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에게 1심 법원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에게 1심 법원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감정을 철저히 걷어내고 차가운 계산기만 두드려보자. 한 청년 기자의 직장을 빼앗고, 구속 수사를 받게 만들고, 한동안 사회활동도 못 하게 철저히 매장시켜 폐인 비스무리하게 만들어버린 대가가 고작 2000만 원이다.
물론 이 판결로 김 씨가 파산할 일은 절대 없다. 그가 거느린 막대한 재력과 매일 아침 쓸어 담는 유튜브 슈퍼챗 수익을 고려하면, 2000만 원 아니라 훗날 민사 소송으로 몇 배의 청구서가 날아온다 해도 그저 며칠 치 방송 수입으로 메꿀 수 있는 푼돈에 불과하다.
타인의 인생을 완벽하게 난도질하고 진영의 결속을 다진 가성비치고는 참으로 저렴하고 훌륭한 비즈니스 아닌가.
하지만 이 건조한 판결문이 쏘아 올린 진짜 관전 포인트는 그의 두툼한 지갑이 아니라, 그가 온몸을 바쳐 탄생시킨 작금의 좌파 정권이 아주 기괴한 ‘논리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 있다.
대중을 선동할 때마다 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뱉어내던 마법의 주문이 있다. “쫄지 마, 씨X.” 그는 이 한마디로 맹신도들을 모으고 광장을 선동해 지금의 권력을 빚어낸 일등 공신이다.
그런데 이 정권이 최근 가장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이 무엇인가.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며 허위 조작 정보에 최대 5배의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는, 이른바 입틀막법이다.
공교롭게도 이동재 전 기자는 이 입틀막법 시행 첫날, 김어준의 가짜뉴스 영상을 제재해달라며 그를 ‘법 적용 1호’로 당국에 신고했다.
입틀막법 시행 첫날, 김어준의 가짜뉴스 영상을 제재해달라며 그를 ‘법 적용 1호’로 당국에 신고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자, 반대파의 입을 꿰매겠다며 국가 권력을 동원해 거대한 금융 단두대를 세웠는데, 정작 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증한 ‘허위 사실 유포 범죄자’의 목이 가장 먼저 그 단두대 아래 들이밀어진 셈이다.
자신이 선동해 탄생시킨 정권이 깎아준 몽둥이에, 개국공신 본인이 가장 먼저 두들겨 맞게 생긴 이 눈부신 인과율의 코미디.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지극히 건조하고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이 서슬 퍼런 입틀막법이 김어준이라는 ‘진영의 수석 제사장’ 앞에서도 공정하게 작동할 것인가?
만약 그가 입틀막법의 징벌을 요리조리 피해 간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 법이 얼마나 치사하고 편파적인 독재의 흉기인지를 만천하에 자백하는 완벽한 자폭 선언이 될 것이다.
대중을 향해 “쫄지 말라”며 호기롭게 등을 떠밀던 가짜 예언자, 그리고 그 선동에 맹종하여 작금의 권력을 탄생시킨 무지성 카르텔. 정작 그 권력이 만들어낸 ‘징벌적 배상’이라는 거대한 금융 단두대 덕분에, 이제는 온 국민이 혀끝의 단어 하나조차 자기검열하며 평생을 “쫄면서” 살아야 하는 이 찬란한 역설.
“쫄지 말라”던 선동의 대가가 결국 온 국민을 겁박하는 “합법적 쫄음”으로 되돌아온 이 얄미운 블랙코미디 앞에서는, 그저 차갑고 서늘한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어찌 됐건 단비같은 작은 승리지만 이동재 기자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