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시의원·구의원 전체 재선거가 실시된 2023년 2월12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2월12일,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재선거를 치렀다. 투표용지를 110% 준비했으나 잘못된 용지 배부, 투표 중단과 장시간 대기 등 관리 부실이 있었다.
베를린 주헌법재판소와 연방헌법재판소는 단호하게 재선거를 명령했다. 결정의 기준은 민주 절차의 정당성 여부였다. 절차가 무너진 선거는 결과와 무관하게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베를린보다 훨씬 심각한 6·3선거부정
대한민국 2026. 6·3 지방선거는 베를린보다 훨씬 심각한 위법이다. 아예 처음부터 투표용지가 50%나 부족했다. 선관위는 국민의 51%부터는 주권을 빼앗겠다는 어이없고 안하무인적인 결정을 했다.
주권자들은 투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거나, 장시간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무책임한 중앙선관위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동시에 사퇴함으로써 스스로 자백한 위법이고 위헌이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선관위는 물론 정부 여당, 그리고 사법부는 강 건너 불 보듯 “재선거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무능한 고정관념에 꽂혀 있다.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라는 공직선거법 제224조를 근거로, 재선거를 위해선 부정선거로 오염된 투표지 숫자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대법원판례에 안일하게 기대고 있다.
주권 침해, 선거권 침해를 저지른 건 애초 선관위인데, 되레 선거권자에게 당선자를 바꿀 만한 숫자의 부정투표지를 밝혀내라는 그 구태 이론 말이다. 게다가 선관위가 헌법기관임을 방패 삼아 선거관리의 위법 증거를 모두 감추고 버티는 상황에서.
독일 판례이론이 보여주는 재선거의 길
베를린 선거오염사건에서 독일은 다른 답을 내놓았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똑같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를 무효로 한다는 선거 법조항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해석은 극명히 달랐다.
독일의 경우 첫째, 준비행위의 위법 자체를 재선거를 위한 독립된 하자로 보았다. 따라서 한국처럼 선거권자의 50%에게만 투표용지를 주겠다는 준비 결정 자체는 이미 선거 결과 영향의 위법이 된다. 투표소에서 실제로 몇 장이 모자랐는지, 실제로 몇 명이 투표를 못했는지는 부수적인 증거가 될 뿐이다.
둘째, 독일은 “결과가 달라진다는 구체적인 선거부정”의 실제 증명, 즉 선거권자로서는 사실상 입증 불가능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선거관리행정 자체에서 위법행위가 있다면, 그로 인해 결과에 영향이 있는지는 “규범적 가능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증거가 아니라, 추론의 합리성을 증거로 삼은 것이다.
셋째, 직접투표는 기본권이다. 유권자는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할 권리를 가진다. 그가 실제로 투표소에 나올지 아닐지는 그의 자유다.
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할 거라는 통계적 예측이나, 지방선거에선 투표율이 낮다는 통계는 주권자가 본투표일에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할 권리를 빼앗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선거권은 통계가 아니라 주권의 최고성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50% 인쇄 결정의 헌법적 의미
한국은 독일, 일본, 프랑스와 대등한 선진국이자 민주국가임을 자부한다. 이런 나라의 선관위 선거관리행정이 50% 투표용지 부족을 결정했다는 건, 그 자체로 직접투표 헌법 원칙 위반이기에, 당연히 재선거 사유다.
과거 투표율과 사전투표율 통계는 변명의 자료가 될 수 없다. 51%번째 주권자부터 나머지 주권자들은 개돼지가 되어야 한다는 결정 자체가 ‘규범적 가능성’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재선거 비용, 이미 당선된 후보자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론도 설 자리는 없다. 선거의 정당성은 승자를 결정하는 숫자 놀음에 있지 않다. 선거의 정당성은 주권자 전원의 공정한 참여가 보장되는 절차에 기초한다. 주권에서 파생된 당선자를 위해서 주권 침해를 눈감자는 건, 주권 없는 국가를 만들자는 논리다. 재선거는 혼란이 아니라 회복이다.
선관위는 스스로 재선거를 선언하라! 법원도 즉시 선거무효 재판을 선고하라!
6·3지방선거 재선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재선거 선언은 선관위도 할 수 있고, 법원도 할 수 있다. 주권자 국민은 두 기관이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공원에 한 달이 넘도록 울려 퍼지는 주권자의 함성이 바로 그 추상같은 요구다. 헌법과 법률, 민주적 양심을 두드리는 주권자들의 한 목소리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에 근거한 준엄하고 날카로운 칼날이다.

◆ 황도수 박사
법학박사, 변호사,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