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팩트체크] 박선원 국민연금법 개정안… 삼전닉스 방어인가, 책임 회피 입법인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7-06 17:21:42
기사수정
  •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리밸런싱 유예, 해법인가 임시 봉합인가
  • 한시 유예→목표비중 상향→법 개정… 반복되는 ‘예외’의 정치
  • 팔면 개미가 맞고, 안 팔면 국민 노후자금이 맞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길에 휩싸인 코스피 전광판에 물을 뿌리지만, 그 물줄기의 근원은 균열이 간 국민연금 건물이다. ‘삼전닉스 매도폭탄 방지’ 명분 아래 국민연금을 주가 방어 수단으로 동원하려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다.[사진=한미일보 그래픽]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국민연금의 이른바 ‘삼전닉스 매도폭탄’을 막겠다며 국민연금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묶어 부르는 시장의 신조어가 ‘삼전닉스’다.

 

보도된 개정안의 골자는 금융시장 또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국민연금이 기금운용계획 상 자산별 목표 비중을 조정하거나 자산 매도·매수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표면 명분은 분명하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자,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기계적으로 팔아 시장을 흔드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단순한 ‘매도폭탄 방지법’으로만 볼 수는 없다. 본질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원칙을 어디까지 정치적으로 멈출 수 있느냐는 문제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만든 주가 방어 부담을 국민연금과 국민, 개인투자자에게 넘기는 책임 재배치 입법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리밸런싱은 매도폭탄 방지 장치가 아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리밸런싱의 성격이다. 리밸런싱은 주가를 누르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특정 자산, 특정 시장,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위험관리 장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원칙에는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지속 가능성, 운용 독립성이 들어 있다. 

 

안정성 원칙은 전체 수익률 변동성과 손실위험을 허용 범위 안에 두라는 뜻이고, 공공성 원칙은 국민연금 규모가 국가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라는 뜻이다. 유동성 원칙도 자산 처분 때 국내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규정한다. 동시에 운용 독립성 원칙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이 원칙들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운용상 유연성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방어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시장의 큰손일 수는 있어도 정권의 증시 방어부대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에 투자하지만, 본질은 가입자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사회보장기금이다.

 

한시 유예→목표비중 상향→법 개정

 

국민연금은 이미 한 차례 방파제를 높였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했다. 정부는 이를 국내주식 실제비중 확대 상황과 리밸런싱의 시장 영향 완화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도 국내주식 목표비중도 20.8%로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8500 수준에서 국민연금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만 적용할 경우 51조 원의 리밸런싱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추정까지 제기됐다. 6월 말 코스피 8500일 때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29.6%로, SAA 허용범위를 합친 26.8%를 2.8%포인트 초과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었다.

 

처음에는 한시 유예였다. 다음에는 목표비중 상향이었다. 그래도 다시 한도가 차자 이제는 법 개정이다. 

 

이 흐름을 보면 박선원법은 단순한 ‘삼전닉스 매도폭탄 방지법’으로만 보기 어렵다. 정부·여당이 국민연금의 주가 방어 역할을 입법으로 제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8500에서 한도가 찼다면 9000에서는 또 늘릴 것인가. 10000을 넘으면 다시 늘릴 것인가.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목표비중은 장기 자산배분 기준이 아니라 코스피 지수에 따라 끌려가는 정치적 숫자가 된다. 

 

리밸런싱 원칙이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정치가 리밸런싱 원칙을 밀어내는 구조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와 리밸런싱 유예가 과연 해법인가. 답은 부정적이다. 이것은 해법이라기보다 임시 봉합에 가깝다. 더 정확히는 정부가 만든 증시 부양장의 후폭풍을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원칙으로 덮으려는 시도다.

 

팔면 개미가 맞고, 안 팔면 국민 노후자금이 맞는다

 

정부와 여당은 ‘소액 개인투자자(개미) 보호’를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는 위험 수위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지난 6월 22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531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9조4707억 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원칙대로 매도에 나서면 가장 먼저 맞는 쪽은 고점에서 들어간 개인투자자다. 특히 신용융자로 주식을 산 개인은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 위험을 동시에 떠안는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매도를 유예하고 국내주식 비중을 더 끌어안았다가 시장이 꺾이면 손실은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의 몫이 된다.

 

팔면 개미가 맞고, 안 팔면 국민 노후자금이 맞는다. 그런데 정작 이 상황을 만든 정부와 정치권은 “시장 안정”, “법률상 절차”,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라는 말 뒤에 설 수 있다. 공은 정부가 가져가고, 손실은 국민과 개미가 떠안는 구조다.

 

이 상황을 초래한 책임까지 개미에게 돌릴 수는 없다. 개미가 먼저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의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이 아니다. 정부가 코스피 상승을 정치적 성과로 만들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 가능성을 시장에 신호로 던졌다. 그 결과 한도 문제가 터졌고, 이제는 법으로 매도 유예 통로를 만들겠다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대통령령이라는 정치적 문

 

더 큰 문제는 대통령령이다. 보도된 개정안은 금융시장 또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목표비중 조정과 매매 유예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법률이 직접 발동 요건과 기간, 한도, 사후 책임을 엄격히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넘기면 정부 재량은 커진다.

 

대통령령으로 예외 사유가 넓어지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원칙은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금융시장 급변, 외환시장 불안, 대규모 수급 충격 같은 문구는 그 자체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기준이 느슨하면 언제든 주가 방어 명분이 된다.

 

법안은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는 점을 안전장치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이 예외 사유를 정하고, 정부가 시장 급변을 이유로 유예를 요구하며, 기금위가 이를 심의하는 구조가 되면 기금위의 판단 공간은 좁아진다.

 

기금위는 허수아비가 될 것인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의 투자정책과 운용지침을 심의·의결하는 핵심 기구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도 기금의 관리·운용 대원칙은 국민연금법으로 정하고, 투자정책 등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기금운용지침을 통해 마련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예외 사유가 대통령령으로 넓어지고, 정부가 시장 급변을 이유로 목표비중 조정과 매매 유예를 요구하는 구조가 되면 기금위는 독립적 판단기구가 아니라 정부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밀릴 수 있다. 

 

기금위의 부담을 법으로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기금위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위험관리를 따지라고 만든 기금위가 정권의 주가 방어 결정을 추인하는 기구로 바뀐다면, 이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퇴행이다. 

 

박선원법은 기금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금위를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왜 박선원인가

 

발의자 문제도 따져볼 대목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연금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박 의원은 국방위원회·정보위원회 라인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외교·안보·정보 라인 인사다.

 

물론 국회의원은 소관 상임위가 아니어도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리밸런싱 예외를 여는 법안이 연금·복지 상임위 소속 의원이 아니라 국방·정보 라인 의원에게서 나왔다는 점은 질문을 낳는다. 

 

이것이 순수한 연금 운용 논의인가, 아니면 정권 차원의 시장관리 메시지인가.

 

보건복지부 인사 흐름도 함께 봐야 한다. 

 

국민연금법상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제도, 재정계산, 급여, 보험료, 국민연금기금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이스란 전 보건복지부 1차관은 연금정책 라인을 거친 인물로 평가돼 왔다. 반면 현수엽 현 1차관은 응급의료, 보험, 보육정책, 보건의료기술개발 등을 두루 거친 보건·복지 행정 관료로 소개됐다. 

 

현 차관은 지난 5월15일 임명됐고, 당시 보도는 이스란 전 차관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고 전했다.

 

연금 전문가형 1차관에서 보건·복지 행정형 1차관으로 바뀐 뒤, 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 대폭 상향과 리밸런싱 예외 논의가 이어지는 시간표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기금위가 계속 정치적 부담을 떠안기 어려워졌고, 법으로 그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대통령령을 통해 정치적 결정 구조의 문을 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방어가 아니라 책임의 재배치다

 

박선원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표면 명분은 삼전닉스 매도폭탄 방지다. 

 

그러나 본질은 더 깊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을 이미 20.8%로 올렸는데도 다시 한도가 차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또다시 목표비중 조정과 매도 유예의 길을 열려 한다. 그 길을 법률과 대통령령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시장 충격 완화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방어가 목적이 되면 국민연금의 본질은 흔들린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증시 안정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의 책임준비금이다.

 

리밸런싱 원칙은 불편하더라도 국민연금이 특정 시장과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코스피 주가지수 8500p에서 한도가 찼다고 법으로 유예하면 9000p에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10000p에서는 다시 무엇을 고칠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박선원법은 해법이 아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확대는 책임 전가다.

 

이 상황을 초래한 것은 개미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코스피 부양의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주가 상승을 국정 성과로 포장한 이재명 정권이다. 

 

박선원법은 삼전닉스 방어법이 아니라, 그 후폭풍을 국민연금과 국민, 개미에게 넘기는 책임 회피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7-06 21:49:57

    박선원 저놈도 샅샅이 조사해서 사접처리해야한다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