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르그섬 하르그 석유터미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 섬(Kharg Island)이 미국의 잠재적 공격 목표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이 이에 대응해 이란 석유 수출 능력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분석이 국제 에너지 시장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일 강경 발언 이후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이란 정권을 강하게 비난하며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이란을 향해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며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란의 에너지 수출 구조 자체를 겨냥하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고문 재러드 에이건은 최근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테러리스트들의 손에서 빼앗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이란의 에너지 수출 구조 자체를 무력화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군 작전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 자체를 겨냥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위치한 작은 섬이지만 이란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은 매우 크다.
이 섬은 이란 본토에서 약 3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초대형 유조선 터미널과 저장시설이 집중된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이다.
국제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이란 원유 수출의 약 80~90%가 하르그섬을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하르그섬은 종종 “이란 경제의 심장” 또는 “석유 수도꼭지”로 불린다.
JP모건도 하르그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섬이 이란 본토에서 약 3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핵심 터미널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이 섬이 직접 공격받을 경우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이 즉각 중단될 수 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강한 보복 공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하르그섬이 이란 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이란 혁명수비대의 주요 재정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 규모는 하루 약 150만~200만 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르그섬이 마비될 경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차단될 수 있어 국제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르그 섬[사진=구글맵 캡처]
군사적으로도 하르그섬은 비교적 공격하기 쉬운 목표로 평가된다.
석유 저장시설과 선적 터미널이 고정된 형태로 밀집돼 있기 때문에 정밀 공습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공습만으로도 석유 선적 시설을 상당 기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 분석가들은 하르그섬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 항구와 라반 섬(Lavan Island) 석유 터미널 등이 잠재적 전략 목표로 거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다르아바스는 이란 해군과 혁명수비대 해군의 핵심 거점이자 호르무즈 해협 통제의 중심 항구이며, 라반 섬은 하르그섬 다음 규모의 원유 수출 터미널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하르그섬이 실제 공격 목표가 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르그섬이 마비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능력 대부분이 차단될 수 있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러한 공급 충격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이 확대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나라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 불안이라는 이중 충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호르무즈와 하르그섬이 이번 중동 전쟁의 전략적 균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에너지 시장을 압박할 경우 미국은 하르그섬을 겨냥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르그 섬이 공격받을 경우, 영향은 이란 경제를 넘어 국제 에너지 공급망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중동 전쟁의 성격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핵시설과 군사 거점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군사 충돌이 국제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석유 전쟁’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과 하르그섬이 이번 중동 전쟁의 전략적 균형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