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필규 안보칼럼] 안보 정보 왜곡이 국가 위기 초래한다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2-12 17:28:50
기사수정
  • 영화 ‘트랜스미션’ 통해 본 한국 안보의 붕괴 전조
  • 외교·경제 모두 망치는 안보라인의 전면 교체해야

‘트랜스미션’ 속 방송은 대중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는 일방적 메시지로 기능한다. [영화 스틸컷]영화 ‘트랜스미션’(2017)은 정보 통제와 감시 사회의 붕괴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정보가 차단되고 왜곡되며 일방적 메시지가 반복될 때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지를 묘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구조가 오늘의 한국 안보 현실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는 사실이다.

 

전쟁은 총보다 정보전으로 시작된다. 중국의 무제한 전쟁론인 초한전(超限戰)에서 정보전·사이버전은 전쟁의 선행 단계이자 핵심축이다. 

 

적은 군사 충돌 이전에 정보와 여론 조작으로 인식을 흔들고, 정보 왜곡으로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며, 사이버 침투로 국가 시스템을 교란한다. 정보전은 상대국의 판단 능력을 약화시키고 내부 분열을 증폭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 

 

정보의 독점과 안보 담론의 정치화

 

‘트랜스미션’ 속 방송은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는 일방적 메시지다. 시민들은 선택권 없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이유조차 설명해 주지 않는다. ‘트랜스미션’의 시민들은 반복된 메시지에 노출되면서 판단 능력을 잃어간다. 

 

한국의 안보 역사 담론도 이와 닮았다. 평화 관련 안보 이슈는 과장되고, 다른 이슈는 축소되며, 어떤 안보 역사의 해석은 자유로운 논의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진영 논리와 구미에 맞지 않으면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간다. 

 

이는 유일신은 없고 범신만 있다고 하면 화형시키는 중세시대 신념 처벌이다. 종교적 믿음과 신념과 양심과 역사 해석에 허위는 없다. ‘허위사실 유포’ 공략은 종교 세력이 약하다고 사이비로 몰고, 의회 정치 세력이 약하다고 ‘계엄’을 ‘내란’으로 모는 힘의 횡포에 비유된다. 

 

안보가 정치 세력의 일방적 도구가 되면 위태롭다. 우리의 안보 정책이 공론을 거치지 않고 소수의 어용 자문위원이 결정하는 것은 안보 자해다. 

 

안보정책과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정보 획득과 분석과 대응 시스템의 유기적 연동에 있다. 합동성을 이유로 사관학교 통합을 시도하면서 군사와 국정(國政) 정보와 안보 데이터 통합은 시도하지 않는다. 

 

정보의 차단과 단절과 감시 

 

영화 속 시민들은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완전히 차단된 채, 특정 기관의 방송만으로 현실을 이해한다. 정보의 단절과 감시는 판단의 단절로 이어지고, 결국 비굴한 순응을 낳는다. 한국의 안보 현실에서도 정보 단절은 전략의 부재와 안보 교란으로 이어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안보와 외교와 에너지 정책과 전략이 뒤집히고, 국회는 악법은 남발하면서도 핵심 법안은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면 국민은 국가의 방향을 읽지 못하고, 동맹과 주변국은 한국의 예측 가능성과 그 의도를 의심한다. 정보 단절은 국가 신뢰의 단절로 이어진다.

 

정보의 편집과 왜곡과 구조적 은폐

 

‘트랜스미션’의 암묵적 메시지는 정보 통제가 안되면 의도적으로 사실을 편집하고 왜곡한다.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낼 능력도 의지도 없게 만든다. 

 

일부 세력이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그 소음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킨다. 근거 없이 감정을 흔들면 진실은 사라지고 진실을 판단하는 능력도 함께 사라진다. 정보 왜곡은 정보의 조작과 구조적 은폐로 이어진다.

 

안보 정보 왜곡은 필연적 위기를 자초한다. 적(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대전을 체험하며 무한 탈바꿈을 하는데, 우리는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조차 불허했다. 

 

방산(防産)에도 국회가 개입하려 하고, 여건에 맞지 않는 전작권 환수처럼 동맹 신뢰 약화 같은 중대한 문제는 정치적 ‘자주’ 메시지로 포장하고 밀실에서 논의한다. 

 

조작 정보와 여론은 주권 국가를 이기주의 부족 연맹으로 만든다. 정보가 왜곡되면 판단이 왜곡되고, 판단이 왜곡되면 국가의 전략적 선택도 흔들린다. 

 

억제력은 군사력의 크기와 적의 동태 예측 가능성에서 나오는데, 스스로 예측 불가능한 안보 장님 구조를 복원하려고 한다. 이는 억제력이 아니라 오판의 여지를 만든다.

 

구조적 안보 붕괴를 막는 대안 

 

트랜스미션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보는 사회의 판단 능력을 지탱하는 기반이며, 그 기반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린다. 

 

한국의 안보도 마찬가지다. 평화 정책으로 국가를 지킬 수 없다. 정책의 일관성, 제도의 지속성, 동맹의 신뢰, 산업과 에너지 기반의 안정성 같은 구조적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방예산 지연 집행, 간첩법 개정 지연, 보안법 폐지 시도, 불필요한 동맹 갈등 초래 등 군을 파괴하면서도 국회에서는 군을 모독하지 말라고 호통을 친다. 

 

국민은 사건은 보지만 은밀한 파괴 카르텔 구조를 보지 못한다. 전쟁은 총성이 울릴 때가 아니라 안보 구조가 흔들릴 때 이미 시작된다. 

 

정보가 흔들리면 판단력과 억제력이 약해진다. 억제력이 약해지면 적은 보이지 않게 오열을 풀어서 빈틈을 공격하고 진지를 구축한다. 

 

전쟁은 그렇게 조용히 다가오고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거대한 카르텔에 의한 정교한 안보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심과 군심은 안보와 외교와 경제를 모두 망치고 있는 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촉구하며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될지언정 안보 시스템을 재정비하여 재앙을 사전에 감지해야 한다고 요청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