게 불편한 말도 들어주는 태도에서 시작돼야 한다. 수사로 말문을 닫게 하고, 회의에서 말할 자격을 박탈하며, 지지율에 기반한 무소불위의 통치를 강화한다면, 그 개혁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정부는 지금 ‘언론 길들이기’와 ‘제도 개혁’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권력의 확장인지, 민주주의의 신뢰 회복인지를 가를 중대한 시험지가 될 것이다.

 

핵심 쟁점 요약


대통령 발언                “비공개 회의 왜곡… 발언 그만하세요”

방통위원장 입장         “공영방송 개편, 발언은 의무”

경찰 수사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피의자 조사 (7/5, 7/19)

법적 구조                   방통위는 국무총리 소속 독립합의제 행정기관

비판 쟁점                   수사·발언 제지가 동시 발생 → 권력형 압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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