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후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부는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선언하며 14건의 양해각서(MOU) 체결과 경제협력 강화를 성과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화려한 공식 발표의 이면에선 한·중 간의 외교적 불균형 심화, 역사 왜곡, 중국의 ‘먹튀 외교’ 전술이 재현되었을 뿐, 양국의 공식 발표와 현실은 괴리가 크다. 정부와 언론에서 말하는 정상회담과 실제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는 몇 가지 핵심 사안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
시진핑에 이용당한 이재명: 정치적 오브제(Object)로서의 국빈 방문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을 자신의 안방으로 초청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중공 내에서 약화된 자신의 입지를 재부각시키려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 여타 국내 정치적 이유, 그리고 지정학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지정적 전략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대미·대일 문제에서 이재명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즉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도록 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시진핑의 대만 ‘해방’, 대미 대응, 대일 대응과 관련해 국내 언론에선 다루고 있지 않지만,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재명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정치적 오브제로 철저하게 활용되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국빈 방문’의 형식 뒤에 감춰진 상하관계의 심화: 의전과 언어의 불균형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 합의문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중 양국이 2014년 이후 12년째 정상 간 공동성명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필자가 보기에 더욱 심각한 것은 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의전상의 불균형이다. 시진핑은 시종일관 이재명에게 아랫사람 대하듯 반말투로 지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시 주석이 사용한 ‘응당(应当·应当坚定站在历史正确一边,作出正确战略选择)’ ‘마땅히(应该)’ ‘보살피다(照顾)’ 등의 단어는 중국어 용법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하거나 지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반면 이재명은 시 주석에게 ‘존중(尊重)한다’ 등의 어법을 사용했는데, 중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상전이 아랫사람에게 지시하고 아랫사람이 상전을 받드는 형식의 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책봉국·조공국 관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한·중 간의 비대등 관계가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외교적 결례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미숙함 재현
더욱 놀라운 것은 시진핑이 이재명을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도 5일 정상회담 직전 아일랜드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을 희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외교적 결례로, 국가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고질적인 한국 외교의 미숙함과 정권의 비정상적 대(對)중국 무지, 그리고 자기식으로만 해석하는 단순함(自讀自解)과 나이브함이 이번에도 재현되었다.
어느 정권에서든 한국 정부는 스스로를 중국과 대등한 관계로 만드는 것이 외교적 과제가 되어야 함에도 불균등 관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이 건에 대해 아무것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혹을 떼기는커녕 오히려 덧붙여 당하기만 하고 돌아온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재명은 혼자 헛물을 켜고 돌아와 어용 언론들을 동원하여 성과가 대단하고 능력 있는 대통령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온 것이다.
역사 왜곡의 공동정범: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지워지는 역사적 진실
시진핑은 의도적으로 ‘80여 년 전’의 과거사 문제를 끄집어내 이재명을 엮으려는 전술적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일제에 저항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통해 이재명을 대일전·대미전에서 중국 측에 줄을 서도록 지시조의 어투로 어르고 구슬렀다.
이에 대해 무지한 이재명은 무조건 호응하며 화답했고, 그 결과 무식함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국가 지도자라 하더라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명확한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항일 투쟁을 벌인 중국은 마오쩌둥이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 아니라 장제스의 ‘중화민국(대만)’이다. 중공과 중화민국은 둘 다 ‘중국’으로 약칭되지만 두 국가는 정치적 실체가 다르고 관계 또한 복잡하다. 여기 대해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은 항일전에서 일본군과 내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 국민당군의 정보를 제공해 국공합작을 함께 진행한 국민당군을 패배시키고 국가 권력을 뺏는 것에만 관심을 뒀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으며, 도움을 준 것도 거의 전무하다. 뭔가 한 게 있다면 저우언라이 등이 충칭 주재 중공판사처에서 환국 전 김구 등 한국 임시정부 요인들을 초대해 조촐한 축하연을 베푼 것이 전부였다.
항일운동을 함께 한 것은 장제스의 중화민국(대만)
이에 반해 장제스는 1932년 연말부터 1946년까지 한국 임시정부에 활동비는 물론, 임정 요인들 권속의 생활비까지 지급했으며, 당시 지원한 자금은 현재 한화 가치로 수백억 원이 넘는다. 심지어 김구가 환국할 때 한국에서의 활동비로 중국 화폐 5000만 위안과 미화 50만 달러까지 지원했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시진핑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이 실현되어 중국과 대만이 통일된 것도 아닌데, 중화민국을 중국으로 바꿔치기해 마치 중국이 한국과 공동으로 항일투쟁을 한 것처럼 역사를 왜곡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딸랑이처럼 이에 부화뇌동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역사 왜곡은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양국 관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시진핑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선 별도의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데 논지와 기사 분량상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성과’라는 이름의 신기루: 중국의 ‘먹튀 외교’ 전술의 재연
이재명 정권이 자화자찬하는 외교 성과는 한마디로 ‘줄 것은 다 내주고 얻은 것은 유명무실한, 빚좋은 개살구’다. 시진핑은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중공에게 신세를 진 이재명을 어르고 뺨치면서 챙길 것은 다 챙겼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4가지 이익 보장과 한국이 해선 안 된다는 4가지 금족령, 즉 ‘4요(四要)’와 ‘4불(四不)’인데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의 중국’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
둘째,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개입하지 말 것(미국과의 군수산업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문제 포함)
셋째,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불참
넷째, 주한미군의 역할을 제한하도록 할 것
이 글에서 상세하게 논할 순 없지만, 이재명은 시진핑에게 풀어줄 선물 보따리라도 되는 양 이미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관영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과연 이재명은 시진핑이 요구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불개입, 주한미군의 역할 제한 등을 실행에 옮길지 아니면 또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빠져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말은 듣지만, 행동은 지켜본다(听其言, 观其行)’… 중국의 전형적 외교술
반면, 이재명이 요청한 것에 대해선 시진핑은 ‘우선 위의 네 가지 요구를 다 수용하고, 이재명이 일본에 가서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당신이 실용 외교라는 명분으로 지난번 트럼프의 비위를 맞췄듯이 이번에 일본에 가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비슷한 짓을 할 테니, 네가 하는 것을 보고 다시 얘기하자‘는 저의가 보인다.
이는 중국 외교의 전형적인 꼼수인 '말은 듣지만, 행동은 지켜본다(听其言, 观其行)'는 외교술이다. 상대방의 양보를 먼저 이끌어낸 뒤 자신은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는 중공의 전형적인 '먹튀 외교'의 극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국이 한화그룹 자회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한한령’을 점진적으로 폐지하여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을 허용할 것이라는 발언은 단순한 미끼였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진핑은 이재명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면전에서 자신의 꾀에 넘어가는 사람을 아이 다루듯이 갖고 놀면서, 자신이 얻을 것은 다 챙기고 이재명이 요구한 것은 들어줄 듯이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인 1월6일, 중국 정부는 약속 이행을 발표하기는커녕 기존의 제한 조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 드라마·영화·음악 등 신규 콘텐츠의 중국 플랫폼 유통은 여전히 차단된 상태이며, 중국이 수년간 중단해 온 한국 게임에 대한 ‘서비스 허가권(版號)’ 발급도 재개되지 않았다. 필자가 사실상 중국이 한국을 기만한 것이며, 이재명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예단한 것이지만, 중국은 약속을 이행할 의사가 없다. 이번에도 ‘한한령’을 여전히 한국을 압박할 유효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남북 관계와 서해 구조물 문제: 전략적 무지로 중국의 틀에 말려든 이재명
이재명이 시진핑에게 남북문제 중재를 요청했을 때, 시진핑은 실효성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중재해 주겠다면서 반대급부로 위의 4가지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중국이 중재 기회를 만들도록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북한 비핵화는 보장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는 중국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영해 문제이다.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한 이재명의 대응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 문제가 향후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관계에서 어떤 전략적·지정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즉각적인 해체나 비례 원칙과 상호주의에 기반한 대응 예고조차 거론하지 못하고 협상을 지속한다는 선에서 봉합했다.
필자가 보기에 서해 구조물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중국은 이것을 철거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확장할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설령 철거한다 하더라도 철거해 주는 대신 또 다른 요구를 할 것이다. 즉, 서해 구조물을 외교적 카드로 만든 것이다. 이는 정말 이재명의 외교 전략 부재를 완전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중국인 관광객 확대의 이면과 실상: 중국의 이익을 이재명의 성과로 포장
시진핑이 이재명에게 해 줄 듯이 얘기한 중국인 방한 관광객 증가와 남북 정상회담 중재는 이재명이 요청하지 않아도 중국이 한국에 대해 하고자 하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격이다.
시진핑이 한국 방문 중국인 단체 관광을 다시 허용하여 상반기에 3배, 하반기에 5배로 관광객 수를 늘리겠다고 한 것도, 마치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처럼 인심 쓰듯이 얘기했지만, 사실 이는 자신이 시행하고 싶은 정책이다.
중국인을 한국에 많이 보낼수록 중국인 거주자가 늘어나고, 한국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 전개에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방문객들이나 한국 내 중국인 거주자들 속에 중공 정보공작 요원들을 잠입시켜 한국의 주요 산업기술과 군사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토지 매입 확대, 사회불안 조성, 갈라치기 분란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강화되는 것이다.
북한 중재도 실효성이 없지만 그런 형식을 끌고 간다는 것은 분단 상태에서 양쪽을 관리한다는 기존 중국의 한반도 전략 목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안들은 중국의 장기적 전략이며, 이를 우리의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스스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적 행위다.
긴 글을 매듭지으면서 한마디 강조하고자 한다. 국가 지도자와 정부는 어떤 사안이든 국민에게 정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도 가감 없이 진실을 보도할 책임이 있다.
국민이라면 국익과 국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판단해야
그런데 현 정부는 이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외교적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 없이 성과를 부풀리고, 국민에게 사실을 왜곡해 전달하고 있다.
이제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시점이다. 대(對)정부·언론 감시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개딸’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국익, 미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재명정부와 이에 줄을 선 언론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불편하더라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정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외교란 무엇인지,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해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이번 방중이 외교적 성과를 자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미일보 편집위원

◆ 서상문 편집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환동해미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