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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올드 미디어의 자화상… “토론은 멈췄고 금메달은 자막”
  • 김영 기자
  • 등록 2026-02-14 06: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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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의에 막힌 ‘부정선거 끝장 토론’
  • 수천억 올림픽 독점, 금메달은 자막으로
  • 레거시는 사라지고 ‘올드’만 남았다

이준석과 전한길 부정선거토론 TV조선 예고방송 화면 캡처

레거시 미디어는 오랫동안 공론장의 중심이었다. 국가적 이벤트를 중계하고 정치적 논쟁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방송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달라졌다.

 

TV조선의 ‘부정선거 끝장 토론’ 무산과 JTBC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논란은 서로 다른 영역의 사례지만,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가 더 이상 공론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한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토론은 멈췄고, 금메달은 자막이었다. 그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방송을 레거시가 아니라 ‘올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심의 앞에서 멈춘 ‘부정선거 끝장 토론’

 

TV조선이 추진했던 ‘부정선거 끝장 토론’은 내부 심의 부담 등을 이유로 결국 무산됐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규정과 법적 책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온라인 반응은 냉담했다. 

 

“토론을 막는 순간 공론장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방송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문제는 특정 프로그램의 취소가 아니라 토론을 바라보는 구조다. 

 

미국 대선 토론은 거친 발언과 충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유지된다. 토론을 방송 콘텐츠가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로 보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방송사의 편성 책임이 우선하면서, 발언의 위험 가능성 자체가 프로그램 존속 여부를 좌우한다. 

 

그 결과 논쟁적 주제는 공중파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올림픽 단독 중계권을 보유한 JTBC는 당시 쇼트트랙 경기를 본방송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사진=JTBC 화면 캡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독점의 역설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 국내 중계권을 확보하며 사실상 단독 체제를 구축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수천억 원대에서 최대 1조 원 안팎 규모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러나 높은 비용과 독점 구조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환호가 터져야 할 금메달 순간에, 화면에는 경기 대신 자막이 먼저 올라왔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첫 금메달이 본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중계되고 메인 채널에서는 자막으로만 전달되자 “금메달을 자막으로 봤다”, “독점 중계가 아니라 시청권 제한”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모바일 중심 시청 환경 속에서 TV 중심 생중계의 영향력이 분산되면서, 독점이 곧 공론장 장악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중파의 외면은 두고볼 일인가

 

지상파가 빠진 올림픽만 문제가 아니었다. ‘부정선거 끝장 토론’ 역시 공중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정 방송사의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상파 전체가 이 논쟁을 공론장의 의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공영성을 강조해온 공중파가 가장 논쟁적인 주제 앞에서 침묵을 선택했다는 점은 더 뼈아픈 대목이다.

 

온라인에서는 “유튜브에서는 가능한 토론이 왜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하냐”, “공중파가 외면한 자리는 결국 다른 플랫폼이 채운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공중파가 외면한 논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방송 밖에서 더 거칠게 증폭될 뿐이다.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다

 

전통 방송이 ‘올드 미디어’로 불리는 이유는 기술이 낡아서가 아니다. 논쟁을 감수하며 공론장을 열던 매체가 이제는 심의와 법적 리스크를 우선 고려하는 플랫폼으로 보인다는 인식 때문이다. 

 

‘부정선거 끝장 토론’ 무산과 올림픽 단독 중계 논란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위험을 줄이려는 선택이 반복될 때 시청자 인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공론장을 열지 못하는 토론, 결정적 순간을 놓치는 중계는 더 이상 레거시로 불리지 않는다.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이 마주한 질문은 단순하다. 

 

“논쟁을 관리할 것인가, 감수할 것인가.” 

 

그 선택이 끝나는 순간 ‘올드 미디어’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평가가 된다.

 

공론장을 포기한 순간, 방송은 스스로 시대의 뒤편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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