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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국제이슈]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밀렸다고?”… 보여주기에 갇힌 韓 언론
  •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 등록 2026-05-14 22: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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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회담 ‘중계’… ‘美 쇠퇴론’ ‘中 판타지’의 비현실성
  • 트럼프, 상황 정리되자 베이징 行… 자신감의 배경과 실익들

5월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직후, 국내 언론은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부탁하러 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급히 찾아갔고, 중국은 냉랭하게 맞았으며, 미국이 도움을 구하는 처지라는 식이다.

 

이런 보도는 한국 언론 내부의 오래된 ‘중국 판타지’를 강하게 드러낼 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비공개 정상회담 내용을 자기들 확신으로 단정해 버린 태도다. 정상외교란 원래 공개된 장면보다 비공개 협상과 사전 조율이 핵심이다. 

 

그런데 어떤 보도는 마치 회담장에 도청기라도 달아 놓은 듯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서 밀렸다’ ‘이란 문제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러 갔다’고 단언한다.

 

미‧중 정상급 회담에선 양측이 합의한 극히 일부만 공개되는 법이다.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기보다 서로 국내 정치에 활용 가능한 표현 위주로 정리된다. 더구나 트럼프는 즉흥성과 과장 화법으로 유명하지만, 협상 정보 관리엔 치밀하다. 

 

중국 역시 최고지도부 동선과 회담 분위기 통제를 국가 전략 수준으로 다룬다. 이런 두 체제가 만나는데, 한국 방송 몇몇이 회담을 ‘권투 경기’ 중계하듯 말하니 코미디에 가깝다.

 

조용했던 베이징, 오히려 이상한 신호

 

실제 이번 방문 장면에서 확인되는 건 중국이 과거처럼 대규모 군중 동원이나 장시간 생중계, 관영매체 총력 찬양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권 초기였다면 ‘대국 외교 성과’로 과잉 연출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전체적으로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확연하다. 중국 내부 권력 상황과 경제 현실이 예전 같지 않음을 강하게 방증한다.

 

트럼프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만한 준비를 마치고, 적진에 유유히 들어간 셈이다.

 

한국 주요 언론 보도는 여전히 20년 전 ‘미국 쇠퇴론’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가면 자동으로 ‘황제 알현’ 서사가 만들어진다. 공항 영접 인사의 급, 의전 동선, 악수 시간, 만찬 메뉴 같은 상징만 확대 해석한다. 외교에서 상징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실질 권력관계를 읽는 건 매우 순진하고 위험하다.

 

중국 측 영접 인사가 국가부주석 한정인 걸 두고 “시진핑이 일부러 격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 외교 의전 체계상 국가주석이 공항에 직접 나오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오히려 트럼프 수행단 구성이 흥미롭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게다가 일론 머스크까지 동행했다. 기술·안보·산업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전략 협상 성격임을 뜻한다.

 

머스크 동행의 진짜 의미

 

특히 머스크 동행의 상징성이 묵직하다. 중국은 테슬라를 통해 첨단 제조업 경쟁력과 외자 유치 성공 사례를 과시해 왔지만, 동시에 미국은 중국 내 첨단산업 구조와 공급망 의존도를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 하나를 확보한 셈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내 일부 관련 보도는 여전히 ‘누가 더 웃었나’ 수준의 궁중 드라마 해석에 머문다.

 

한국 언론의 중국 보도는 지나치게 ‘희망 투사형’이다. 시진핑 정권의 곤경은 축소하거나 외면하면서, 미국 지도자가 베이징에 가면 갑자기 ‘중국 천하질서 복귀’ 같은 상상력이 폭주한다.

 

공개된 사진 몇 장과 의전 장면만으로 ‘누가 굴복했다’고 떠드는 건 외교 분석이 아니라 인터넷 댓글에 가깝다. 비공개 회담 내용을 논하려면 국제정치의 실제 권력 구조와 협상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국내외 반트럼프 관점의 정보를 취합해 추론 재구성한다면,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정치적 역할극이다.

 

트럼프가 들고 간 카드

 

베이징으로 출발 직전 트럼프에게 취재진이 물었다. “이란 문제 해결에 중국 협력이 필요한가.” 트럼프가 단호하게 부인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중국의 에너지 보루였던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이미 흔들리고 있거나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능력을 의심할 수 없다. 세계 최대급 에너지 생산국이 된 미국으로선 과거처럼 중동 원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대만 문제… 겉모습만으로 판단 어려워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 해석 범위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관계법(1979)과 대만여행법(2018)의 적극 활용이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도 대만 방어 역량 유지의 근거를 남겨 둔 장치였다.

 

특히 2018년 트럼프가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뒤 미국 장관급 인사들의 대만 방문과 의회 교류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전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흐름이 달라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그 기조는 이어졌다. 국제사회가 대만을 ‘사실상 독립국처럼 대하게 되는 것’, 즉 중국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현실의 문을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셈이다.

 

중국계 연구자·유학생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 유출 의혹 또한 초당적으로 미국 안보 라인의 핵심 문제의식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 면전에서조차 외교적 수사를 최소화한 채 “도둑질 그만하라(Stop stealing)” 정도의 표현을 농담처럼 던질 가능성이 충분한 인물이다. 그 배경엔 상당한 증거와 사례를 축적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을 것이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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