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핵 탐지기'로 불리는 미 공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영국 서퍽주에 있는 미 공군기지 밀든홀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2026년 1월 말 현재, 미국이 이란을 직접 군사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은 10% 이하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전쟁의 개시가 아니라 전쟁 이후를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대리전 구조, 에너지·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고려할 때, 워싱턴의 선택지는 군사 행동보다는 관리와 억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중동 지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질문에 "이 지역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배치하고, 필요하다면 수천 명의 미군 병력과 기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고 신중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보다는 방어용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에 이란에 말했듯이, 협상을 하라! 그들은 협상하지 않았고, '미드나잇 해머 작전'이라는 대규모 이란 파괴 작전이 벌어졌다. 다음 공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핵협상 문제를 분명히 했다.
전쟁의 시작보다 어려운 ‘확전의 통제’
하지만 현실을 보면 녹록치 않다.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제약은 이란의 대리전 네트워크다.
이란은 본토 방어보다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으로 이어지는 간접 전력에 강점을 가진 국가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타격하는 순간, 충돌은 단일 전구에 머물지 않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의 시작은 통제할 수 있어도, 확전의 속도와 방향, 종료 시점은 미국의 계산을 벗어날 수 있다.
이스라엘도 신중한 이유
이 같은 구조는 이스라엘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 내부에서는 “때릴 거면 확실히, 아니면 아예 관리하자”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제한적·상징적 타격은 이란의 핵 능력이나 체제를 무력화하지 못한 채 보복만 촉발할 수 있고, 그 보복의 상당 부분을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란 타격에 신중한 이유는 반대라기보다, 확전 비용의 귀속이 자신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에 가깝다.
중간선거가 만드는 ‘전쟁 금지 구간’
미국의 국내 정치 환경도 군사 결단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대통령에게 중동 전쟁은 득표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특히 이란전은 단기간에 끝나기 힘들고, 해상로 불안과 유가 상승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예방적 타격이나 억제력 과시는 정치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며, 선거 국면에서 허용되는 군사 행동의 명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1월 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시위대가 모였고, 대학생과 노조 등이 합류하며 시위는 지난달 28일 발발 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왜 ‘10% 이하’인가 — 확률을 결정하는 조건들
미국의 이란 직접 타격 확률을 10% 이하로 보는 이유는 단순한 인상 판단이 아니라, 결정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른 구조적 평가다.
미국이 과거 군사 행동을 선택해온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직접 타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첫째, 미군 또는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피해 발생.
둘째, 외교·제재·억제 수단이 모두 소진됐다는 정치적 합의.
셋째, 동맹국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확전 관리 가능성이다.
현재 이 세 조건 중 충족된 것은 없다. 미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외교·제재·내정 압박이라는 대체 수단은 여전히 작동 중이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국들 역시 제한 타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는 한, 미국의 이란 직접 타격은 검토 대상일 수는 있어도 결단 단계로 넘어가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산출되는 현실적 확률이 10% 이하라는 평가다.
공습 대신 ‘내정 압박’을 택한 이유
이런 조건 속에서 최근 미국이 보이는 움직임은 군사 압박과 이란 내정 문제를 병행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이란의 인권 문제, 민생 악화, 내부 정치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빈도가 늘어난 것은 전쟁의 전조라기보다, 전쟁을 대체하려는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이미 존재하는 이란 내부의 불만과 균열을 국제 이슈로 증폭시켜, 체제가 스스로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란 국민과는 싸우지 않는다”는 미국의 메시지는 정권과 국민을 분리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담고 있다.
내부 혼란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외부 침공의 결과가 아니라 이란 내부 문제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다.
유일한 예외 변수, 미군 사상자
물론 이 낮은 확률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존재한다.
미군 사상자 발생이다.
이란 또는 친이란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억제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국내 여론과 동맹 신뢰 문제로 인해 보복 선택지가 급격히 확대된다.
이 경우 미국의 이란 직접 타격 확률은 단기간에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지난 17일 테헤란의 한 행사에서 연설 중인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란이 반정부 시위 사태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개혁파 인사들이 신정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비공식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고 유럽 전문매체 유락티브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교체 이후의 상태’
이 지점에서 미국이 이란 지도부 교체에 기대하는 실익이 드러난다.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 없이 핵을 ‘관리’하고, 대리전을 ‘조절’하며, 중동을 더 이상 최우선 전구로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워싱턴의 목표는 공습이 아니라 교체이고, 승리가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확보하는 데 있다.
중급 원유, 또 하나의 전략적 계산
이 실익은 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시장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위치 역시 미국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다.
이란 원유는 글로벌 공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정유 구조상 활용도가 가장 높은 중급 원유(medium crude)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중급 원유는 휘발유·경유·항공유 생산에 최적화돼 있어, 세계 다수의 정유 설비가 이 유종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따라서 중급 원유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단순한 물량 감소보다 정제 비용 상승과 가격 변동성 확대로 시장 충격이 증폭된다.
현재 이란 원유는 완전히 차단되지도, 정상적으로 복귀하지도 못한 불안정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이란 지도부가 교체될 경우, 미국은 이 원유를 전쟁 없이 정상적인 중급 원유 공급원으로 복원함으로써 유가 급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폭파 대상’에서 ‘조절 변수’로
결국 이란 지도부 교체가 미국에 주는 효과는 하나로 수렴된다.
군사력 사용 없이 핵과 안보, 에너지라는 세 개의 위험 변수를 동시에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이란은 더 이상 폭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변수로 재정의된다.
그래서 워싱턴의 전략은 공습이 아니라 교체이고,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