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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진웅을 ‘장발장’에 비유하는 억지 논리가 절망스럽다
  • 오세라비 작가
  • 등록 2025-12-07 18: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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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연합뉴스

배우 조진웅이 과거 10대 시절 소년범 논란으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지 성향의 몇몇 연예인을 비롯해 교수, 변호사가 일제히 조진웅을 소위 쉴드치는 글들이 페이스북을 달군다. 눈에 띄는 인물이 한인섭 교수, 김경호 변호사인데 필자는 처음 아는 인물들이다. 해당 글을 쓴 이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니 한겨례에 글을 기고하거나 좌파 진영이다.


먼저 김경호 변호사(대덕대 군사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는 오늘(7일) 페이스북을 보자. '2025년의 대한민국은 장발장을 다시 감옥으로 보냈다'는 제목이다. 김 변호사는 "빅토르 위고가 2025년의 한국을 목격했다면 ‘레 미제라블’의 원고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는 논리를 폈다.


의문이 든다. 김경호 변호사는 정말 ‘레 미제라블’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조진웅을 장발장에 비유하는 게 얼마나 엉터리 논점인지 알았을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대혁명기 시절 장발장이 왜 빵을 훔쳤을까? 굶주리는 조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진웅의 죄목이 굶주리는 친족이나 지인을 위해서 범죄를 저질렀나? 정말이지 얼토당토않다. 조진웅 사건을 보도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교 재학 당시 특가법상 강도 강간(1994년)으로 형사재판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된 것이다.


장발장은 공장 생활과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팡틴이 병으로 죽자 그녀의 딸 코제트를 데려다 훌륭하게 키웠다. 이후 장발장은 마들렌 시장을 하며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파리시에 봉기가 일어나자 장발장의 과거를 아는 자베르 경감의 집요한 추적으로 위기에 빠지고 장발장은 코제트와 그녀의 연인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이야기다.


어떻게 조진웅을 장발장에 비유할 수 있는지 실소 아니 폭소가 터진다. 조진웅의 삶이 어땠을까. 성인이 된 후 극단 단원을 구타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당한 적 있다. 조진웅은 한쪽 정파의 정치 이념에 매몰된 채 유명 정치인들과 어울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런 조진웅의 삶에 어떤 이타적인 실천이 있었나? 조진웅이 배우 생활과 별도로 과거의 잘못을 딛고 선행과 봉사의 길을 걸었다면 모를까. 비유할 소재로 비유해야지. 이것은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에 대한 모독이다. 


또 한 사람은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다. 한 교수 역시 7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강변했다.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 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라고 썼다. 


한 교수의 식견은 더 심각하다. 그러니까 조진웅을 비판하는 측이 마치 독립군을 핍박하는 일제 강점기 시절 경찰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뜻인가? 게다가 조진웅 행적을 비판하는 대중이 우매하다는 식으로 폄훼한다. 한 교수는 “수십 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 시키려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말이다. 좌파 진영은 걸핏하면 80년 전 일제 강점기 시절 인사들을 향해 ‘친일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 여론몰이를 한다. 과거사를 단골로 꺼내 들며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쪽은 어딘지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조진웅 사건을 보면 철저히 내 편, 우리 편은 억지 논리가 되더라도 변호에 열을 올린다. 


조진웅은 자신이 지은 죄업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 정의의 사도인 양, 청년 김구를 연기하며 독립군 역할을 하며 영혼을 이어받은 듯했다. 절정은 2025년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독으로 좌파 진영 최고 권력자들과 교류하며 흥행 인기 배우로 살았다. 이처럼 정의의 화신이 된 조진웅을 보며 그의 과거를 아는 제보자의 제보가 있다고 한들 그들의 탓은 아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제2의 인생을 살 권리, 패자부활전의 장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제2의 인생은 스스로 태도와 실천적 삶이 있을 때 적용되는 거다. 조진웅 삶에 어디 그런 부분이 있었는지 대중은 의아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진웅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한인섭 교수, 김경호 변호사 두 사람의 지성에 더욱 절망을 느낀다.                    


오세라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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