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왼쪽)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바로 그날인 올해 12월3일 늦은 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법 왜곡죄’ ‘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이 법안을 의결했고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이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내란·외환 사건 및 주요 특검 사건을 전담하여 처리할 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해 온 이 법안은 사법권 침해 및 위헌 논란으로 이미 한 차례 수정을 거친 바 있다.
원안은 지난 7월8일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에 대해선 “특정 사건만을 위한 재판부를 국회가 관여해 만드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 및 법원행정처 등 사법부가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등 강한 반발이 있었다. 그러자 위헌 논란 등의 쟁점을 보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지난 9월 이성윤 의원 등을 통해 다시 발의된 것이다.
그러나 수정안 역시 사법부를 정치권이 관리·통제하려는 발상 자체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재판 진행 중인 내란 관련 사건에 대해 1심 적용을 포기하고 2심부터 전담재판부에 맡기겠다는 수정안을 내놨다. 이는 기존 법안이 사실상 특정 사건과 특정 인물을 겨냥한 ‘처분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정곡을 찌른 것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재판부 구성 과정에 대해 사법부 외부 개입 조항을 삭제하고,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등 재판부 추천 권한을 온전히 사법부가 갖도록 하는 것으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외형상 위헌 요소만 덜어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조계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를 거쳐 수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애초에 위헌 요소가 명백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 자체가 입법 폭주이자 사법 겁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를 통과한 수정안에 대해서도 이처럼 논란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법안 명칭에서 ‘윤석열’을 삭제하고 재판부 설치를 2심부터 적용하는 등 또다시 수정안을 마련하고 ‘내란전담재판부법’ 수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법안 명칭을 ‘윤석열 12·3 비상계엄’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내란 및 외환에 관한 특별전담재판특별법’으로 바꾼 것에 대해 민주당에선 “일반화했다”고 밝혔으나 법조계에서는 “이름만 바꾼다고 정치 재판의 성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내란재판부는 적용하되 2심부터 하자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정안은 법적 정당성 확보라기보다 여론 악화와 위헌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후퇴에 가깝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논란을 피해 우회로를 택하려는 것이지 의도 자체를 접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또는 22일 재수정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사법부를 압박해 재판 구조를 바꾸려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 비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미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