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이란 서부 페르시아만 해안을 따라 5개의 유전과 이를 자스크항까지 이어주는 송유관[사진=위키미디어 커몬스]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군사 충돌이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대대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의 군사 행동을 전쟁의 ‘1막’으로 보고 이후 전개될 ‘2막’의 구조를 분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미일보의 전략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군사 행동은 전형적인 초기 전쟁 단계, 즉 적의 전쟁 능력을 약화시키는 단계의 특징을 보인다.
특히 초기 공격의 주요 목표는 이란의 군수 생산 능력이었다. 미사일과 드론 생산 시설, 군수공장, 군사 물류 시설 등이 주요 타격 대상이 됐다. 이러한 공격은 단순한 전술 타격이 아니라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무기 생산 능력을 먼저 약화시키는 전략적 단계로 해석된다.
동시에 방공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 등 방공 체계 역시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이는 이후 작전을 위한 제공권 확보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전 패턴 때문에 지금까지의 군사 행동을 군수 생산 능력과 방공 체계를 약화시키는 전쟁의 1막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라기보다 전쟁의 목표가 이미 일정 부분 달성됐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그 이유는 전쟁의 다음 단계가 이란을 둘러싼 전략적 봉쇄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 때문이다.
핵심 지역은 단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중동 에너지 흐름의 대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의 원유 수출 역시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이 해역이 군사적으로 통제될 경우 이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이란의 원유 공급 통로를 압박하는 전략적 봉쇄를 의미할 수 있다.
아카바만에서 미 해병대 MV-22 오스프리가 강습상륙함 와스프함(USS Wasp) 갑판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와스프함은 오스프리의 첫 실전 배치를 위해 중동으로 전개됐다. [사진=미 해군]
특히 최근 미 해군 강습상륙함 전력이 중동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군사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습상륙함은 단순 공습 전력이 아니라 해병대 상륙과 섬 통제 작전에 사용되는 전력이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작전의 중심이 해안선과 해협 통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해협을 위협하는 주요 전력은 대부분 해안 기반이다. 해안 미사일 기지와 레이더, 고속 공격 보트, 기뢰 전력이 대표적이다.
이 전력은 대부분 이란 남부 해안과 해협 입구의 섬들에서 운용된다.
대표적인 전략 거점으로는 아부무사섬(Abu Musa), 대툰브섬(Greater Tunb), 소툰브섬(Lesser Tunb) 등이 있다.
이 섬들은 호르무즈 해협 입구를 감시하고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된다. 혁명수비대 해군의 주요 거점기지로 단거리 미사일과 레이다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해안 미사일 기지 제거와 레이더망 파괴, 해협 주변 섬 통제 등 해상 작전 중심의 군사 단계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1980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제작한 공개 저작물(PD-US-Gov)을 바탕으로 한 파생 이미지.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작전 구조다.
지금까지는 국가별 대응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중동 해역에는 이미 주요 동맹국 해군이 배치돼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소해 작전 능력이 뛰어난 해군으로 평가된다. 기뢰 제거 작전에서 강점을 가진 영국 해군 전력은 해협 봉쇄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는 페르시아만 인근 아부다비에 군사 기지를 운용하고 있어 중동 해역에서 즉각적인 작전 지원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한국과 일본은 걸프만과 인근 해역에서 해적 대응과 해상 안전 작전을 수행해 온 경험이 있어 해상 통제 작전에 참여할 경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이미 중동 해역에 배치된 동맹 해군 전력이 통합 작전 체계로 묶일 경우, 충돌은 단순한 공습 국면을 넘어 이란을 둘러싼 연합 해상 봉쇄 작전으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일보의 전략 분석은 지금까지의 군사 행동을 군수 생산 능력과 방공 체계를 약화시키는 1막, 이후 가능성을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해상 봉쇄 단계, 즉 전쟁의 2막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쟁의 목표는 단순히 이란의 군사 능력을 파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란의 원유 수출과 해상 접근을 제한하는 전략적 봉쇄가 전쟁의 핵심 목표로 떠오를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만약 이러한 단계가 현실화될 경우 중동 충돌은 단순한 공습 중심 전쟁에서 해협 통제와 에너지 흐름을 둘러싼 전략적 봉쇄 전쟁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밝힌 “이란이 국가로서 재건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경고한 발언은, 이 전쟁이 국가 기반을 겨냥하는 3막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이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