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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북한 도발 이유가 한국 책임?… 우리가 북한을 불안하게 했다니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2-10 19: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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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룩업’과 한국 안보가 직면한 위험
  • “불편한 진실은 말하지 말라”는 재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운데 두고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영화 ‘돈룩업’은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곧 떨어지는데도 정치권은 지지율을 계산하고, 언론은 자극적 프레임을 만들며, 시민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사회의 무지와 무기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하늘을 보라”고 외칠수록, 권력은 “보지 말라”는 구호로 진실을 덮어버린다. 이 기괴한 풍경은 영화적 허구이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이 마주한 안보 현실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불편한 진실 말하면 ‘불안 조장’으로 몰아

 

핵을 앞세운 북한군의 전술 변화, 러시아 전장에서 현대전을 익힌 인민군의 귀환, 국가 기반시설을 향한 북의 사이버 공격, 여론 조작과 여론을 흔드는 초한전 정보전까지 그 위협은 이미 우리 눈앞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불편한 안보 진실은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더 크게 작동한다. 영화 속 “하늘을 보지 말라”는 구호가 한국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면 불안 조장”이라는 비난으로 변주되는 셈이다. 

 

결국 ‘돈룩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다. “다가오는 재앙과 재난을 직시하고 대처할 의지가 있는가?” 이 물음은 지금 한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향한 경고처럼 들린다. 

 

영화 속 인류가 충돌 직전의 혜성 앞에서 분열과 무기력에 빠졌듯, 우리는 안보 위협 앞에서 정쟁과 진영 대립과 안이한 회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이미 실전 배치 단계로 고도화됐고, 적의 사이버 공격은 일상적이며, 미·중 전략 경쟁은 한국의 외교·경제·안보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지금 당장 변고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 요소가 누적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거대한 변화를 마치 영화 속 혜성을 대하는 군중처럼 “언젠가 누군가가 해결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흘려보내고 있다.

 

연합훈련 축소를 ‘평화’로 포장하면 안 돼

 

영화 속 대통령이 곧 추락할 혜성 대응조차 정치적 계산에 따라 미루는 장면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영화 ‘돈룩업’은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곧 떨어지는데도 정치권은 지지율을 계산하고, 언론은 자극적 프레임을 만들며, 시민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사회의 무지와 무기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

북한 도발 때마다 “우리가 북한을 불안하게 했다”는 식의 반대로 설명을 하고, 북한의 위반은 외면한 채 항복 수준이었던 9·19 군사합의 복원을 거론하며, 우리의 방어만 문제 삼는 프레임이 등장한다. 

 

연합훈련 축소를 ‘평화’로 포장하며 억제력 약화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영화 속 권력이 위기를 정치적 셈법으로 미루는 장면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안보 이슈마저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되고 ‘정쟁의 도구’로 소비된다. 전문가의 경고는 진영 논리에 따라 과장되거나 축소되고, 국민은 사실보다 진영 프레임에 반응한다. 북한의 도발조차 ‘전 정부 책임론’으로 소모되며, 정작 위협의 본질은 흐려진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통적 군사 위협’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는 둔감하다. 마치 혜성이 다가오는데도 “지금은 경제가 더 중요하다” “선거가 끝나고 보자”라며 현실을 외면하는 영화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다.

 

안보 위협은 이미 총체적 위협으로 바뀌었다. 군사력만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부정선거 논란에 선거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고 음모론으로만 치부해 민주주의 기반을 흔들고, 한전·공공기관을 겨냥한 북한 연계 사이버 공격, 온라인 여론 조작, 악성 화재와 대형 산불 등 반복되는 재난 대응 실패까지, 이 모든 것이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비군사적 안보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돈룩업’의 결말은 불편하다. 과학자들의 근거 있는 경고는 조롱당하고, 정치권은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은 진실보다 감정에 휩쓸린다. 

 

결국 인류는 준비되지 않은 채 파국을 맞는다. 이 장면은 허구지만, 한국의 안보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위협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데 대응은 늦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간첩법 개정 논란이다. 

 

북한의 대남 공작 방식이 △사이버 침투 △여론 조작 △위장 단체 활용 등으로 급변했음에도, 이를 반영한 법 개정은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북한, 온라인 통한 간첩 활동 더욱 정교해져

 

정보기관의 수사 권한을 둘러싼 정쟁, 불편한 진실을 막으려는 재갈물리기와 ‘표현의 자유 침해’ 공방이 반복되며 실질적 보완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사이 북한은 온라인을 통한 간첩 활동과 정보 수집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우리는 법적 공백 속에서 대응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영화 속 권력이 혜성 대응을 정치적 계산으로 미루는 장면이 한국에서는 법·제도 개정 지연이라는 형태로 재현되는 셈이다.

 

‘돈룩업’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위기는 언제나 조용히 다가오고, 외면하는 순간 재앙이 된다.” 

 

한국 사회가 익숙한 안보불감증에 빠져 위기 경고를 흘려듣는다면, 영화의 결말은 더이상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에 정치적 계산 없이 위기를 직시했다면 인류는 살 수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위기를 직시하는 통찰과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용기, 그리고 단기 정치 계산을 넘어선 국가 전략과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위정자의 귀다. 

 

안보를 정쟁의 도구가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정치권의 양심과 성숙함,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국민의 안보 의식, 군(軍)의 입체적 정보망 가동과 ‘조기경보체제’ 구축과 실시간 완벽한 대비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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