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선 그래프와 ‘조작’ 도장이 겹쳐진 이미지 위로 발전소 굴뚝,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가 배치돼 있다. 통계·여론 조작 의혹과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공공기관 개편 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합성 이미지. 한미일보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법을 고치면 된다”고 했다. 결코 가벼운 발언이 아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언어는 곧 정권의 진심과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 발언을 액면대로 해석하면, 정치적 기반인 노조를 우선 달래고 뒤로는 재계를 향해 “필요하면 법을 고쳐줄 수도 있다”는 뒷문을 열어둔 셈이다. 이는 정권의 ‘양면적 행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재계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폄하하면서도, 혹시라도 현실이 되면 고쳐주겠다는 발언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 정권 기반과 경제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하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던 발언을 두고 “어떤 경우라도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공약은 아니었다. 오산이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곧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발언이 공약이 아니라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정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국민 신뢰의 파괴다. 후보 시절의 장담을 뒤집으면서 사과 한마디조차 없는 태도는, 공약이 공약으로서의 무게를 잃고 국민을 기만한 결과로 귀결된다. 최소한 정책실장이 나서서 과거 발언을 수정한다면, 그 선행 조건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아무리 실용주의를 포장해도 결국 “말 바꾸기” 이상은 아니다.
공공기관 개편 관련 발언은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김 실장은 “별도의 비서실장 주재 TF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대통령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발전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구조 변화를 피할 수 없고, 금융공기업 역시 기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효율화 논의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는 대개편을 뜻한다. 국가 거버넌스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TF 논의로 퉁치려는 식이라면 졸속·밀실 개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은 이미 문재인 정권 시절을 통해 통계청장 교체를 통한 지표 왜곡,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여론조작과 데이터 왜곡을 경험한 바 있다.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치를 주무르고 민심을 조작하는 행태는 결국 ‘정권의 사술’이었다. 이번 공공기관 개편 논의 역시 같은 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국민을 상대로 또 한 번의 기만을 저지르는 것이 될 뿐이다.
세 가지 발언을 하나로 꿰뚫는 키워드는 “정권의 사술(詐術)”이다. 노조와 재계를 동시에 달래려는 이중적 태도, 공약 파기를 사과조차 하지 않는 불성실, 공공기관 개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TF 언급으로 가볍게 처리하려는 경박함. 이는 모두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길로 이어진다.
정책은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술이 아니라 정직한 사과, 일관된 정책 철학, 그리고 국민과의 협치다. 협치를 외면한 권력은 언제나 스스로 무너졌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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