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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도를 넘은 신세계 정용진의 ‘직원 역사교육’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15 11: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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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압박과 기업 과잉 충성이 낳은 ‘역사관 교정’ 논란
  • 이재명의 공개 질타 후 사기업 전체가 집단교육 대상으로
  • 경영진 결재·검증 실패를 직원의 역사 인식 문제로 바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이재명이 개입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 결국 ‘전 직원 역사교육’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 담당 부서와 경영진이 벌인 사고 때문에 전국 매장에서 커피를 만들고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까지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게 됐다. 이마트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교육 대상에 포함됐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은 교육을 위해 오후 3시에 일제히 문을 닫는다. 1999년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문제가 된 행사의 기획과 결재 과정인가. 아니면 전국 스타벅스 직원과 신세계 계열사 직원들의 역사관인가.

 

신세계그룹의 자체 조사 결과는 답을 이미 내놓았다. 문제의 행사는 커머스팀에서 제안됐고 팀장, 담당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확정됐다.

 

그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부 합의자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했다. 법무팀의 검증 절차도 마케팅의 즉시성을 이유로 생략됐다.

 

신세계그룹 스스로 확인한 원인은 명백했다.

 

직원 전체의 역사 인식 부족이 아니라 결재와 검증, 위험관리 시스템의 붕괴였다.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 사람과 법무 검증을 생략한 사람, 최종 결정을 내린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재명은 스타벅스 마케팅을 두고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비난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느냐”고도 했다. 사기업의 마케팅 사고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까지 거론했다.

 

국가 권력자가 특정 사기업과 경영자를 공개적으로 이렇게 공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소비자의 비판이나 정치인의 논평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부와 공공기관, 여당과 지방자치단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정치적 신호가 된다. 실제로 여당에서는 스타벅스 이용 자제 움직임이 나왔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영역에서도 불매와 거래 중단 분위기가 확산됐다.

 

기업으로서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내부 책임자를 문책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권력이 요구하는 정치적·도덕적 기준에 맞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는 스타벅스 직원들을 향해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다. 책임은 자신과 경영진에게 있고, 현장 직원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 후속 조치는 정반대로 갔다.

 

정 회장과 경영진뿐 아니라 스타벅스 본사 직원과 전국 매장 파트너, 이마트 부문 계열사 직원들까지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게 됐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사과가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이 부족했다”는 집단 반성으로 바뀐 것이다.

 

책임은 회장이 진다고 했지만 교육은 직원 전체가 받는다. 병은 결재라인에서 발생했는데 약은 전 직원에게 먹인다.

 

이는 책임경영이 아니다.

 

경영진의 잘못을 조직 전체의 인식 부족으로 확대해 책임을 분산하는 것이다. 사고와 무관한 직원들까지 역사 인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거대한 집단 반성회에 동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기업이 직원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정립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기업이 역사적 사건이나 기념일을 마케팅에 사용할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필요하다. 정치·군사·재난·젠더·혐오표현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고 법무·홍보 부서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것도 정상적인 위험관리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업무교육과 직원의 역사 인식을 교정하는 교육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근현대사는 사건의 의미와 책임을 둘러싸고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사기업이 특정 강사를 선정해 전 직원에게 역사 인식을 높여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역사관을 올바른 것으로 정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기업은 직원에게 업무 능력과 직업윤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 개인의 역사관과 가치관까지 교정할 권한을 가진 교육기관이나 국가기관은 아니다.

 

더구나 이번 교육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필요성을 판단해 시작한 일반적인 직무교육과도 성격이 다르다.

 

국가 권력자가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모욕에 가까운 언어로 질타하고, 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까지 거론한 뒤 나온 조치다. 이런 상황에서 실시되는 전 직원 교육을 순수한 기업 내부의 자율적 선택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권력은 기업을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기업은 자신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올바름을 입증하기 위해 직원 전체를 교육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권력자가 사기업의 잘못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부를 이끄는 위치에서 특정 기업과 경영인을 향해 “저질 장사치”, “사람의 탈”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적 책임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한다. 행정적 책임은 명확한 법률과 절차에 따라 부과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표현이 사기업을 향할 때는 권력의 보복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업 역시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사고의 원인을 직원 전체의 역사 인식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정용진 회장이 정말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결재한 사람과 법무 검증을 생략한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최종 승인권자의 판단 과정을 공개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결재·검증·기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전국 매장의 문을 일찍 닫고 직원들에게 역사 강의를 보여주는 것은 책임경영이 아니다. 정치적 압박에 대한 기업의 과잉 충성으로 보일 위험이 더 크다.

 

이번 사태는 두 가지 잘못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하나는 사기업의 마케팅 사고에 최고 권력자가 직접 뛰어들어 도덕적 비난과 행정·법적·정치적 책임을 한꺼번에 요구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세계 경영진이 그 압박 앞에서 자신의 결재·검증 실패를 조직 전체의 역사 인식 문제로 바꿔 직원들에게 책임을 나눠준 것이다.

 

이재명의 개입으로 시작된 정치적 압박과 정용진의 책임 분산이 만나, 아무 잘못도 없는 직원들이 역사교육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직원 전체를 교육장에 앉힐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바로잡아야 할 것은 직원들의 역사관이 아니다. 자료를 읽지 않고도 결재할 수 있는 경영문화와 검증을 생략해도 행사가 진행되는 승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재명이 돌아봐야 할 것도 있다.

 

권력이 기업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과, 기업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사실상 지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권력자의 말 한마디가 기업 전체를 집단교육장으로 몰아넣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권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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