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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육감 선거 앞에 놓인 ‘플랫폼 책임’ 질문… “학생 휴대전화만 걷으면 끝인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5-22 09: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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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교육구, SNS 기업 상대 청소년 정신건강 책임 제기
  • 한국 청소년 미디어 소비는 숏폼·릴스·쇼츠 중심 이동
  • 교육감 후보들, 상담·생활지도 넘어 플랫폼 구조까지 물어야

미국 교육구 소송은 청소년 SNS 과의존 문제를 개인 습관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운영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한국 교육감 선거에서도 학생 스마트기기 제한을 넘어 플랫폼 구조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미일보 합성]

미국에서 청소년 SNS 과의존과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켄터키주 브레시트 카운티 교육구가 메타와 유튜브 운영사인 알파벳, 스냅챗 운영사 스냅,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등 주요 SNS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재판 직전 합의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 약 1200개 교육구가 제기한 유사 소송 가운데 선도 재판으로 지정됐던 사건이다. 교육구 측은 SNS 기업들의 설계·운영 방식이 청소년의 불안·우울·자해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켰고, 그 여파가 학교 현장의 상담·치유·생활지도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합의가 곧 책임 인정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 교육구들이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학교 현장의 부담과 연결해 묻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 소송이 던진 질문

 

이 사건을 단순한 해외 IT 소송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한국은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교육감은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 학생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교육환경, 교내 스마트기기 관리 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교육행정 책임자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 휴대전화를 수업 시간에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청소년을 끊임없이 붙잡는 숏폼, 추천, 알림, DM, 오픈채팅, 라이브 채팅 구조에 대해 교육행정은 어디까지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은 이미 교실 안 대책을 시작했다. 

 

2026년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학교가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장애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 교육 목적 사용 등 예외도 함께 규정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문제의 절반만 건드린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교실 안 질서를 회복하는 장치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디지털 과의존은 교실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방과 후, 귀가 후, 심야 시간, 주말, 단체방, 오픈채팅, 숏폼 피드, 라이브 채팅, DM, 알림 구조 속에서 계속된다. 학생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떼어놓는 것과 학생을 붙잡는 플랫폼 구조를 점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위험군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는 문제의 규모를 보여준다.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조사 참여자 123만4587명 가운데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1만3243명이었다. 

 

정부는 이 조사가 미디어 과의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해 치유·회복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이미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을 개인 습관 문제가 아니라 공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위험군을 찾아내는 것과 위험을 키우는 환경을 묻는 것은 다르다. 

 

지금의 정책은 학생이 과의존 위험군이 된 뒤 상담하고, 학교가 생활지도를 하고, 보호자가 통제하고, 정부가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에 가깝다. 

 

다시 말해 사후 대응 체계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청소년을 과의존으로 밀어 넣는 플랫폼 구조에 대한 공적 질문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숏폼으로 이동한 청소년 미디어 소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1월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95.1%가 최근 일주일 안에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기간 및 대상: 2025.6∼9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674명)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200.6분, 약 3.3시간이었다.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은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유튜브 쇼츠, 틱톡, 네이버 클립 등의 순이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여가부 통계가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의 규모를 보여준다면, 언론재단 조사는 청소년 미디어 소비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오래 본다는 데 있지 않다. 

 

짧고 강한 자극을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숏폼, 이용자의 관심을 추적해 다음 영상을 밀어 넣는 추천 구조, 끊임없이 다시 접속하게 만드는 알림, 또래 관계와 사적 대화를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DM과 단체방 구조가 결합하고 있다. 

 

청소년이 플랫폼을 쓰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청소년의 시간을 조직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해외 규제는 플랫폼 책임으로 이동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책 리포트도 같은 방향을 짚었다. 


재단은 2026년 3월6일 발행한 미디어 이슈 리포트 2026년 2호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SNS 과의존 대응을 위한 해외 규제 동향’에서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주요국의 규제 흐름을 정리했다. 

 

보고서는 해외 규제의 방향을 플랫폼 책임 강화, 연령 기준 제도화, 부모 지원 및 교육 확대라는 세 축으로 제시했다. 

 

이는 청소년 스마트폰·SNS 과의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자기조절 문제나 가정교육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의 설계·운영 방식과 공적 규제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교육구 소송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미국 교육구들은 “학생들이 SNS를 많이 썼다”는 차원의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아니다. SNS 기업들의 설계·운영 방식이 학생 정신건강과 학교 현장의 대응 부담을 키웠는지를 법정에서 묻고 있다. 

 

쟁점은 콘텐츠 하나하나가 아니라 구조다. 


무한 피드, 추천 알고리즘, 알림, 계정 유지 장치, 부모 통제의 실효성, 미성년자 보호장치가 모두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육감 선거가 답해야 할 질문

 

한국 교육감 선거도 이 질문을 피해가기 어렵다.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만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각 교육청은 청소년 디지털 과의존 실태를 학교 단위로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수업 방해, 사이버불링, 오픈채팅·DM 피해, 숏폼 과몰입, 심야 알림 문제를 생활지도 통계와 상담 통계로 연결해 보고 있는가. 

 

플랫폼 기업에 미성년자 보호 기본값 강화, 야간 알림 제한, 학교 시간대 사용 억제 기능, 보호자 통제 기능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 한국 교육청이 곧바로 미국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별도 문제다. 

 

손해와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고, 교육청의 상담·치유·생활지도 부담이 특정 플랫폼의 설계·운영 방식 때문에 발생했는지 법적으로 다퉈야 한다. 

 

그러나 소송 가능성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문제 설정이다. 


교육행정이 이 문제를 학생 개인의 절제력 부족이나 가정교육 문제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 구조가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적 의제로 다룰 것인지가 우선이다.

 

한국형 쟁점은 미국과 완전히 같지 않다. 


미국 소송의 중심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스냅챗·틱톡이라면, 한국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에 더해 카카오톡 오픈채팅, 인스타그램 DM, 네이버 클립, 라이브 채팅, 웹툰·웹소설 플랫폼, 게임·스트리밍 플랫폼까지 함께 봐야 한다. 

 

특히 한국 청소년의 또래 관계는 메신저와 단체방, 오픈채팅과 DM을 통해 형성되고 갈등도 그 안에서 증폭된다. 

 

사이버불링, 익명 접촉, 성적 유인, 과도한 알림, 숏폼 과몰입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디지털 생활환경 안에서 연결된다.

 

교육감 선거는 교과서와 급식, 학교시설만을 놓고 치르는 선거가 아니다. 

 

오늘의 학교는 이미 플랫폼 안으로 확장돼 있다.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도 단체방, 숏폼, 라이브 채팅, 익명 커뮤니티, 추천 피드 속에서 또래 관계와 정보 소비를 이어간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과의존과 갈등, 따돌림과 불안은 다시 교실로 돌아온다. 

 

결국 학교 현장은 플랫폼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영향을 매일 처리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 교육감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학생 휴대전화를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청소년의 시간을 설계하고, 관계를 매개하며, 주의를 붙잡는 플랫폼 기업들에 교육행정은 어떤 기준을 요구할 것인가.” 

 

미국 교육구 소송은 한국 교육감 선거 앞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청소년 디지털 문제를 학교와 가정의 사후 부담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플랫폼 책임까지 묻는 교육정책으로 확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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