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민수 최고위원. 왼쪽은 양향자 최고위원. 2026.2.9 [사진=연합뉴스]
민심을 등진 정권이 성공한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 동시에 당심을 버린 지도부가 선거에서 이겼다는 기억도 희미하다.
정치는 결국 기반 위에 서는 싸움이다. 기반이 무너지면 전략은 구호로만 남는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이 기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방선거 승리를 말한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 국민의힘 후보를 위해서인가, 현역 국회의원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지도부의 정치적 계산을 위해서인가.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은 선명하지 않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중도층을 잡아야 이긴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등장한 것이 이른바 ‘윤석열 거리두기’다. 전략이라기보다 분위기에 가까운 선택이다.
여론조사 수치를 보자.
뉴데일리 의뢰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약 80%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를 내란으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전체 여론은 팽팽하게 갈렸지만, 당심은 분명한 방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선택이 과연 확장 전략인가, 아니면 기반 해체인가.
특히 지방선거는 대선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
지방선거에서 당원의 영향력은 대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역 조직과 당협 활동, 자원봉사 네트워크, 그리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자발적 움직임이 선거의 체력을 만든다.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층의 확산력은 후보 개인의 메시지보다 강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당원이 움직이지 않는 지방선거는 이미 절반을 잃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회의원이 100명 있으면 무엇하나.
선거를 여전히 ‘정권심판론’이나 ‘바람선거’에 기대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낡았다.
지방선거는 구호가 아니라 조직과 참여로 승부가 나는 선거다.
중앙 정치의 프레임만 반복한다고 표가 모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역에서 움직이는 당원과 커뮤니티가 없으면, 아무리 거창한 구호를 내걸어도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당을 버리자는 말까지 나올까.
당원들은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데, 지도부는 왜 이들을 품지 못하는가.
당의 기반을 이루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확장을 말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전략이다.
확장을 말하면서 기반을 흔드는 전략이 과연 선거공학인가, 아니면 자기부정인가.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어떤 선거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정치에서 중도는 목표일 수는 있어도 출발점은 아니다.
중도(스윙보터)는 지지층이 안정적으로 결집되어 있을 때 확장되는 공간이다. 기반이 흔들린 상태에서 중도를 향해 손을 내밀면, 결과는 외연 확장이 아니라 내부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체가 불분명한 중도를 잡겠다며 당원을 불안하게 만드는 선택이 과연 선거에 유리한가.
이재명과 정청래의 어깃장 정치가 부러워 그 방식을 따라가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방향 상실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판단의 근거다.
전체 여론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왜 거리두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지도부는 설명해야 한다.
전략이라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결단은 전략이 아니라 오판에 가깝다.
지도부의 오판이든 내부 권력 다툼이든, 이 방향이 계속된다면 지방선거 승리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말 이들과 이별할 시간이 된 것 같다.” 한 보수당원의 장탄식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당은 이름이 아니라 신뢰로 존재한다.
당심을 버린 지도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장된 외연이 아니라 무너진 기반일지도 모른다.
선거는 전략으로 이기지만, 정당은 기반으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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