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이름보다 구조가 중요한 예산 시즌. 기획재정부는 그 시작점이다. [그래픽=한미일보]
150조원 규모로 확대된 국민성장펀드를 두고 정부는 “AI 시대의 국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국회와 금융권에서는 “기존 정책금융과 무엇이 다른가”,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역대 최대 규모지만, 정작 핵심 설계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규모는 가장 큰데 설계도는 비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산업은행과 성장금융,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고 여기에 연기금과 민간 투자자가 참여하는 우산형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는 출자·보증·이차보전 등을 마중물로 제공해 민간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반도체·AI·바이오 등 어떤 산업에 얼마를 배분할지, 민간 투자 유인을 어떻게 설계할지, 기존 혁신펀드 및 부처별 AI 예산과 중복 투자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장 큰 쟁점은 이 펀드가 기존 산업·혁신펀드와 구조적으로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여부다.
정부는 “새로운 국가 투자 플랫폼”이라고 설명하지만, 산업은행과 성장금융은 이미 대규모 첨단산업·AI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공공 AX·부처 혁신펀드·AI 예산과의 기능적 중복도 적지 않다.
결국 “정책금융의 재탕”이라는 야당 주장도 단순한 정치적 공격이라기보다 구조 검증의 맥락에서 제기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어디로 귀결되는지도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반도체·AI·바이오와 같은 고위험 산업에 대한 장기투자는 손익분기점 도달이 쉽지 않고, 정부 출자와 정책금융기관 보증, 공기업·연기금 참여가 결합될 경우 손실이 국민 세금이나 연금 자산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은 ‘위험 대비 적정수익’이지만 정치적 압력이 개입할 경우 전략 산업이라는 이유로 참여가 강요되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민간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오려면 정부는 보증 비율 확대, 출자 확대, 이차보전 강화 등 이른바 ‘안정 장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고, 이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부담이 더 늘어나는 구조로 연결된다. 한국 경제는 이미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국가부채와 높은 민간신용갭 등 취약성을 안고 있어, 정책금융의 추가적 위험 흡수가 재정·금융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하면 구조적 차이도 뚜렷하다.
미국 CHIPS Act나 EU의 IPCEI는 세액공제·보조금·공공 인프라 지원 위주로 정부가 직접 투자자로 들어가는 방식은 피하는 반면, 한국의 국민성장펀드는 정부 출자와 정책금융기관 동원, 연기금 참여 가능성까지 결합되는 형태로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는 구조다. 속도는 빠르지만 실패 시 손실이 곧바로 재정과 연금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결국 150조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는 단순히 ‘어디에 투자하느냐’보다 ‘위험을 누가 감당하도록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 기존 펀드와의 중복을 조정할 지휘체계가 마련돼 있는 △ 손실이 국민이나 연금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한 위험 배분이 가능한지 △ 민간이 손실을 부담하도록 구조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면 규모는 정해졌지만 설계는 미공개 상태이며, 본질적 위험은 ‘150조’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구조에 있다.
<한미일보>의 결론은 분명하다. 투자는 커졌지만 통제는 없다. 규모는 커졌지만 설계도는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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