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월22일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장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
이는 감정적 구호가 아니다. 국회를 버리자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국회가 정상적 의회 절차로 헌정 위기를 풀 수 있는 상태인지 국민 앞에 묻는 마지막 정치적 결단이다.
6·3 참정권 박탈 사건은 단순한 투표용지 부족 사고로 정리될 수 없다. 투표용지 부족, 투표 중단, 예비분 관리, 투표함 보관과 이송, 개표 과정의 체인 오브 커스터디까지 모두 검증 대상이다.
선거는 결과표 하나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국민이 방해 없이 투표했는지, 투표지가 안전하게 보관됐는지, 개표 과정이 기록으로 입증되는지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말하면서도 추천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선관위 내부 문제 몇 가지를 확인하고 끝낼 특검이라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선관위와 정치권, 제도권 전반의 구조적 책임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특검이다.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나 제3자 추천’이라는 미명으로 흐리게 만들겠다는 것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진상 관리’에 가깝다.
국민의힘이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원직 총사퇴는 당론 결의만으로 곧바로 효력을 갖지 않는다. 의원 개인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고, 회기 중에는 국회 의결,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비례대표 승계 문제도 남는다. 따라서 총사퇴 결의 자체가 곧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법률효과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사직서를 쓰고, 6·3 참정권 박탈 사건 특검의 국민의힘 추천권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의장에게 선택을 요구한다면 국면은 달라진다.
민주당이 이를 수리하면 200명 미만 국회라는 헌정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거부하면 “야당이 의원직까지 걸고 요구한 진상 규명을 다수 의석으로 막았다”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총사퇴 카드의 힘이다.
장외투쟁이 곧 실패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장외투쟁에 나섰다. 비판도 컸고 국회 공전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그 투쟁은 흩어진 보수를 다시 결집시켰다. 웰빙 정당으로 흐르던 보수 야당에 전선을 만들었고, 여권의 일방 처리에 제동을 거는 정치적 압박으로 작동했다.
결과적으로 사학법 재개정 논의의 문을 열었고, 노무현 정권 레임덕의 시발점이 된 정치적 분기점으로 기록됐다.
목표가 분명한 장외투쟁은 정치적 떼쓰기가 아니다. 의회 다수의 폭주를 막는 헌정적 압박 수단이다.
국민이 납득할 명분, 분명한 목표, 끝까지 버틸 결기가 있을 때 장외투쟁은 국회 밖의 소음이 아니라 국회 안의 다수 폭주를 멈추는 국민적 압력이 된다.
지금 국민의힘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도 마찬가지다.
명분 없는 보이콧이면 실패한다. 그러나 6·3 참정권 박탈 사건 특검의 국민의힘 추천권, 법사위 정상화, 선거관리 개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세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회 안에서 막힌 진상 규명의 문을 국민 앞에서 다시 여는 정치적 압박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요구 순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 번째 요구는 6·3 참정권 박탈 사건 특검의 국민의힘 추천권이어야 한다. 특검 추천권이 핵심이다.
법사위원장 요구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을 전면에 세우면 총사퇴는 상임위원장 싸움으로 보인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자리 배분이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내 표가 제대로 행사됐는가”, “선관위가 선거를 관리할 자격이 있는가”, “정치권이 진실을 덮고 있는가”다.
따라서 법사위원장 요구는 자리 요구가 아니라 제도적 방어선으로 설명돼야 한다.
법사위는 특검법, 선거관리 개혁법, 전담재판부 논의,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대응이 걸린 핵심 관문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장악한 채 특검 추천권까지 쥐겠다는 것은 수사도, 입법도, 제도 개혁도 모두 다수 의석 아래 두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달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참정권 박탈 특검을 막지 못하게 “법사위를 정상화하라”고 말해야 한다.
전선을 흐리면 실패한다. 국민의힘의 요구는 명확해야 한다.
첫째, 6·3 참정권 박탈 사건 특검의 국민의힘 추천권 보장이다.
둘째, 특검과 선거관리 개혁을 막지 못하게 하는 법사위 정상화다.
셋째, 민주당 단독 원 구성 철회다. 넷째,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폐기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총사퇴는 국민적 명분을 잃는다.
총사퇴는 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원총회 결의문 한 장으로 끝내서도 안 된다. 개별 의원 전원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작성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은 후순위 승계 문제까지 정리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사직서 제출 시점, 요구 조건, 장외투쟁 전환 기준, 국민 보고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결의가 아니라 실행 계획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총사퇴를 꺼내는 순간 “국회 보이콧”, “민생 외면”, “극단 정치”라고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묻자. 참정권 박탈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자는 요구가 극단인가. 투표함과 개표록, 잔여 투표용지, CCTV, 서버와 전산망을 공개 검증하자는 요구가 민생 외면인가. 국민이 행사한 한 표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일보다 더 큰 민생이 어디 있는가.
국민의힘도 더 이상 말로만 분노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를 비판하고, 민주당을 비판하고, 특검 추천권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은 이미 거리에서, 집회 현장에서, 온라인에서 자신의 시간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무엇을 걸 것인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켜야 할 것은 의석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다.
국회의원 배지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도구라면, 그 배지를 내려놓는 결단 또한 헌정질서를 지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의석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표를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의 포기다.
국민의힘은 즉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정하라. 그리고 국민 앞에 분명히 선언하라.
“6·3 참정권 박탈 사건 특검의 국민의힘 추천권이 관철되지 않고, 법사위가 특검과 선거개혁을 막는 도구로 남는다면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한 계산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야당이라면, 헌정질서의 최종 방어선에 서야 한다. 총사퇴는 끝이 아니다. 국민 앞에 다시 서기 위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