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영 한미칼럼] 경제는 해법을 요구했지만, 정권은 책임을 피했다
  • 김영 편집인
  • 등록 2025-11-24 06:00:01
기사수정
  • 경제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시장은 경고음을 냈다
  • 정권은 신호를 외면하는 선택으로 책임을 피해 갔다
  • 경제가 흔들릴 때 정치는 독재를 향해 기운다

경제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권은 권력을 택했다. [그래픽=한미일보]

한국의 정치·경제는 2025년 초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과정과 ‘12·3 사태’는 국가 통치 체계를 흔들었고, 한국 사회는 심각한 수준의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국민은 한 가닥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최소한 정치의 불확실성만큼은 줄어들 것이며, 경제 상황 또한 예측 가능한 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혼란은 컸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펼쳐진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였다. 정권은 출범한 첫 순간부터 ‘경제 안정’보다는 ‘정치적 생존’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검찰 무력화,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 공직사회에 대한 선거 조직화 수준의 인사 검증 강화, 대법관 증원, 선거법 허위행위 조항 삭제 등 일련의 조치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는 권력기관 장악과 법률 해석권 독점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 책임성, 일관성임에도 정권은 방어벽과 장악력, 면책 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정확히 감지했다. 환율이 1450~1500원 구간을 맴도는 게 상시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한국의 구조적 한계보다 정권의 선택 방식을 더 큰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 가계신용은 1968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00조 원 돌파는 시간문제가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문제가 금융권 전체로 전이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구조조정은 시작되지 않았고, 통화량(M2)/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했지만 유동성 정상화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뒤로 미뤄졌다. 


경제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시장은 경고음을 내고 있는데 정권은 그 신호를 외면했다. 선택해야 할 정답이 있음에도 책임은 지기 싫은 무능한 정권은 정답을 향한 모든 결정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시장은 영리하다. 정권이 선택을 회피하면 시장은 다른 선택을 한다. 


기업들은 원화보다 달러를 선호하며 국내 투자를 줄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에 ‘정권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기 시작했다. 금리는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 갇혀 정책 수단이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PF 부실은 방치된 채 좀비 채권을 양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충격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시장은 활동 무대를 옮긴다.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의 문턱’을 밟고 있다는 표현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경제가 요구하는 해법은 분명하지만, 그 해법을 택할 경우 정권이 떠안아야 할 책임이 두려운 이재명 정권은 선택 대신 더 많은 제도적 통제 장치를 찾고 있다. ‘경제가 흔들릴 때 정치는 독재로 기운다’는 역사적 패턴이 한국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가 정치의 독재화를 부르는 구조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게 아니다. 역사적 경험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재현되며 동일한 메시지를 준다. 


1970·80년대의 라틴아메리카, 금융위기를 겪은 1990년대의 튀르키예(터키), 그리고 2010년대의 헝가리와 베네수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제가 흔들릴수록 정치권력은 통제와 장악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알 수 있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순간부터 정권은 장기 안정보다 단기적 권력 유지에 매달리게 된다. 그 결과, 제도적 견제가 약화되면서 국가 체제가 자연스럽게 독재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징후는 바로 이 역사적 패턴과 구조적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경제를 흔든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것은 우파 정권과 달리 좌파 정권은 해법을 알고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회피가 시스템 전체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재명 정권 들어서 위기를 구조화시키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국민이 바라던 ‘정상화’는 실현되지 않았고, 정권은 경제의 예측 가능성과 정치의 안정성마저도 무너뜨렸다. 


위기는 자연발생적인 게 아니라 선택의 결과였다. 정권은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피했고, 책임을 피하는 정치가 반복되자 경제는 흔들렸다. 경제가 흔들리자 정치의 무게중심은 권력 집중 쪽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현주소다.


“경제가 왜 이 모양이냐고 탓하기 전에 왜 이런 정권을 선택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경제는정답을말했다 #정권은책임을피했다 #위기의문턱 #독재로기우는정치 #정책불신 #경제경고무시 #한국경제리스크 #김영한미칼럼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