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하는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가 여당 주도로 논의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과 관련해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변협은 8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독립은 국민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그 어떤 명분으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협은 "입법부가 사법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는 권한을 보유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권한 행사는 각 국가기관의 독립성을 전제로 해야 하며 일반적·추상적 규율이라는 입법의 본질을 부합해야 한다"며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 요청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특정 시점과 특정 사안에 따라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한다면 이는 입법권의 헌법적 한계에 관한 의문을 야기할 수 있으며 국민 역시 그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선 "헌법은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을 사법부의 고유 권한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선 "법관의 독립적 직무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의 신설에는 엄격한 헌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협은 마지막으로 "국회가 삼권분립의 헌법적 원칙을 존중하고, 사법부의 독립이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근본 토대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들에 대한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관련 법안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내란재판부 설치법은 12·3 계엄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법왜곡죄는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일 각급 법원장들이 모인 최고위 법관 회의체인 전국법원장회의는 두 법안에 대해 논의한 뒤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전국 판사 대표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 역시 두 법안을 포함해 여권발 사법개혁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