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진행된 결심공판 [사진=방송화면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을 앞둔 1월 8~9일 방송 보도는, 재판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결심 공판 자체를 유죄 확정 단계로 오인할 정도의 인상을 남겼다.
결심은 판결이 아니라 구형과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부가 판단을 정리하는 절차적 단계에 불과하지만, 다수 보도는 이 구분을 흐리게 만들었다.
방송 리포트 상당수는 결심 공판을 “운명의 날”, “사형이냐 무기냐”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법정형의 범위를 소개하는 형식이었지만, 서술 구조는 이미 유죄가 전제된 상태에서 형량만 남아 있는 것처럼 구성됐다.
구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1심 판결과 선고는 훨씬 뒤의 절차라는 점은 부차적인 정보로 밀렸다.
그 결과 결심 공판은 ‘판단 직전 단계’가 아니라 ‘사실상 결론이 내려지는 순간’처럼 소비됐다.
문제는 강한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전망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방향만 제시한 보도 구조다.
당시 방송 보도에서 전망은 복수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유죄 가능성에만 일방적으로 무게가 실렸고, 무죄나 일부 무죄 가능성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과 실질적 폭동성, ‘우두머리’ 인정 기준,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같은 핵심 법리 쟁점은 빠졌다.
이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편집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 뚜렷하다.
전망 보도가 성립하려면 상반된 결과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판단을 판결로 유보해야 한다.
그러나 8~9일 방송 보도는 이미 설정된 유죄 시나리오를 강화하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망은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결론을 앞당기는 장치로 기능했다.
그 결과 보도는 전망의 영역을 벗어나 확증편향의 구조로 이동했다.
이 같은 프레이밍은 시청자 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네이버 뉴스에 노출된 방송 기사 댓글을 유형화해 분석한 결과, 다수 반응은 결심 공판을 판결 또는 유죄 확정 단계로 오인하거나 이미 유죄를 전제로 형량만을 논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심과 판결, 구형과 확정의 구분이 시청자 인식에서 희미해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이해하기 쉬운 서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무죄나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판결 자체가 ‘이상한 결과’나 ‘봐주기’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
언론이 앞당긴 예단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결심 공판은 결론이 아니다. 판단을 정리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결심을 유죄 확정처럼 다룬 이번 보도는, 언론이 사법 절차를 설명하는 역할을 넘어 판단의 시점을 앞당긴 사례로 남는다.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결론을 선행한 보도는, 결국 언론 신뢰와 사법 신뢰를 동시에 소모시킬 뿐이다.
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