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4대 기업 총수를 비롯한 경제사절단 200여 명을 대동하고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향했다. 지난해 12월18일 전국에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은 “조만간 중국하고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연초의 중국 방문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이재명의 이번 방중을 두고 “새해 인사하러 가는 거냐”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건드릴 행동” “연초에 남의 나라 방문하는 대통령도 있나” 등 부정적 반응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나의 중국’, 주한미군 임무 확대 반대 등… 중국 제시 ‘4要4答’
이재명은 중국 방문을 앞두고 4일 공개된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인지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로, 미국과 일본에서 이 발언을 문제 삼을 소지가 크다.
더욱이 같은 날 대만 롄허보는 대만 정보기관을 인용해 중국이 한국에 ‘하나의 중국’ 준수와 주한미군 임무 확대 반대 등 ‘4요4답(4要4答·네 가지 요구와 네 가지 약속)’을 제시했다고 보도해 언론에 공개된 정상회담의 결과 이면에서 이 문제가 과연 어떻게 다루어졌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중 이틀째 ‘한·중 비즈니스 포럼’
5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됐다. 이재명은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좋은 이웃은 천만금보다 귀하다고 한다. 한·중 기업은 바로 그 천만금보다 귀한 서로의 이웃”이라며 제조업과 서비스·콘텐츠 산업을 협력의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이 포럼을 통해 한국의 신세계그룹은 상품을 개발·발굴하고, 중국의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한국 상품을 온라인 수출하기로 합의하는 등 소비재 분야에서 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밖에 콘텐츠 분야에서 3건, 공급망 분야에서 2건 등 양국 기업 간 총 9건의 MOU가 체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中 산업 당국, 장관급 정례협의체 구축하기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 부장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중 상무 협력 대화 채널’ 신설에 관한 MOU 및 한·중 산업단지 협력 강화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한·중 양국은 이번 MOU 체결을 통해 향후 장관급 정례 협의체인 ‘상무 협력 대화’를 신설해 매년 최소 1회 상호 방문해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올해 중에 중국 상무부가 인솔하는 투자조사단이 새만금을 방문하기로 해 앞으로 중국의 새만금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해 구조물’ ‘한한령(限韓令)’은?
국민의힘 등 야권과 일반 국민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핵심 현안으로 ‘서해 구조물’, 즉 서해에 설치된 중국 인공구조물(불법 해상 구조물) 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이재명은 구조물 철거 등 직접적 요구 없이, 실무 협의를 통한 관리와 해양 질서 개선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서해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평화·공영의 바다”를 만들자는 원론적 합의와, 논란이 된 구조물 문제에 대해 “건설적 협의를 이어간다”는 것이 요지다. 서해에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올해부터 경계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 사안에 대한 정상회담 결과이다.
‘한한령 완화’ 또한 이렇다 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 이에 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뒤 베이징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중국은 여전히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우스갯소리처럼 ‘한한령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질 필요 없다’는 취지의 대화만 오갔다”며 “(한한령 완화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점치기 어렵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실효성 없는 빈손 회담’ ‘굴종 외교’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서해 구조물 철거라는 구체적인 확답을 받아내지 못한 채, ‘건설적 협의’나 ‘차관급 회담 개최’ 등 정치적 수사뿐인 추상적 약속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구조물을 설치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이를 강하게 밀어붙여 해결하지 못하고 중국의 ‘민간 시설’이라는 주장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버린 꼴이라는 것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핵심 현안에 대한 가시적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며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에 대해 사과도 철거 약속도 없었으며, 한한령 문제 또한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박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